1.
나경원 의원 사건에 대해 “단순히 우연이 연이어서 겹친건 명백한 증좌가 아니며 그래서 확실한 근거 없이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총선 정국에서 역풍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뉴스타파의 행동이 경솔했다고 지적하는 내용의 글들을 몇가지 봤다. 그 중에서는 그런 뉴스타파의 “전략”이 전형적인 운동권 방식이라며 비판하는 요지의 글도 있었다.
언뜻 봐서는 여당을 지지하는 분들의 글 같지만 이 분들은 모두 야당을 지지하는 분들이었다. 그리고 이 분들이 이런 비판을 하는 공통적인 이유는 “그 보도가 역풍이 되면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굳이 지금 시점에서 발표할 이유가 있었냐”고 지적하는 얘기들도 있었다. 모두 같은 이유에서의 비판이다.
그런데, 그 뉴스타파의 “전략”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경원 의원 딸의 부정입학 의혹건은 충분히 언론에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건이다. 어느 네티즌이 정리해 놓은 것 처럼 그 “우연”들의 연속은 부정 입학에 대한 충분한 합리적 의심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하고 해명을 요구하는 것은 언론이 할 수 있는 고유의 역할이다. 비슷한 반론에 대해 저 분들 중 한 분은 “돈이 오간 증거 같은 팩트를 확인하고 보도하는 것이 언론의 임무”라고 했는데, 그건 언론의 역할이 아니라 사법 당국의 역할이다.
뉴스타파 측은 저런 의혹을 보도하지 않는 기성 언론에 대해 날선 비판을 하였다. 저 분들이 주장하는 것 처럼 만일 뉴스타파가 이 사실을 알고도 선거 정국에서 “역풍”을 걱정해서 보도를 하지 않았거나 보도 시점을 조정했다면, 과연 뉴스타파는 조중동을 비롯한 기성 언론들을 비난할 자격을 얻을 수 있었을까?
2.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잡음과 관련해서 김종인 대표의 행보를 지지하는 분들 중에서 김종인 대표와 비대위 측의 행보에 대해 비판 혹은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모든 행위에 대해서 “친노의 패권”이라던가 “깨시의 준동”으로 해석하며 비난을 하시는 분들이 있다. 이분들은 김종인 대표와 비대위 혹은 공천위의 행위에 대한 모든 비판에 “친노”, “운동권”, “깨시”라는 비난의 딱지를 붙힌다. 그리고 그 비난의 주요 근거는 “막연한 짐작 만으로 김종인 체제를 흔들려 한다”이다.
그런데 중립적인 관전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 분들의 김종인 대표 체제의 결정에 대한 지지 역시 막연한 “정치공학적 해석”에 의존하고 있어서 원칙적으로 저 분들이 비난하는 “친노 깨시의 준동”과 별로 다르지 않다. 논란이 되고 있는 공천 문제에 있어서 김종인 체제의 공식 발표에는 그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날리고 있는 소위 “집토끼”들의 비난에서 크게 벗어나는 내용이 없다. 그 속내에 대한 짐작은 어느 쪽이나 “자의적 해석”일 뿐이다.
이 분들의 지지의 근거를 보면서 객관적 사실을 지워나가면 남는 것은 “김종인이라면 이럴 것이다” 혹은 “김종인은 이런 이유로 그렇게 했을 것이다” 뿐이다. 그리고 그 막연하고 자의적인 해석을 근거로 다른 지지자들의 비판을 “김종인을 의심한다”면서 “낙인” 찍는다.
자신들의 자의적 해석에 대한 근거 없는 확신과 뜻이 다른 이들에 대한 근거 없는 낙인 찍기는 장면과 단어만 바꾸면 수구 정당이 행하는 메카시즘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그리고 그 앞에는 “총선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이라는 명제가 따라온다.
3.
“왜 사람들이 질퍽이는 게임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줄 알아? 게임을 하니까 빠지는 거야.”
미생의 명대사이다. 회사에서의 “게임”도 따지고 보면 드러나 있는 것 이상의 “무엇”을 찾으려 하면서 시작된다. 정치도 그렇다. 어떤 속내나 숨은 의도가 있더라도 그게 드러나기 전 까지는 보이는 것만 사실이다. 뉴스타파의 의혹 보도는 말 그대로 의혹 보도일 뿐이고 김종인 대표의 행보 역시 드러나 있는게 전부이다. 그 안의 속내나 숨은 의도를 찾는건 “정치공학”이라는 이름의 게임일 뿐이다.
“해석”은 보이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에 너무 깊이 함몰되어 집착하면 게임에 빠져 허우적 거리게 된다는걸 너무 쉽게 잊는건 아닌가 싶다.
원문: 김동휘님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