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요미식회가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혹자는 “좋은 식당을 가지 못하게 만든다”면서 분통을 터트리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미식의 경험은 많은 사람들이 공유해야한다. 뭐가 맛있고 뭐가 맛없는지 대중이 알게 되어야, 전체적인 한국의 음식점 수준을 높일 수 있다.
좋은 식당을 경험하는 건 일종의 ‘기준점’을 만들어준다. 방화동 고성막국수, 합정 교다이야, 강릉 할머니두부 같은, 상당한 수준의 식당에 가면 그 다음부터 맛에 대한 평가는 수월해진다. 비교 대상이 분명하니까.
수요미식회는 다양한 음식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기준점’을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그 맛이 어떤 재료와 조화에서 기인했다는지도 소개한다는 점에서 다른 맛집 프로그램보다 훨씬 수준 높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수요미식회 전체를 안 보고, ‘리스트만’ 보는 건 별 의미가 없다고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수요미식회를 백프로 신뢰하진 않는다. 여러 이유가 있다. 개중에는 유명하기만 한 곳, 기복이 심한곳, 심지어 맛이 없는 곳도 있었다. “그 전문가들이 다 괜찮다는데, 왜 너만 맛없냐고?” 진짜 맛이 없다니까. 취향 문제인지, 아님 그 날의 요리 문제인지, 그냥 블로거나 평론가들에 의해 과대포장된 것인진 모르겠지만.
수요미식회에 나왔지만 실망했던 곳들 목록
1. 비XXX – 사실 블로거들 사이에서도 크게 언급이 안 되던 곳인데 이유가 있었다. 스테이크가 나오기 전까지 나온 에피타이저, 파스타 등은 너무 재미가 없었다. 결정적으로 ‘스테이크 맛집’이라며 소개된 곳인데 스테이크가 너무 별로였다. 미디움 안심은 퍽퍽했고, 등심은 손질을 안한건지 하다가 만건지 기름이 줄줄… 5만8천원이면 적은 가격은 아닌데, 어떻게 이런식으로 음식을 내는지 의심스러울 지경.
2. 을XXX – 수요미식회 나오기 전에 갔었다. 게스트로 나온 돈스파이크는 대놓고 ‘별로’라고 했다. 맞다. 이 집 편육은 ‘콜드 미트’로서 훌륭하다고 들었으나, 내가 먹어본 냉면은 정말 형편없었다. 면은 흐물거렸고, 육수는 짜기만 했다. 물론 여름에 갔으므로 겨울에 가면 보정이 좀 될지도 모르겠다.
3. 긴XXXX- 역시 수요미식회 나오기 전에 갔다. 특로스까스는 비계까지 튀긴건데, 기름이 너무 많아서 먹기가 힘들었다. 바삭하고 기름이 확 퍼지는 그런걸 기대하고 갔는데, 심지어 튀김옷이 기름때문에 눅눅해지기까지… 밥이 상상이상으로 질어서… 너무나 실망하며 (당시는 돈도 안 벌었을땐데)여친과 삼청동 길을 걸었던 기억이 있다.
4. 부XXX- 삼성가가 사먹는다는 이야기로 유명해진 곳. 역시 수요미식회 나오기 전에 갔다. 그런데 내가 먹었던 걸 이부진에게 먹어보라고 하면 기겁을 할 듯. 도우가 과하게 탔고, 루꼴라나 치즈등도 충분히 올라가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예전만큼의 인기는 없는 듯. (피자피케이션 자하나 스파카나폴리가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5. 돈XX – GD의 단골집으로 유명해진 제주도 고기집. 고기는 엄청 두꺼운데, 불은 약해보였다. 고기를 한 입 먹는데 “어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육즙이고 뭐고 없었고, 그냥 고기 품질 자체도 뛰어나지 않다는 생각만이… 고기가 그날따라 안 좋아서 재수가 없었던지, 이 집이 기복이 좀 있는 건지 모르겠다만, 굳이 몇시간씩 줄 서서 먹을 필욘 없다는 생각밖엔…
6.사XXXXX- 이 집의 튀김 솜씨는 뛰어나다. 하지만 난 앞서 긴자바이린에서 말했다시피 밥이 질은 걸 싫어한다 (내가 죽 먹으려고 돈까스집 온건 아니니까) 그런데 여기 밥은 상상 이상으로 질었다. 사장님에게 밥이 좀 그렇다하니 “그 양념하고 감자랑 해서 잘 비벼먹을 수 있도록 일부러 질게 만드는 거예요”라고 말하는 거다. 아무리 생각해도 좀 이해가… 그리고 매운 돈까스는 매워도 너무 맵다. 왜 돈까스 잘 튀기고서 그런 매운 소스에? 매워서 기절하는 줄 알았다.
7.두XXXXXXX – 간 지 너무 오래돼서 맛이 잘 기억이 안 난다. 아무튼 파스타편에 나왔는데 좀 의아했다… 여기보다 파스타 잘하는 곳은 너무도 많다. 다만 집에서 조미료 적게 써서 해주는 맛 같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그런 매력으로 가는 곳이다. 엄청난 맛을 기대해선 안 된다.
8.그밖에…
신XX- 멀리서 와서 줄 서서 먹을 정돈 아니라고 생각. 호기심 동하면 가볼만도.
산XXX- 수요미식회 나오기 전에 가봤다. 순대는 맛있고, 부속은 뭔가 아쉬웠고, 순대국은 맛이 없었다. 사람들 말로는 시간대별로 약간 기복 있다고.
우XXX- 수요미식회 나오기전 2~3 번 가봤다. 맛이 없는 곳은 아닌데, 이상하게도 큰 감흥은 못 받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