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단 국민연금은 세금이 아니다. 많은 월급쟁이들이 착각하시는데 여러분의 원천징수 항목중 ‘세금’은 소득세와 주민세 뿐이며, 그조차도 연말정산 페이백 시켜놓고 나면 국민의 50%가 이 직접세를 단 한푼도 부담하지 않는다.
아, ‘한국은 간접세인 부가가치세 비중이 높다던데요?’ 하시는 분들을 위해 한마디 더하자면 이런 분들이 경애하시는 유럽의 부가가치세는 평균적으로 20% 수준이다. 북유럽은 25%. 한국의 10%인 부가가치세율은 그냥 낮은 거라고 보시면 된다.
한국은 GDP 대비 기업의 법인세 비중이 타 선진국보다 높고, 개인의 소득세 비중은 타 선진국보다 낮다. 그 개인의 소득세 또한 상위 5%가 대부분을 납부하고 있으며, 하위 50%는 그냥 무임승차중이다. 즉 대기업 감세와 서민의 보편적 증세가 필요한 것이 숫자로 보이는 한국의 현실이다. 보고싶은 것만 보지 말자.
2. 그럼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도 떼어가는데 무슨 세금을 안낸다는 말씀?’ 하시는 분들을 위해 한마디 더하자면, 그건 말 그대로 보험료이지, 세금이 아니다. 삼성생명, 현대화재에 내는 실비보험, 암보험, 연금보험, 자동차보험료가 세금인가? 여러분의 리스크 관리비용이다. 단지 그 징수와 운영주체가 삼성,현대,미래에셋이 아닌 공기업(국민연금공단, 건강보험공단)일 뿐이다.
또 자꾸 ‘전기세, 수도세, 전화세’라 하는데, ‘전기료,수도료,전화료’다. 여러분이 쓴 서비스와 용역에 대한 댓가로 내는 요금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백화점에서 옷 살때도 옷세, 음식점에서 밥을 먹을때도 밥세라고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3. 즉, 국민연금은 여러분의 노후를 위해 여러분의 급여에서 4.5%, 그리고 여러분을 고용한 기업이 4.5%를 매칭 납부하여 9%씩을 매월 적립, 운용해 노후에 연금으로 타가는 물건이다.
이게 그렇지 않아도 추계에 따라 기금 고갈시점이 2050년이니 2060년이니 하는데, 여하튼 이 시점을 단 1년이라도 더 늦추기 위해 리스크 대비 초과 수익률(그냥 단순 수익률은 의미 없다. 선물옵션 네이키드 포지션에 몰빵해 낸 5%와 안전자산투자로 낸 5%가 같은가?)을 확보하기 위해 지금도 전세계 펜션 펀드 운용주체들은 최고의 인력들을 끌어다가 피말리는 수익률 싸움을 하고 있다.
4. 그런데 이런 국민연금을 다른 곳도 아니고 임대주택에 쏟아붓겠다고? 국민연금이 더민주당 사람들 주머니 쌈짓돈인줄 아는가? 기금이 기회투자손실을 거두는 만큼 더민주당 국회의원과 당직자들 사비로 충당하실 것도 아니면서, 선거철마다 공적기금으로 장난치는 모습은 그만 보았으면 좋겠다.
임대수익률 5%를 낼거니까 걱정 없다고? 아서라… 부대비용(보유세, 감가상각비, 중개수수료, 건강보험료증가분 등)을 감안하지 않고 단순히 연간 월세수입을 매입가로 나눈 서울시내 아파트 임대수익률이 2~3%선, 오피스텔은 4~5%선이다.
예를 들어보자면 잠실 34평 아파트의 보증금제로 기준 월세가 250만원 선인데, 집값이 10억원이다. 딱 3%다. 요지 역세권의 보증금제로 기준 월세 100만원 오피스텔의 매매가가 2.5~3억원이다. 4~5%선이다. 공공이 참여하는 임대주택이 민간의 임대차 이상의 초과이윤을 취하시겠다면, 그걸 세입자들이 잘도 가만히 지켜 보겠다.
