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뭉친 쉐어하우스의 탄생
리: 소개를 해보세요.
배: 소개를 하라고요?
리: 네…
배: 안녕하세요. 쉐어하우스 대표 배윤식입니다.
리: 뭐하는 회사?
배: 콘텐츠 회사에요.
리: 좀 구체적으로 성의 있게 설명을 합시다(…)
배: 음… 재능 있는 사람들을 발굴해서, 이 분들이 사람들에게 더 많은 노하우를 알려주고,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 서비스를 운영 중이에요. 또 우리가 만들어내는 콘텐츠로 재능 있는 사람들이, 자기자신을 알리고 하는 일에 도움이 되는 선순환을 그리고 있지요.
리: 뭔가 날로 먹기 같은데, 그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나요?
배: 제가 홍보 일을 오래 했어요. 그러면서 콘텐츠를 적극 도입했는데, 콘텐츠 비즈니스에서는 협업할 때 좋은 콘텐츠가 나와요. 방송만 봐도 배우, 촬영, 작가, 다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잖아요. 즉, 자신만의 개성과 노하우가 있는 분들도 콘텐츠를 만들고 뉴미디어를 이해하는 건 협업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PD, 작가, 촬영 부분을 맡아 그분들의 재능과 노하우를 세상에 알리고, 또 공감을 얻어 브랜딩까지 이어질 수 있게 하는 거죠.
리: 예를 들어 어떤 식이지요?
배: 콘텐츠와 개인 브랜딩을 결해서, 다양한 사업을 엮는 거에요. 예로 주노헤어 명동점의 헤어 드레서 분들은 헤어스타일링 콘텐츠를 저희와 함께 제작해요. 그러면 그 분들을 찾는 고객들이 늘지요. 돈이 아니라 자신의 뜻을 이루려는 분들도 있어요. 서울시 관광부에 계셨던 분은 한국 관광 문화에 아쉬움이 많아서 각 나라 관광 부서, UN 사무국 등을 찾아다니며 공부했어요. 지금은 쉐어하우스와 관광의 진짜 의미와 한국을 알리는 시리즈를 제작하고 있고요.
리: 이야기 들어보니 별로 인기 없을 것 같은데(…)
배: 한 사람 한 사람의 콘텐츠 제작자는 큰 힘을 가질 수 없어요. 쉐어하우스는 그런 노하우를 가진 전문가들을 뭉치게 해서 힘을 몇 배로 크게 하는 거죠. 사실 혼자서는 자기 콘텐츠를 만들기도 힘들지만, 그 콘텐츠를 각 채널에 맞게 뿌리고 브랜드 관리하기도 벅차요. 하지만 이 모든 일을 쉐어하우스에서 함께 할 경우에, 각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두 모이기에 시너지와 홍보 효과가 커지는 거죠.
리: 장사는 잘 되나요?
배: 2년 전만 해도 보잘것 없었는데, 최근 쉐어하우스 트래픽이 늘어나며 제휴 요청도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어요. 특히 예전에는 단건 브랜드 콘텐츠 생산 위주였다면, 최근에는 장기계약 이슈가 많아지고 있어요. 단건으로 가면 테스트 정도만 하고 끝나지만, 장기로 가면 전략적으로 코워크할 수 있기에 기대가 커요.
리: 기업들도 이제 쉐어하우스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건가요?
배: 꼭 저희만은 아닌 것 같고, 전반적으로 기업들이 브랜드 마케팅의 추를 조금씩 디지털로 옮겨가는 것 같아요. 매거진에 쓰던 예산 영역이 브랜디드 컨텐츠로 조금씩 넘어오는 거죠. 대기업에서부터 움직임이 보이는데, 작은 기업도 점점 넘어올 수밖에 없다고 봐요.
리: 왜 꼭 넘어올 수밖에 없다고 보는 거죠?
배: 미디어 환경은 변화했는데, 긴 시간 동안 마케팅에서 광고에만 집중하는 기업이 많았으니까요. 분명 기업 내에도 잠재적으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법에 대한 니즈가 있었다고 봐요. 픗픗이나 쉐어하우스나, 다 새로운 고객과의 접점을 만든 거잖아요. 지금껏 주목 받지 않은 게 아니라, 이제서야 조금씩 고객과의 접점이 다양해지는 것뿐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쉐어하우스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기업과도, 타 매체와도 코웍해서 그 접점을 늘려 나가려 해요.
