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우산’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나요? 일명 ‘Inside-Out umbrella’라 불리는 KAZbrella(디자이너 Jenan Kazim)는 아주 오래전부터 누구나 경험하는 현존하는 우산의 불편함을 해소한 역발상 우산입니다. ‘거꾸로 우산’이 있으면 우산을 접어서 실내로 들어올 때 바닥으로 물을 흘릴 염려, 비 오는 날 차를 탈 때 우산을 접는 동안 옷이 젖을 염려, 강한 바람이 불 때 우산이 뒤집힐 염려 등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사물과 제품에서 이러한 발상의 전환을 통해 만들어가는 혁신 접근을 큰 틀에서 역혁신(Reverse Innovation)이라고 합니다. 역혁신은 발상의 전환 뿐 아니라 착상의 전환을 통해서도 가능한데요, 바로 혁신의 요소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느껴지는 사회문제와 취약상황에서 새로운 혁신의 실마리를 찾아갑니다. 이제는 한계에 도달한 시장점유율 전략보다 새로운 시장개발 전략이 필요한 비즈니스에서 특별히 주목할 만한 혁신접근입니다.
“미래는 머나먼 타국에 있다는 새로운 현실에 눈을 떠야 한다.”
<리버스 이노베이션>에서 세계적인 혁신사상가 비제이 고빈다라잔은 “미래는 머나먼 타국에 있다는 새로운 현실에 눈을 떠야 한다”(p.35)고 말합니다. 그가 말하는 ‘머나먼 타국’은 일반적인 고객이나 사용자에게는 친숙하지 않은 사회경제문화적으로 취약한 시공간과 사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역혁신을 통해 개발된 대표적인 사례로 전 세계적인 스포츠음료 게토레이가 있습니다. 1960년대 플로리다대학교의 미식축구팀은 뜨거운 태양 아래 연습을 해야 하는 선수들이 신속하게 수분을 흡수할 방법에 관해 플로리다대학교 연구소에 자문을 구했습니다. 다양한 연구조사를 진행하던 해당 연구진은 우연히 영국의 의학저널 ‘란셋’에 소개된 콜레라가 창궐한 방글라데시의 이야기를 접하게 됩니다. 당시 환자들은 극심한 설사로 고통을 받았는데, 이들의 빠른 수분 흡수를 돕기 위해 현지에서는 물, 당분, 소금 등이 배합된 음료를 사용하였고 독특한 효과를 보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방글라데시의 독특한 처방에 영감을 받아 개발된 음료를 우리는 이제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회문제와 취약상황에서 시작된 어떤 접근이 “매우 새롭거나 예상하지 못했던, 오랫동안 간과해 온 가치를 제공하기 때문에”(p.32), 역혁신은 기존의 혁신과는 결이 다른 새로운 시장기회와 소셜임팩트 창출로 연결될 확률이 높습니다.
최근 이랜드그룹은 소셜벤처 (주)바이맘(By Mom)과 함께 의미 있는 콜라보를 진행했습니다. 바로 코코몽 캐릭터가 새겨진 룸텐트, 코코몽 캐릭터 텐트입니다. 바이맘은 원래 홀로 사시는 어르신 등 에너지 빈곤가구가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지내도록 돕는 ‘룸텐트’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소셜벤처입니다. 사용자는 텐트 안에 보호된 따뜻한 공기를 통해 난방비를 절약하고, 에너지 절약을 통해 환경보호에 기여하게 되고, 아이들은 자신만의 공간으로 룸텐트를 꾸밀 수도 있습니다. 2016년 ‘원숭이띠’ 해를 맞이해 코코몽 캐릭터 텐트는 2015년 12월 열린 ‘서울 캐릭터 페어’에서부터 판매가 진행되었습니다.
바이맘이 최초 공감하고 관심을 기울였던 곳은 ‘머나먼 타국’이었습니다. 난방비가 두려워 추위에 덜덜 떨어야 하는 분들로부터 ‘매우 새롭고 예상하지 못했던’ 제품의 착상이 이루어졌고, 이러한 착상은 에너지빈곤가구(특수성)에서 일반기구(보편성)로 사용자층이 확장되는 역혁신의 전형적인 과정으로 연결됩니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이랜드그룹과의 콜라보를 통해, 바이맘은 역혁신을 확산함으로 소셜임팩트를 극대화하며, 이랜드그룹은 바이맘이라는 소셜벤처를 통해 역혁신의 영감을 얻고 새로운 시장기회를 만들게 됩니다.
공유가치창출을 이루는 한 가지 전략인 ‘사회적기업 전략’은 이와 같이 소셜벤처가 가진 역혁신의 착상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대기업이 가진 조직의 특성상 쉽사리 ‘머나먼 타국’을 탐색하고 탐험하기 어렵습니다. 초반부터 시장이 너무 작게 보이기도 하고, 너무나 이질적인 사회경제문화적인 맥락에서 기존의 핵심역량이 성과를 내기가 불투명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바이맘과 같은 소셜벤처, 사회혁신 조직은 보다 집중적으로 신속히 ‘머나먼 타국’을 탐색해갑니다. 즉, ‘머나먼 타국’의 선행지표이자 선발대로서 소셜벤처는 사회문제와 취약상황이라는 특수성에서 보편성의 가치를 발굴해냅니다. 이러한 소셜벤처를 통해 대기업은 역혁신에 보다 수월하게 접근하고, 새로운 공유가치를 만들어갈 기회를 얻게 됩니다. MYSC는 이랜드x바이맘 콜라보와 같은 공유가치창출의 사례를 소셜섹터, 사회적경제, 사회문제라는 것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우수 사례를 찾기 어렵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사례를 찾아야 하는 불확실한 요즘의 시장 상황에서 역혁신은 사실 ‘가꾸로 가는 혁신’이 아닌 ‘거꾸로 찾아가는 미래’입니다.
원문: 김정태의 Brun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