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도자의 조건은 자기 희생이다. 지도자란 자기가 이끄는 집단의 자원배분 – 그것이 돈이건 사람이건 – 을 조정하는 일을 한다. 전체에게 불리하지만 자신에게 유리하게 자원배분을 하게 만들어 이명박처럼 집단을 망가뜨려 버릴 수 있는 위치다. 때문에 지도자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자기를 희생할 수 있느냐 아니냐일 수 밖에 없다.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전체의 이익에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자질이 지도자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이다.
지난 대선에 외국인과 외신들이 가장 의아하게 생각했던 점이 바로 이것이다. 독재자의 딸과 인권 변호사 출신 정치인이 붙었는데, 어떻게 팽팽한 승부가 되결국 고 독재자의 딸이 이길 수 있을까? 독재자의 딸은 살면서 단 한번도 자기 의지로 희생을 한 적이 없었고, 인권 변호사는 탄탄대로를 마다하고 가시밭 길을 걸었던 사람이다. 어느 쪽이 더 훌륭한 자질을 가졌는지가 명확한데도 우리나라 국민들은 독재자의 딸을 택했다.
왜일까? 해방 후 이후 우리나라는 자기를 희생하는 사람이 병신 취급당하는 경향이 생겼다. 독립군 출신 애국지사를 매국노들이 빨갱이 취급하며 고문했다. 이완용의 후손은 떵떵거리며 살고 있지만, 독립 투사의 후손들은 당장의 생계를 걱정하며 살고있다.
대한민국을 위해, 우리 국민을 위해 희생한 사람들은 바보 병신 취급 당하고, 군대도 안 다녀오고 세금도 제대로 안 내고 법을 바보 취급한 인간들이 총리입네 장관입네 하면서 으스대고 산다.
그러다보니 자기 희생의 가치를 다들 우습게 안다. 화재 진압하다 순직한 소방관을 우습게 알고 소방관들에게 행사에 와서 의자 까는 일을 시키질 않나. 군 골프장 짓는데,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하는 데는 천몇백 억씩 턱턱 쓰면서, 최전방 군인들에게 백만원짜리 방탄쪼끼 지급하는데는 인색하다.
이런 문화를 바탕으로 최근의 80년대 운동권 까기가 유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권을 망치고 있는게 운동권 문화라며 맹렬히 운동권을 깐다.
구 386, 지금은 486 내지 586 운동권이었던 사람들이 지금 정계에 들어와서 활약하고 있고, 그들 중에 잘못한 사람들도 있다. 전부 다 잘하고 있는 것은 아닐 거다. 그렇다해도 이승만 같은 개새끼에게도 공과를 따로 평가해야 된다는 사람들이 80년대에 민주화 운동을 한 사람들에게는 허물만을 탓한다.
게다가 지금 우리나라 정치계가 문제 있는게 그들 탓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불편하고 부당하다. IMF가 터졌을 때 신한국당은 야당의 발목잡기 탓에 금융위기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정치계가 문제가 있다면 집권하고 있는 쪽, 주류 쪽이 문제가 있기 때문이지. 왜 그게 주류가 아닌 사람들 탓인가?
그리고 80년대에 안온한 세월을 보내며 자기를 희생한 적 없는 사람들이 치열하게 민주화 운동을 한 사람들 탓하는 게 말이 되나? 니가 좀 더 희생했으면 내가 더 잘 살 수 있었는데, 니가 덜 희생한 탓에 이 정도 밖에 못산다고 말한다. 남을 위해 희생했던 사람들은 왜 계속 남을 위해 희생해야 하고, 남을 위해 희생한 적이 없는 사람들은 남을 위해 희생하지 않으면서 희생한 사람들을 당당하게 손가락질 하는건가?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이 문제가 없다는 말이 아니다. 그들도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손가락질 받아야 될 사람들은 그들이 아니다.
자기만을 위해 산 사람들이 타인을 위해 자기를 희생한 사람들을 향해 당당하게 더 희생하지 않느냐고 큰 소리치는 것을 왜 그냥 지켜보고만 있는가?
그런 모습을 보면 한마디 꼭 해라. 니 말이 맞는지도 모르지만 너는 그 말을 할 자격이 없다. 그러니 그 입을 다물어라.
덤으로… 나는 내가 대학생 시절에 그 흔한 가투(그 당시 내 용어로는 데모) 한 번 안 나간 것이 이제 와서는 정말 부끄럽고, 후회하고 있다. 그 때문에 나이먹고 이제와서 뭐라도 해보려고 열심히 떠들고 있다. 그 때 민주화 운동 열심히 하던 사람들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을 갖고 있으며 그들이 좀 잘못하더라도 용인해주자는 마음이 있다.
운동권을 손가락질 하는 자들은 뭐가 그렇게 당당한지 정말 궁금하다. 이 새끼들아, 니들은 그 양반들이 열심히 민주화 운동할 때 뭐하고 있었냐? 뭐가 그렇게 잘난 거냐? 민주화 운동 안한 게 그리도 자랑스럽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