2. 소셜 마케팅, 신뢰성 있는 브랜디드 콘텐츠로 진화하다
리: 브랜디드 콘텐츠가 말은 많은데, 참 다들 다른 뜻으로 써서 골아픈데 어떤 의미로 보나요?
배: 브랜드나 서비스나 다 컨셉이 있잖아요. 이걸 철저한 기획 하에 콘텐츠에 녹이는 거라고 봐요.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광고에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저는 이가 기존 미디어에서의 편견이라고 봐요. 광고와 PR을 쉽게 이야기할 때 광고는 “나 좀 멋있어”고, PR은 “저 사람 좀 멋있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TV에서는 짧은 시간이, 신문에서는 작은 지면이 한계였기에 자기 잘났다고 우기는 광고를 할 수밖에 없었어요. 지금은 그렇지 않잖아요. 인터넷과 모바일에서 페이스북, 유투브 등의 플랫폼을 활용해 얼마든지 PR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리: PR이 광고보다 낫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배: 그렇다기보다는 광고는 좀 일방적이지만, PR은 관계 형성이라고 생각해요. 이게 오프라인 시절에는 기자와의 관계였다면, 이제는 소비자와 직접 관계를 형성하는 거지요. 그리고 이 방식은 콘텐츠라 생각해요.
리: 이런 이야기는 블로그 때, 소셜미디어 때 모두 반복됐던 이야기 아닐까요.
배: 전 좀 다르다고 봐요. 저도 PR회사에서 블로그, 소셜미디어 기업 커뮤니케이션을 초창기부터 했는데, 한계가 있었어요. 구독 모델의 활성화가 이루어져 있지 않았기 때문인데, 네이버 검색이나 유투브에서 기업 로고만 뜨면 유익한 콘텐츠임에도 싫어했어요. 그런데 이제 페이스북과 유투브를 통해 맥락이 생겼어요. 원래 구독하고 있는 정보니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 거죠. 그리고 쉐어하우스는 이렇게 전문가뿐 아니라 기업과 고객을 이을 수 있는 하나의 통로라고 생각해요.
리: 광고임을 숨기고 콘텐츠로 접근한다는 건가요?
배: 아니오. 오히려 기업에서 내놓는 콘텐츠라는 걸 숨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드러내되, 기업이 가진 전문성과 진정성을 표출해야 한다는 거죠. 기업 블로그 보면 PV 늘리려고 기업과 아무 관계 없는 콘텐츠가 올라오잖아요? 그게 아니라, 푸드 기업이면 푸드 관련 콘텐츠로 다가가며 제품을 녹여내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브랜디드 콘텐츠는 단발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또 그것을 녹여낼 채널도 장기적으로 가치를 함께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리: 이야기를 들으니 네이티브 애드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군요.
배: 맞아요. 네이티브 애드도 매체가 가진 고유의 색과, 광고상품이 가진 코어를 잘 연결하는 것이잖아요? 브랜디드 콘텐츠도 마찬가지인데, 광고보다는 브랜드 자체의 색을 구성해 나가는 데에 좀 더 초점이 맞춰진 거라 생각해요.
리: 그렇다면 이를 위해서 쉐어하우스에서는 무엇에 집중하고 있나요?
배: 두 가지에요. 첫째는 콘텐츠를 잘 생산해내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죠. 이거야 너무 당연한 거고, 결국은 진정성이에요. 굉장히 진부한 말이기는 하지만 결국 지속적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발행하는 것이 신뢰를 형성하는 유일한 길이거든요. 한때 유행했던 파워블로거 마케팅은 상업성만 내세우다 이제 파워블로거지라는 조롱거리가 됐잖아요.
3. 디지털 마케팅 시장 이직의 달인
리: 어쩌다 PR 업체에 간 건가요?