5. 그러니까 토지를 낮은 가액(평당 750만원)에 조달하겠다고 하시는데… 3종 주거지에서 가능한 최대용적률(300%)를 감안해 분양면적 20평에 전용면적 15평짜리 복도식 2룸아파트를 짓는다고 생각해보자. 호당 토지+건축비로 1억6천만원 이상의 원가가 들어간다. 월세 기준 67만원을 받으면 딱 5%다. 부대비용, 공공의 관리비용(인건비,회식비 등)은 한푼도 감안하지 않은 숫자다.
어, 싸네? 그래. 싸다. 문제는 평당 800만원으로 조달가능한 토지가 일단 서울 시내 및 인근 신도시 주요 역세권에는 없다는 데 있을 뿐이다. 그럼 경기, 지방 비역세권 외곽에 지으면 되겠네! 요시! 그런데 해당 지역의 민간 임대주택들도 이미 싸다. 인서울 요지같은 수요가 없기 때문이다. 경기도 연천군에서 월세 70만원 내시고 전용 15평 복도식 2룸 거주하실래요?
6. 즉 주거복지는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예산으로 해결할 일이지, 국민의 노후자금을 수탁받은 연금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며, 예산으로 해결하는 경우에라도 그 대상은 엄격하게 한정하여야 하고, 임대주택의 퀄리티도 철저히 제한하여 도덕적 해이를 방지해야 한다는 점 또한 유념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서울 기준 1억원 이상(지방은 그 절반)의 보증금을 마련 가능한 사람에 대한 주거복지는 필요치 않고, 정당성도 없다. 왜. 전국민이 차 한대씩 굴리게 트라반트라도 1가구1차씩 보급해주지. 동독처럼. 한국이 무슨 석유가 넘쳐나고 인구는 적어서 전국민에게 돈을 뿌리는 카타르인가. (임대주택 정책에 대해서는 이 글을 참조해달라.)
7. ‘그러니까 저출산 좀 해결하자구요!’ 라고 하신다면, 원래 선진국이 되고 먹고살기 좋아질수록 출산율은 떨어진다. 경제발전단계가 낮은 상태에선 자녀가 노동력의 가치를 가지지만(그러니까 10대만 되어도 나가서 농사짓고, 공장 다니고, 큰애가 둘째 키우고, 둘째가 셋째 키운다) 선진국이 되어 먹고살만해 질수록 애들은 사치재가 된다. 가구 기준으로 봐도 다자녀 가정들은 농촌과 지방에 많다.
이미 OECD기준 고소득 선진국인 한국이다. 게다가 유교적 사농공상과 체면문화 덕에 교육비를 쏟아부을 가치가 있는 애든 없는 애든 기본적으로 24세까지는 대학교육까지 시킨답시고 돈을 퍼붓는다. 석박사,유학이라도 하면 심지어 30세가 되기까지도 현금흐름창출 없이 돈만 들어가는, 기업으로 치면 부실자산들이 수두룩하다. 아무리 복지를 제공해도 결국 자기들 삶의 질을 위해 쓰든가 한명의 애에게 몰빵하는 성향인데 여기에 돈을 쏟아부어서 어쩌자는 건가.
문제의 솔루션은 발상을 전환하는 데 있다. 왜 한반도에 유사인종만 99%가 몰려살아야 하는가. 출산율을 높이는 방법? 간단하다. 이미 배부른 한국인이 아닌, 근로와 다산의욕이 충만한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의 젊은이들을 대거 받아들여 미국식 다민족국가로 가면 된다. 아시안,히스패닉 이민이 끊임없이 유입되고 다산하는 미국은 일본,유럽같은 고령화와 저출산을 겪지 않고 경제의 활력도 지속된다.
8. 공짜는 달콤해 보이겠지만, 지옥도는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그걸 판단하는 게 유권자의 수준일 것이다.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정치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원문: Adrien님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