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노선도 리디자인 프로젝트는 얼마 전 새로운 지역에 갔다가 집에 오는 길에 버스 노선도를 보고 시작되었습니다.
항상 느끼는 점이지만, 우리나라 버스 정류장에 있는 노선도는 버스 진행 방향이 헛갈리고 현재 정류장이 어디인지 찾기 어렵습니다. 또 비슷한 경로를 가진 버스를 찾기 위해서는 노선도를 하나하나 다 읽어야 하다 보니 비교해서 보는 것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불편합니다. 결국 스마트폰으로 검색하게 되죠.
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매일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버스 노선도인데도 이렇게 보기 어렵다는 것은 큰 문제로 느껴지죠. 그래서 리디자인을 진행하게 되었죠.
본격적으로 리디자인을 하기 전에 해외의 노선도 디자인 사례를 알아보았습니다. 관광산업이 발달한 나라들에선 어떤 버스노선도를 사용하고 있을까요?
먼저 특징별로 다음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 현 정류장을 시작으로 그린 노선도
- 해당 지역 모든 버스의 노선을 지도상에 표현한 노선도
- 실제 경로 형태의 노선도
- 시간표를 첨부한 노선도
이 네 가지 유형들의 사례와 특징에 관해서 정리해 보았습니다.
1. 현 정류장을 시작으로 그린 노선도
이런 노선도는 주로 영국 런던에서 볼 수 있습니다.
장점으로 현재 버스정류장에서 몇번 버스가 어디로 가는지, 비슷한 노선은 뭐가 있는지 정리가 잘 되어 있다는 것 등이 있습니다. 아마 시간 낭비가 많이 줄 것 같네요.
우리나라와 다른 점을 꼽아 볼까요? 우리나라는 버스 번호순으로 노선도들이 쭉 나열되어있지만, 런던은 이 정류장을 지나가는 모든 버스의 경로를 한 번에 보여줘서 서로 비교하기 쉽게끔 만들어져 있습니다.
우리나라 같은 개별 노선도(하나의 버스 노선만 기록한 노선도)가 없는 대신 위 사진처럼 현재 정류장에 서는 모든 버스의 노선들을 한꺼번에 표시하여, 버스들이 어디까지 같은 곳을 가고 어디부터 갈라지는지 단순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보기 편하고 효율적인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들죠. 기본적으로 똑같은 버스 노선도를 줄줄이 늘어놓은 형태가 아니다 보니 각 정류장에 적절하게끔 노선이 디자인되어 있다는 점도 높게 평가됩니다.
다만 아쉬운 점도 몇 가지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버스 색이 빨강, 파랑, 초록, 노랑으로 나누어져 있었다면 위 사진처럼 노선도에 임의의 색을 사용할 수 없어 노선들이 겹쳐 보일 가능성이 매우 높죠. 아마 우리나라에는 적용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버스의 수가 많으면 노선들이 합쳐지면서 전체적인 부피가 늘어나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네요.
2. 지도상에 표현된 노선도
두 번째 사례. 해당 지역 모든 버스의 노선을 지도상에 표현한 노선도입니다.
유럽 대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이런 지도형 노선도는 일반적인 개별 노선도와 함께 부착되어 있습니다.
장점으로는 현재 지역 모든 버스의 대략적인 경로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있습니다. 이런 지도가 붙어 있다면 목적지나 그 근방으로 가는 버스들을 한 번에 볼 수 있겠죠. 버스 노선을 하나하나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버스 노선 지도’라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그냥 일반 지도에 노선을 올려놓기만 한 것 같은 느낌도 강하네요. 그래서 버스정류장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필요 없는 정보들도 전반적으로 많아 보이고, 지하철이나 랜드마크 등 필요한 부가 정보는 부족해 보입니다. 전반적으로 형식이 통일되지 않은 것도 빨리 개선되어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많은 노선이 얽혀 있으면 뭉쳐서 알아보기 힘들 수도 있을 것 같고요. 계획적으로 노선이 짜여 있지 않은 지역은 더 복잡하게 보일 것 같기도 합니다.
3. 실제 경로 형태의 노선도
세 번째는 버스 노선을 실제 경로 형태와 비슷한 모양으로 표시한 노선도입니다.
주로 프랑스 파리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버스 안에 부착된 경우도 많고요.
이 노선도는 지리정보(강, 다리 등)를 활용하여 위치나 경로 등을 쉽게 인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로로 긴 형태를 유지해야 하므로 동서남북을 임의로 돌려야 하거나 노선을 일자로 왜곡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사용자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지요. 제 생각에 이는 동서남북의 위치가 바뀌었다는 점을 지도 내에 정확히 표기하거나 작은 지도상으로라도 보여주면 조금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좀 더 자세히 보죠. 버스가 가는 방향의 정류장과 오는 방향의 정류장이 완전히 똑같지 않습니다. 보통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정류장 이름을 모두 위로 쓰다 보니, 사용자들은 읽을 필요 없는 정류장까지 읽게 되거나 정류장의 위치를 잘못 인식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색을 다르게 하거나 아래로 내리면 덜 헛갈릴 것 같습니다.
4. 시간표 노선도
마지막 네 번째 유형은 시간표를 첨부한 노선도입니다.
버스 이용객이 많지 않은 지역이나 일본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유형입니다. 시간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워낙 버스가 자주 오고 종류가 다양하다 보니 도시에서는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해외의 버스 노선도에 대해서 정리해봤습니다. 각자 장단점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장점들을 토대로 두 번째 글에서 새롭게 디자인한 노선도가 어떠한지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원문 : px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