배: 98학번인데, 정보통신공학과에 입학했어요. 당시 이동통신이 뜨고 하니 취업도 잘 될 것 같아서. 근데 들어가자 마자 망했어요.
리: 왜죠?
배: 다 수학이더라고요… 공업수학… 하나도 귀에 안 들어오고… 전 사실 미적분도 못하는지라… 정처 없이 방황하다가 우연찮게, 창업동아리에 들어갔어요. 내친 김에 수학도 덜할 겸(…) 컴공으로 전과했어요. 신방과도 같이 전공했는데, 이게 참 재밌더라고요. 당시 이라크전 등으로 블로그가 굉장히 핫하게 떴거든요. 그래서 IT와 미디어 사이에서 브릿지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리: 그래서 브릿지가 됐나요?
배: 창업 동아리 말고도 신방과 PR 소모임도 했어요. PR아카데미 수업도 듣고 이게 내 길이구나… 그래서 졸업 즈음 PR 회사란 회사에는 죄다 원서를 넣었어요.
리: 그렇게 미디컴에 입사한 건가요?
배: 아뇨. 다 떨어지던데요.
리: ……
배: 제가 학업을 도외시해서 스펙이 영 아닌지라… 그냥 다른 데 취업해서 다니고 있는데, PR 아카데미에서 심사하셨던 당시 미디컴 문경호 차장님이 알바로 오라 하셔서 정사원 포기하고 월 80만원 받는 알바를 했어요. 거기에서 열심히 바이럴 마케팅을 했는데, 죽도록 열심히 일하다 보니 3개월만에 정직원이 됐죠.
리: 그 이후 계속해서 PR 외길을 걸은 건가요?
배: 네. 그것도 신기하게 계속 디지털 PR만 했어요. 2000년대 후반만 해도 PR회사 중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전문 인력이 거의 없어서, 제가 대리 나부랭이였는데, 디지털 팀장 역할을 했어요. 그런데 디지털 시장 성장과 함께 엄청나게 커져서, 성과가 너무 좋게 나왔어요. 팀원이 당시 3명밖에 없었는데 전체 팀별 매출액 1위를 찍기도 했지요.
리: 3명으로 그게 가능한가요-_-?
배: 당시 신생 업종이다 보니 인턴 개념으로 많은 어시스턴트 친구들과 함께했어요. 어찌 보면 좀 비정규직이라 할 수도 있는데, 그때는 정말 뭐가 뭔지도 모를 때라… 그래도 다행히 그때 함께 했던 친구들이 PR, 마케팅 회사로 잘 갔어요.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그런 인력 수요가 엄청나게 커졌으니까요. 그러다가 PR업계 형님이신 현 웨버샌드윅 이중대 부사장님이 창립했던 소셜링크라는 회사에 창업 멤버로 참여하게 되었어요. 거기서 또 많이 배웠지요.
리: 회사에서 그렇게 키워줬는데, 도망가다니.
배: 아무래도 회사에 묶여 있다 보니,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하기 힘들었어요. 지금이야 모든 기업이 거의 공식처럼 홈페이지, 블로그, 소셜을 잘 연결하고, 콘텐츠도 기획 하고 생산하잖아요. 그런데 그때는 그런 개념이 없었어요. 그래서 기업들을 하나하나 설득해야 했죠. 소셜미디어 대응 원칙, 위기관리 등 모든 매뉴얼은 물론 플레이북도 만들었어요. 그러다 에델만으로 이직했지요.
리: 무슨 이직의 아이콘 같군요(…)
배: 솔직히 그때는 돈을 좀 많이 줘서(…) 하지만 오래 있지는 못했어요. 그때는 잘 나간다는 생각에, 좀 건방이 들었던 것 같아요. 무조건 앞서서 하려다 보니 팀 케미도 좋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생각이 많아졌어요. 소셜미디어 마케팅이 시장에 정착은 되고 있는데, 그게 효율로 이어지는 것만은 아니었거든요. 그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하나는 콘텐츠, 그리고 그것을 좀 더 유기적으로 이어줄 수 있는 협업이었어요.
리: 어찌 보면 쉐어하우스 아이디어의 전신이군요.
