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돈을 모아 차를 사고 집을 산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나는 대학 졸업후 10여년간 일해서 돈을 벌었다. 그 과정에서 단 한푼의 탈세도 없이, 오히려 가끔 받아야 할 공제도 누락한채 세금을 지나치게 충실히 내왔는데 특히 독신자인지라 공제항목이 많지 않았다. 올해만 해도 한국에서 웬만한 근로소득자는 보기 힘들다는 두자릿수 실효세율을 부담했다.
10여년간의 근로소득 중 세후소득의 평균 70%대를 소비하지 않고 이월했고, 흙수저까진 아니라도 쇠수저쯤이라 따로 증여를 받은 건 없지만 이렇게 유보하여 적립한 돈으로 집도 샀고 차도 샀다. 아파트와 자동차를 매입하면서 취등록세를 부담했고, 보유한다는 이유로 매년 보유세를 내고 있다.
집과 차는 설비성 자산에 속하니 분명 비용처리 되지는 않았고, 그대로 자본으로 개인재무제표에 계상됐으며, 결국 소비성 지출로 비용화해 없애버리지 않는한 누적된 이익잉여금은 어떻게 투자해서 설비성 자산으로 변환하더라도 재무제표에 유보금으로 잡혀있을 것이다.
물론 부동산의 건물부분과 차량은 내용년수동안 감가상각되면서 감가상각비만큼 해당년도 재무제표에서 비용으로 인식되겠지만, 여튼 현재의 소비패턴으로 볼때 매년 세후소득의 70%이상이 당기순이익으로 이익잉여금에 꽂히는 추세가 계속 될것으로 보이므로 유보금은 증가하면 증가했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꾸준히 건전한 재무구조로 이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사내유보금이다, 쓰고 싶어도 손수이 쓸 수 없는
이렇게 약간의 예금은 물론이거니와, 부동산과 차량이라는 고정설비자산으로 존재하는 자산을 보고… ‘넌 참 사내유보율이 높은 개인이로구나. 어서 집과 차까지 팔아서 소비해 내수를 활성화하고, (아무짝에도 쓸일이 없지만) 비서라도 고용해서 청년고용을 창출하렴’이라고 국가가 강권한다면? 만약 쓰지 않는다면 세금을 부과하겠다면?
아니, 분명히 그동안 두자릿수 세율의 직접세와 간접세를 부담했고, 취득세와 재산세론 이미 그랜저 한대값은 국가에 헌납했을 것인데? 세후소득을 누적해 형성한 투자자산을 헐어서 당장 쓰지 않으면 세금을 내라니, 이거 이중과세 아닌가?
정치인들이 지겹게 떠드는 그 사내유보금의 정체가 이것이다. 기업이 법인세 다 내놓고 나서 번 세후소득으로 토지를 사서 공장도 짓고, 기계 등 설비도 사고, 지분도 취득하여 당기 비용처리하지 않고 자본화된 잉여금 누적액이 700조인데, 이걸 마치 현찰을 금고에 쌓아놓고 사는 듯이 얘길 한다. 유보이익 중 현금성 자산은 100조원 남짓이다. 글로벌 경쟁기업들에 비하면 빠듯한 수준이다.
그런데도 투자자산 내다 팔고 97년, 08년 같은 금융위기에 대비해 확보하고 있는 현금까지 헐어서 투자해봐야 본전만 깎아먹을 일에라도 투자하고, 어디 쓸 데도 없는 잉여인력을 더 뽑고 월급을 뿌리란다. 이게 제정신으로 할 소린가.
거기 열광하는 지지자들 수준은 더 문제다. 자기 돈 아니고 남의 회사 돈이라고 막 써도 된다는 건가. 양심들 좀 가지시라. 왜 이렇게 사유재산이 거기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중 삼중과세를 하자고 우루루 달려들고, 털어먹지를 못해 안달인가.
사내유보금을 다 털때 생기는 문제: 기업 부도의 위험
한국에서 뭐 하는데 비용이 모자라다면 나오는게 법인세 증세니 사내 유보금이니 하는 소린데, 누차 말하지만 한국은 OECD국가중 GDP 대비 개인의 소득세 부담률이 낮고(특히 서민은 모두 면세), 법인세 부담률이 높기로는 탑클래스에 들어가는 나라다.
개인의 저축이 만약의 위기에서 그것을 극복하는 버퍼가 되어 준다면, 기업의 유보금도 마찬가지다. 유보금 없이 투자와 과잉고용만 열심히 하다 망하고 헐값으로 팔려나갔던 게 1998년이다. 20년도 안 지났다. 아직도 한국 기업들의 현금성 유보금은 모자라다. 다 합해봐야 애플 1개사만도 못하다.
설비든 현금이든 유보금이니까 남기지 말고 털어서 쓰라고? 개인인 당신들은 소득 버는족족 다 쓰고, 잉여금으로 예금, 부동산 안 남기고, 퇴직시점엔 깔끔하게 더 돈 들어갈 일 없게 목숨이라도 끊으실 건가? 오늘만 살려고?
개개인이야 그렇게 살다 목숨을 끊어도 당신들 선에서 끝나지만, 기업들이 당신들이 원하는 대로 유보금 열심히 털어쓰고 취약한 재무구조를 가지면 당신들 뿐 아니라 기업에서 일하고, 기업과 거래하며, 기업의 납세로 유지되는 일자리의 많은 사람들이 바로 1998년과 같은 위기에 대해 안전버퍼 없는 취약함에 노출된다.
그러니까 사내유보금이 싫고 털어써야 한다는 이들은 그분들끼리 어디 가서 나라 하나 세우고 사시면 되겠다. 엄한 사람들까지 위험에 들게 하지 마시고.
원문: Adrien Kim의 페이스북 (피처이미지: 매경 이코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