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민주주의도 없는 더민주
일단 첫 번째. 그들은 김종인의 노련함과 정치력에 주목하며 의지하고 싶겠지만, 김종인 리더쉽의 본질은 ‘공천권력’이다. 정치인들이 공천을 받고 선거하기 바쁜 한두달 동안 입을 닫는다고 거미줄이 생기지 않는다. 필리버스터에 참가했던 의원조차도 필리버스터 중단을 항의하는 트윗의 내용에서, 김종인에게 항의하지 않고 이종걸에게 해결을 촉구했다.
다음. 김종인 이전에 더불어민주당이 얼마나 체계적이지 않고 중구난방이었기에 김종인 리더십에 환호할까 생각하면 짠하다. 맞다. 김종인 이전에 더민주에는 리더십이 없었다.
그런데, 팩트를 착각하면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이 민주적 체계와 질서를 잘 지키려고 하다 보니 ‘개판 오분 전’이 된 것이 아니다. 현대적 민주정당의 시스템에 따라서 의사결정과 공천 등의 주요 당무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어느 쪽이 당권을 잡아도 편의적으로 자신들의 당권을 남용하면서 비주류에게 적당한 권력과 자리를 나누어 주기도 하고 견제도 하면서 굴러왔다. 그것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큰 분란이 일어나기도 했던 것이다.
물론 정치력이 있는 대표라면 분란이 덜 할 수도 있었겠지만, 본질적 문제는 ‘더 민주’라서 문제였던 것이 아니고 ‘NO 민주’여서 문제였다.
언제까지 당내 민주주의 없는 독재로 굴러가야 하는가?
김대중과 김영삼 정도의 카리스마가 아니라면, 이제 그런 정치인이 나올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까지 고려하면, 봉건적이고 가부장적 정당에서 탈피해서 정상적인 기본 민주주의가 통용되는 ‘현대적 민주정당’으로 해결해야 했다.
의사결정의 민주성, 권력 창출의 민주성, 공직 후보 선출의 민주성, 이것이 확보되어야 정치노선과 이념에 따른 ‘정파 경쟁’의 시대로 진입 가능하다. 근데, 현실을 운운하면서 그것을 미루어 온 것이 바로 우리나라 야당의 현주소이다. 계속 그러다가 총선이 다가오면, 시간이 없고 비상상황이라는 이유로 그나마 남아있던 민주적 체계도 무시하는 것이 반복되고 있다.
훌륭한 의원으로 이름을 날린 정청래는 김종인 휘하의 전략 공천에 의해 컷오프됐다. 표창원의 전략공천으로 긴 시간 민주화에 몸을 바친 김종희는 당내경선조차 할 수 없었다. 김갑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반면 김빈은 중앙당에서 ‘청년비례대표’라 소개하며 행사에 투입한다. 교장이 추천하고 선생님이 선거운동해주고, 학생들에게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알려주는 꼴. 이러면 학생들도 반발 할 것 같은데, 더민주 사람들은 조용하다.
김종인의 리더십은 과거형이다
정치력이 없는 문재인이 대표를 하다가, 국민의당이 분당해서 총선 패배의 위기가 왔다. 그것을 알고 노회한 김종인은 ‘비상 공천 대권’을 요구해서 획득했고, 주류 비주류 할 거 없이 김종인을 비판하지 않고 말을 잘 듣게 한다. 문재인이 그토록 스트레스 받던 ‘발목 잡기’에서 해소된 김종인 대표가 된 것이다.
물론, 범생 변호사인 문재인보다 인간의 욕망과 권력의 생리를 잘 아는 김종인이므로, 문재인에게 답답했던 사람들에게 김종인의 정치력이 돋보일 수밖에 없는 면도 크다.
그런데, 김종인의 리더십은 과거형이다. 과거형 리더십으로 극우보수 정당을 이길 수 있을까? 물론, 김종인에게 빠져있는 사람들은 나의 이런 말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왜? 김종인 이전에는 아예 ‘노 리더십’이었기 때문이다. 김종인이 매우 효과적으로, 또 실용적으로 보일 것이다.
공천 끝나고 총선 공약 발표하고 나면 김종인의 효력은 상실될 것이다. 나는 이때가 궁금하다. 김종인옹이 스스로 절대 카리스마에 취하여 그 권위적이고 꼰대스러운 풍모로 전국 지원유세를 꼼꼼하게 할지 궁금하다. 그 순간, 김종인이 참는다면 나는 그의 노련함은 인정하고 김종인을 잊겠다.
계속되는 국민의당 모욕, 멀어지는 정권교체의 길
‘야당 통합’을 국민의당에 던지고 사람들이 환호하자 오버해서 안철수를 저격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야권 통합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김종인식 승리란 새누리당을 현실적으로 이길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으므로, 국민의당을 고사시켜 더민주의 세를 보존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김종인이 상대를 모독하는 듯한 어법으로 통합제안 하는 것은 ‘통합ᆞ연대’에 관심이 없고, 상대의 약세를 드러내어 ‘표 결집’을 도모하는 것에 불과하다. 자신이 용역을 맡은 게임에서 승리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의 미숙함으로 인한 지지율 하락, 그것을 기회로 국민의당 고사작전을 펼치는 김종인식 드라이브는 정권교체와는 거리가 멀다.
아마도 양당 지지자는 모두 연대 통합과 정권교체를 원할 것이다. 그러나 김종인은 국민의당을 조롱하고 양당 지지자는 분노하며 멀어져 간다. 상대를 죽이는 것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는 걸 모르는 것일까? 김종인이 아닌 원래 민주당이 생각할 지점은 여기에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김종인에 열광하고 행복할수록, 고통스러운 정권교체 숙제는 잊혀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