배: 사실 에델만 본사에 제의를 했어요. 굉장히 반겼는데 실행으로 이어지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창업을 결심했어요. 그간 기업을 열심히 설득했지만, 쉽지 않았는데… 창업하면 제가 생각하고 있는 일들을 하나씩 실천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어뷰징 같은 게 아니라 업계나 환경을 좀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했어요. 디지털에 특화된 커뮤니케이션 기업을 만들어서 협업 모델을 만들자…
4. 그 남자가 노하우를 선택한 이유
리: 그렇게 쉐어하우스를 창업하게 됐나요?
배: 이게 벌써 10년 넘게 거슬러 올라가는데… 노하우에 주목하게 된 이유를 얼마 전에 돌이켜 봤어요. 제가 처음 PR회사에 입사했을 때 바이럴 마케팅을 시작했어요. 네이버 등 포털에서 키워드 검색할 때 나오는 콘텐츠를 긍정적으로 꾸미는… 속된 말로 어뷰징이죠. 이게 처음 도입됐을 때 신박하긴 했는데, 저도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이게 올바른 커뮤니케이션 같지 않더라고요. 사실상 남 속이는 거잖아요. 그 일을 팀장 입장에서 하니 PR회사 후배들이 허탈해 하더라고요.
리: 그래도 돈은 벌어야죠(…)
배: 그래도 저는 팀장 입장에서 많이 미안했죠… 이런 패러다임을 바꾸고 싶었어요. PR 회사에서 일하는 애들이 남 속이는 일 안 하고,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또 한편으로는 화가 나기도 했어요. 독자를 속이는 일은 크게 보면, 결과적으로 웹이라는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거니까요. 다들 이렇게 나가면 세상에 믿을만한 정보가 묻히고, 사실상 공멸의 길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떻게든 진정성 있는 길로 나아가고 노하우가 거기에는 좋은 방식이라 생각했어요. 당장 노하우라는 자체가 소셜미디어를 비롯한 온라인에서 사람들에게 회자되기 쉬운 정보를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how to 콘텐츠는 구글과 유튜브에서 가장 인기있는 키워드이기도 하구요.
리: 왜 하필 노하우를?
배: PR 회사 다닐 때, 지식인 마케팅을 한 적이 있었어요. 누군가가 기업이나 업종에 관련된 질문을 올리면, 고객사에 유리하게 답변해주는 식이었죠. 필요하면 우리가 직접 ID 만들어서 질문하고 답변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계속 그렇게 사기 치는 생활에 지칠 때 생각을 좀 바꿨어요.
그렇게 어뷰징하지 말고, 기업 커뮤니케이션임을 밝히고 전문가로 포지션하자고. 예로 클라이언트가 멜론이라면, 올바른 음악 지식을 멜론의 이름으로 올리면 되잖아요. 그렇게 멜론DJ라는 아이디를 만들어서 답변했는데, 성과가 굉장히 좋았어요. 그때부터, 진실되게 장기적으로 다가가면 성과를 충분히 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리: 사실 답변 내용이 중요한 거지, 누가 대답하는지는 후자 아닐까요?
배: 같은 대답을 해도 동네 아저씨와 대통령이 대답할 때의 신뢰성은 완전히 달라요. 그리고 그 신뢰는 시간에 따라 쌓여 나가는 거고요.
리: 다시 한 번… 그렇게 해서 쉐어하우스가 탄생한 건가요?
배: 우선은 윤성종 대표님과 함께 컴텍스트라는 회사를 만들었어요. 커뮤니케이션 업계가 콘텐츠를 넘어 바뀌어가는 디바이스, 미디어 환경에 맞춰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하자는 비전으로.
리: 딱히 기술 이해도가 높은 것 같진 않은데요.
배: 저 컴공과 출신이에요. PHP도 다룰 줄 알아요.
리: 이거 무슨 컴공과 1학년 생이나 할 소리를…
배: ……
리: 네… 그래서 창업은 즐겁던가요?
배: 신났어요. 마음 급할 것 없이 그간 PR회사에서 해왔던 일을 하며, 우리 생각을 조금씩 실행하자… 다행히도 저도, 윤대표님도 현업 경험이 있다 보니 원래 알던 분들이 클라이언트가 되어 주셨어요. 그때쯤부터 쉐어하우스닷컴을 만들어서 작게나마 시험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고요.
