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했다. 그와 나는 같은 마포을 지역 예비후보이다. 그를 가까이에서 본 적은 없다. 언론을 통해서, 지역에서 전해들은 것이 전부이다.
그를 두고 쉽게 말하면 ‘시원하게 말 잘하는 사람’이라 한다. 그로 인해 설화도 많은 사람이라고 한다. 그가 낙천된 이유가 그것 때문이라고 쉽게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찌되었든 더민주당이 정청래 의원을 낙천시킨 건 그가 ‘야당 더민주당의 승리’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판단을 내린 더민주당에게 ‘야당의 승리’가 정말 무엇인지 묻고 싶다. 적어도 정청래 의원은 세월호의 진실이 침몰한 자리에 있었고, 국민을 감시하려는 대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한 자리에 있었다. 적어도 그는 야당답게 싸우는 사람 중의 한 명이었다. 그런 그를 낙천시켜놓고, 야당의 승리를 위해서라고 말한다.
정청래 의원이 그렇게 싸우는 사람이었기에, 이번 선거에서 그를 극복하는 것이 나의 주요한 과제였다. 대중적으로 보면 누가 나를 정청래 의원과 상대가 될 거라고 생각하겠는가. 인지도 차이도 많이 난다. 그는 이미 기성 정치인인 반면, 나는 그렇지 않다.
그렇다 해도 정의당의 후보라는 이유로 그를 넘어서고 싶었다. 마포을에서 정청래 의원과 제대로 붙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정의당이 왜 필요한지 증명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가 어이없게 낙천을 당했다.
그럼에도 정청래 의원은 불출마 선언을 했다. 그것은 정청래 의원이 지금 한국 사회에서 야당의 역할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불출마 선언의 의미를 더민주당은 모른다. 그래서 나는 그 의미를 이해하는 사람들에게 이번에는 정의당을 지지해달라고 말하고 싶다.
이미 한국 사회는 너무 부정의하다. 그래서 싸울 수 있는 곳이 너무 귀하다. 세월호에, 임금피크제에, 대테러방지법에, 우리는 지금 계속 밀리고 있다. 그래서 야당은, 그 존재 자체가 정말 귀하다. 그런데 그 의미를 정청래 의원은 알지 모르지만, 지금의 더민주당이 알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이번 더민주당의 공천 방향을 보라. 야권연대가 물 건너간 상황을 보라.
지금 제대로 싸울 곳이 필요하다. 정청래 의원의 낙천을 안타까워하는 주민들의 마음도 이런 마음이라 생각한다. 정청래 의원과 이번 선거에서 마주할 일은 없게 되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 이번 마포을 선거가 더 뜨거운 곳이 되도록 해야겠다. 여당과 맞서는 박빙의 승부처로 만들어야겠다. 그것이 19대 국회에서 싸워왔던 정청래 의원에 대한 나의 예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