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는 미래’
그런 책이 간혹 있다. 제목과 부제목을 발견했을 때 곧바로 서점에 갈 수 밖에 없는 책.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는 미래’라는 부제를 가진 <지적자본론>(마스다 무네아키 저/ 이정환 역/ 민음사)도 그런 책이었다. 비가 오는 토요일 저녁, 집에서 가장 가까운 대학로 이음서점을 검색해서 찾아가 책을 집으로 데려와 그날 밤을 함께 했다.
인구 5만명에 불과한 일본의 작은 중소도시 다케오에 2013년 4월 오픈한 시립도서관. 개장 13개월 만에 100만명의 방문객을 돌파하게 된다. 무엇이 어떻게 된 걸까? 저자는 경쟁력의 원천이 이제는 큰 도시의 인프라, 대기업의 자본에 있는 것이 아니라, 5만명의 소도시라도 고객가치를 가시화하고 제안하는 ‘디자인’의 지적자본을 갖추면 그것이 바로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경쟁력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기업은 모두 디자이너 집단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기업은 앞으로의 비즈니스에서 성공을 거둘 수 없다. (p 41)
저자에게 ‘디자인’은 곧 ‘기획’이다. 과거 공급자 중심의 더 저렴하고 성능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던 소비사회(퍼스트 스테이지)에서 고객이 편리하게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찾고 구매하도록 돕는 플랫폼 사회(세컨드 스테이지)로 진화했지만, 고객이 고부가가치 ‘라이프 스타일’을 기대하는 서드 스테이지로의 변화의 흐름에서 ‘디자인’, 곧 기획하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유형자산인 재무적 자본을 뛰어넘는 최고의 무형자산/브랜딩이 될 수 있다.
어떤 기업의 이름을 들었을 때, 그 기업의 구체적인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가치제안’을 디자인하는 역량이 더욱 강력하게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해당 기업은 저자가 강조하는 지적자본을 갖추고, 고객가치를 매번 새롭게 제안하며, 구체적으로 도출해내는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궁극적으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선도하고 있는 셈이다. 애플이 그래왔고, 샤오미도 비슷한 반열에 올랐다.
라이프 스타일을 새롭게 제안하는 디자인은 첨단 제품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저자는 의도적으로 서점과 도서관과 같이 오랫동안 변화하지 않았던 장소와 산업을 주목한다. ‘서적을 팔려고 하기 때문에 서점이 망한다’라고 말하는 저자는 ‘서적이 아닌 서적 안에 표현되어 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판매하는’ 서점 이노베이션을 시작한다. 앞서 언급된 다케오 시립도서관은 그렇게 시작된 ‘진행형 이노베이션’ 중 하나이다.
미래에 필요한 것은 고객가치를 ‘디자인’하는 역량이다
내가 <지적자본론>에 특별히 주목하는 이유는 MYSC 역시 ‘디자인 회사’에 가깝게 변화하는 과정 중에 있기 때문이다. 사회혁신 컨설팅 분야에서 고객에게 ‘라이프 스타일’, 즉 소셜이노베이션 스타일을 제안하기 위해서 MYSC의 모든 구성원은 과거의 전통, 관습, 생각의 틀을 넘어서며 창의적이고 혁신적으로 고객가치를 디자인하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과거에는 고객이 편하게 여기지 않았거나 두려워했던 공유가치, 혼합가치, 소셜임팩트와 같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고객이 즐겁게 수용하여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도록 돕는 것이 바로 MYSC의 지적자본이자 디자인 역량인 셈이다.
이러한 변화의 과정으로서 최근 MYSC는 고객 최접점에 있는 사회혁신랩, 개발혁신랩 외에 디자인솔루션팀을 신설했다. CI/BI 분야 디자인 컨설팅 경험을 기반으로 소셜디자인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합류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함께 이제 디자이너 2인 체제가 된 디자인솔루션팀은 MYSC의 지적자본을 강화하면서 MYSC가 ‘소셜섹터의 맥킨지+IDEO 융합 조직’으로 성장하도록 많은 변화를 이끌어갈 예정이다.
‘모든 기업 구성원이 디자이너가 되어야 하는 미래’에서 더욱 중요해질 부분은 바로 (전공자로서의) 디자이너 및 (비전공자로서의) 디자이너 모두가 디자이너로서 성장하고 역량을 발휘하도록 돕는 그릇으로서의 조직철학과 조직문화이다.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어야 하는 미래라면, 그보다 앞서 모든 기업은 어떻게 하면 디자이너가 함께 할 수 있는 조직이 되도록 변화해야 하는것일까? 이 질문을 맞닥뜨리며 나는 <지적자본론>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원문: 김정태의 Brun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