리: 존나 좋군?
배: 그렇죠. 항상 새로운 생각, 다른 서비스를 하고 싶었으니… 그런데 1년 정도 지나니까 또 비슷한 거에요. 제가 꿈꿨던 콘텐츠와 기술의 결합, 그리고 협업… 이걸 해야 하는데 개발자가 없다 보니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어요. 자본도 적으니 좋은 개발자를 모실 수도 없고… 그런 지지부진한 게 참 힘들더라고요. 내가 항상 블로그에 PR이 어떻고 미디어가 어떻고 논해 왔는데, 정작 나도 하던 일만 하는 건 똑같지 않나… 이런 자조감이 들었죠.
리: 쉐어하우스닷컴은 콘텐츠 위주니 개발자가 없어도 되지 않나요.
배: 그렇죠. 회사가 먹고 살만은 했으니, 시간 나면 AE들이 콘텐츠도 만들고… 그래도 에이전시 사이드는 인력으로 돌아가는 거라 한계가 있었죠. 지금도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는 다나와가 1호 파트너가 되어 주셨지만, 협업을 관리하는 것도 일이라 여러모로 자원이 부족했어요. 그래도 다나와 덕택에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소비자에게 콘텐츠가 잘 전달되려면 3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는 거에요.
리: 네 박자도 아닌 세 박자가 뭐지요.
배: 누가,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하는가. 즉 화자, 유통 채널, 콘텐츠에요. 말하는 사람이 신뢰가 가는 대상이어야 하고, 사람들이 모인 장소를 고려해서, 공감이 가는 이야기를 하는… 옷 입는 데에도 TPO가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사실 광고도 마찬가지였어요. 재미있고 잘 만든 광고는 다 통한다고만 생각하다가, 이제는 각 케이블 채널에 맞게 광고를 달리 하잖아요. 마찬가지로 같은 배너를 올리는 게 아니라 유통 채널마다 그 특성에 맞게 콘텐츠를 달리 공급해야 한다는 거죠.
리: 어찌 보면 버즈피드의 전략과 유사하군요.
배: 맞아요. 사람들은 버즈피드를 이야기할 때, 측정을 통해 트래픽만 많이 낸다고 생각하는데 핵심은 그게 아니에요. 버즈피드는 자신들이 콘텐츠를 만들면, 각 매체, 채널과 소비자층에 맞게 바리에이션을 줘서 많은 이들에게 임팩트를 미치는 걸 목표로 하거든요. 물론 우리가 버즈피드에 비할 사이즈는 아니겠지만, 그 근본 정신은 유사하다고 봐요.
리: 그래서 그 깨달음을 얻고 어떤 변화를 줬나요?
배: 컴텍스트를 떠나서, 쉐어하우스닷컴을 중심으로 회사를 따로 차리기로 했어요. 컴텍스트 권리를 인계하고 저는 현재 ㈜도빗의 전신, 쉐어하우스를 창업했어요.
5. 협업, 협업, 또 협업… 100만 구독자를 낳다
리: 두 번째 창업은 어떻던가요?
배: 왜 나왔나 싶더라고요.
리: 하고 싶은 목표가 뚜렷하니, 더 좋은 것 아닌가요?
배: 그래서 더 힘들었어요. 창업하고 2013년 7월 런칭해서 2014년 5월까지 1년 가까이 한 푼도 못 벌었어요. 하고 싶은 건 명확한데 쉐어하우스는 생각만큼 안 크고… 그래서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결국 또 에이전시 역할을 했어요. 쉐어하우스와 관계 없는 일을 해서라도 어떻게든 돈을 만들었어야 했으니까요.
리: 그 돈으로 뭘 했죠?
배: 그 즈음 눈을 영상으로 돌렸어요. 기존에는 돈이 없으니 텍스트와 이미지 위주로 콘텐츠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유투브와 아프리카가 뜨고,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니 대세가 영상으로 흐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돈이 들더라도 PD, 작가, 촬영 등으로 팀을 다시 세팅했어요.
리: 이후 좀 전환이 오던가요?
배: 아니오. 적자만 더 쌓이던데요.
리: ……
배: 저는 팀을 세팅하면 알아서 영상 콘텐츠가 나올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후 교육은 물론이고, 계속해서 콘텐츠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비용도 만만치 않더라고요. 기업도, 언론사도 영상으로 쉽게 넘어가지 않고 에이전시를 쓰는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리: 그래서 대책은…
배: 그냥 국영수를 중심으로 교과서를 열심히 보는…
리: ……
배: 대책이라고 할 게 딱히 없었어요. 어차피 직원들도 모바일 시대에 맞는 콘텐츠를 조금씩 익혀가고 있는 중이니, 그 모델을 변환할 때도 아니었고… 대표로서 할 수 있는 건 결국 돈을 가져오는 것뿐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열심히 영업하고, 또 창업대회 등에도 나가고, 어떻게든 사무실 비용도 줄이려 하고… 그렇게 버티다 보니 조금씩 쉐어하우스 콘텐츠 반응이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리: 반응이 좋아진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배: 그냥 경험치라 생각해요. 우리 다들 사람인데, 맨날 삽질하고 또 할 리는 없잖아요(…) 카테고리별로 포맷을 계속해서 테스트하고 있어요. 예로 푸드에서는 만드는 법을 다 보여준다거나, 리뷰에서는 아예 대놓고 주관성을 드러낸다거나… 그렇게 사람들 입맛을 깨달으면서 조금씩 쉐어하우스가 활성화되기 시작했어요.
리: 하지만 돈으로 연결되지는 않았겠죠. 네… 그 심정 제가 잘 압니다…
배: 그렇죠… 그런데 활로가 생긴 게, 협업이었어요. 개인뿐 아니라 기업에서도 유용한 콘텐츠 협업을 하고자 제안했고, 다나와에 이어 티몬 등 다양한 기업이 여기에 응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기업은 개인에 비해 어느 정도 자원에 여유가 있고, 저희 쪽에서도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었거든요. 또 비교적 안정적인 콘텐츠와 인력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요. 이게 유투브에서 점점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덕택에 시장에서도 조금씩 수익모델을 발굴할 수 있었고요.
리: 어떤 수익모델인가요?
배: 요즘 말로 하면 네이티브 애드라 할 수 있어요. 장인가구와 함께 ‘가구를 만드는 장인’이라는 컨셉을 명확히 했어요. 그래서 가구를 어떻게 고르는지, 객관성 있게 알려주는 콘텐츠를 만들었어요. 옥션과는 배송 노하우를, 홈플러스와는 파프리카 잘 고르는 법, 찐달걀 만드는 법 등 생활 노하우를 영상으로 만들었고요. 이게 쉐어하우스와 기업 채널 양쪽을 통해 배포되자 상당한 인기를 끌었고, 이후 영업에도 큰 도움을 줬어요.
리: 하지만, 쉐어하우스와 기업 채널에 한정한다면 이 역시 너무 좁은 것 같은데요?
배: 그렇죠. 그래서 초기에 인맥으로 영업을 했지만 참 수익화가 어려웠죠. 그런데 여기서 반등의 계기가 된 게, 남들 다 베껴가며 성장하고 투자금까지 받는… 속된 말로 양아치 짓을 할 때, 지금까지 쉐어하우스는 저작권을 어겼던 적이 없어요.
저작권을 지키기 위해 직접 출연도 불사하는 배윤식
배: 저도 솔직히 사장으로서의 저를 한심하게 바라본 적도 많았어요. 그냥 저작권 좀 어기면 편하게 돈 벌 수 있을 텐데… 그런데, 저작권을 어기지 않으니 우리 마음대로 어디든 배포할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여러 곳에서 저희 콘텐츠를 원하기 시작했어요. 경기버스를 시작으로 한국일보, 허핑턴포스트, 나중에는 네이버와 카카오도 제휴를 맺었어요.
이전까지는 기껏해야 10만 뷰 나오면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기본이 십만 뷰, 잘 나오면 수백만 뷰를 보장하게 됐어요. 그러니까 광고주 입장에서는 반길 수밖에 없는 거죠. 남들은 제작비만 그 이상 받을 텐데, 저렴한 가격에 언론, 포털, 오프라인까지 나갈 수 있으니까요.
리: 그밖에 배포를 늘리기 위해 어떤 전략을 취했나요?
배: 소셜미디어 최적화에요. 물론 페이스북이 잘 나간다고는 하지만, 유투브, 빙글, 카카오스토리, 네이버포스트… 이런 곳들 역시 모인 사람들이 다를 뿐, 정보가 퍼져나가는 중요한 채널이거든요. 그래서 쉐어하우스는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었다고 해도, 타겟층에 맞춰서 발행하지, 모든 채널에 콘텐츠를 내지 않아요. 또 같은 콘텐츠도 조금씩 편집을 달리해서 내놓고요. 그렇게 하다 보니 어느새 쉐어하우스 소셜미디어 구독자만 100만명이 되었습니다.
리: 채널에 맞게 어떤 방식으로 다듬지요?
배: 예로 유투브 구독자들은 자상한 설명을 좋아해요. 스쳐 지나가는 식으로 막 나가면, 이탈이 많아져요. 카카오스토리는 주부가 많으니, 그들에 맞는 콘텐츠를 공급하고요. 페이스북은 유행하는 카드뉴스 형식의 짤방을 주로 활용해요. 최근에는 남들이 갔던 길을 넘어설 수 있도록, 투표 등 인터랙티브 기술도 적극 준비 중이에요. 앱도 그런 관점에서 내놓은 것이고요.
리: 본진이라 할 수 있는 쉐어하우스닷컴은 어떤가요?
배: 채널 구독의 증가와 함께, 계속해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요. 하루 PV 10-20만은 나오니까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본진으로 직접 와서 보게 하는 건 시대에 맞지 않는 접근법이라 생각해요. 즉 쉐어하우스 콘텐츠는 물고기 같은 거고, 물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게 물길을 많이 여는 게 저희의 접근법이에요. 이러한 제휴는 일베 같은 곳이 아닌 한 어디든 열려 있고요.
리: 저작권으로 자랑하시던데, 정작 페이스북에서는 누가 쉐어하우스 베꼈다고 분노하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배: 열 받죠. 그냥 제휴해도 콘텐츠 공급은 문제가 없는데 맘대로 가져가고… 심지어 저희 로고만 지워서 내놓는 경우도 봤어요. 어차피 당장 갈 길도 먼데, 고소 같은 거 할 생각은 없지만… 저희야 이런저런 운이 맞아서 여기까지 왔어도, 정직하게 콘텐츠로 승부하는 회사는 너무 힘들어요. 심지어 돈과 인력이 많은 회사들도 콘텐츠 저작권을 똥 보듯이, 저작자를 봉 보듯이 하니… 하지만, 계속해서 콘텐츠의 가치를 아는 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생각해요. 언제까지 그렇게 크는 회사들이 있을 수는 없다고 봅니다.
6. 쉐어하우스의 미래: 아시아의 버즈피드를 꿈꾼다
리: 쉐어하우스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배: 작년 드디어 개발이사님을 모시면서 최근 앱을 내놓았어요. 그렇다고 뭔가가 빵 터지길 바라는 건 아니고, 여전히 린하게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다만 이를 좀 더 정확하게 측정하고자 해요. 지금까지의 쉐어하우스는 독자 공감을 이끄는 콘텐츠를 내놓고, 이를 감으로 익혀가는 것이었어요. 지금 콘텐츠에 투표 기능을 넣은 건, 감이 아닌 수치로 정확한 독자의 니즈를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에요. 앞으로는 버즈피드가 그러했듯 퀴즈 등 다양한 콘텐츠 포맷을 개발할 생각이고요.
리: 측정은 구글, 페이스북 등이 웬만큼 잡아주지 않나요?
배: 쉐어하우스에서 만든 콘텐츠로 광고∙마케팅 수익을 올리는 건 일부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그 콘텐츠를 다른 것과 적극적으로 연관시켜, 사업 모델을 확장하고자 해요. 예로 O2O 기업이 물류나 비용 등에서 효율성을 만들 때, 데이터를 활용하잖아요. 우리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콘텐츠로 설득하는 모델을 설계하는 거죠. 커머스든 물류든, 쉐어하우스는 고객과 비즈니스를 연결하는 게 과업이고, 매개체가 콘텐츠라 생각해요.
잘 만든 콘텐츠는 접점을 늘려준다
배: 네. 네이티브 애드나 영상 제작은 매우 기초적인 레벨의 수익화라고 생각해요. 이를 통해서 계속해서 소비자 접점을 만들어 가고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는 게 저희가 할 일이라 생각해요. 강연, 브랜딩, 커머스… 어디 하나 독자와 연결망은 필요하니까요. 급하게는 생각하지 않고 하나씩 진행하려 해요. 우리는 항상 열려 있으니 협업이 필요한 곳은 개인이든 기업이든 편히 연락 주세요.
리: 회사가 꽤 커져서 직원도 20명을 바라보게 됐는데, 투자 계획은 없나요?
배: 지금까지 많이 연락이 오기는 했어요. 인수 제의도 몇 차례 받고… 그런데 애초에 엑싯을 목표로 한 것도 아니고, 가치를 떠나서 저는 쉐어하우스가 장기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냥 그렇게 길게 보면서, 투자에 관해 자문도 구하고 경험 있는 사람들 이야기도 많이 듣고 있어요. 장기적으로 여기가 아시아의 버즈피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리: 그래도 남들 다 큰 돈 투자 받을 때 뒤쳐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을 텐데요.
배: 음… 좀 더 솔직히 이야기하면 지금까지 딱 저희와 잘 맞는다 하는 좋은 기회가 없었다 생각해요. 저희는 무조건 막 키우기보다 우리를 이해해주는 투자자들과 함께 사업을 키워나가고 싶어요. 점점 저희 비즈니스 모델이 검증되고 있는데, 단순히 돈으로만 엮인 게 아니라 투자하는 기업들도 함께 상생하며 클 수 있는, 그런 걸 염두하고 있어요.
리: 요즘 MCN이 핫한데, 그쪽으로 좀 무게추를 옮길 생각은 없나요?
배: 저희가 MCN을 표방하지는 않았지만 사실 지금까지 쉐어하우스와 하우스메이트는 계속 그런 역할을 이어 왔어요. 지속적으로 전문성 있는 개인과 기업이 자신이 가진 노하우를 알릴 수 있도록 했잖아요. 덕택에 최근 투자처에서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MCN 산업에 정말 감사한 게, 투자자 분들의 비전과 이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요. 다들 타겟과 운영 방식은 다르지만, 이런 기업이 많아지는 게 미디어와 콘텐츠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것이겠지요.
리: MCN이 뜨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배: 핵심은 콘텐츠 유통이라 생각해요. 콘텐츠 비즈니스는 항상 있었는데, 불과 1년 전만 해도 투자자들의 관심은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 모바일로 인해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자, 기존 매스 미디어와 다른 콘텐츠 유통에 관심을 갖게 되는 거겠지요. 그래서 저희도 유통망 확장을 위해 더욱 많은 협업을 해내려는 것이고요.
리: 유통도 중요하지만, 결국 이는 플랫폼 단위이기 때문에 콘텐츠 자체의 엣지도 중요할 것 같은데…
배: 그렇죠. 요즘 제가 하는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봤는데… 아이디어의 시초가 지식인 마케팅에서 나온 거잖아요? 그래서 쉐어하우스는 노하우를 계속해서 만들어온 거고. 그런데 지금 지식인의 신뢰도는 떨어졌고, 또 모바일 환경에 적합하지도 않아요. 결국, 쉐어하우스가 하고 있는 사업은 궁극적으로 ‘모바일 시대의 지식인’이라 생각해요. 전문가들이 자기 이름 걸고 이야기하는 것이니 더욱 신뢰할 수 있고, 또 짧은 영상이라는 포맷도 스마트폰에 적합하고요.
리: 긴 시간 팔이 빠질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배: 연애하고 싶습니다.
리: 좋은 하루 되세요…
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