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물 갔다 혹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방문자 수가 어쨌다, 파워블로거다 블로거지다, 인플루언서 활용이다, 브랜드 저널리즘이다… 이 블로그 놓고 참 말이 많습니다. 다만, 가만히 지켜보면 블로그와 블로거를 바라보는 오해나 어그로가 생각보다 지나친 듯합니다. 그 중심 어딘가에 대한민국 블로고스피어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네이버 블로그가 언뜻언뜻 있습니다.^^ 그래서 네이버를 중심으로 블로그의 ‘진실’을 파헤쳐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어졌습니다.
#1. ‘블로그’는 네이버 가두리양식의 첨병이다.
전에 썼던 사람들은 왜 네이버를 싫어할까? 절대적 독과점의 명암에서도 알아봤듯이, 바야흐로 네이버는 실질적으로 대한민국의 관련 생태계를 지배하고 있는… 모르긴 몰라도 마음만 먹음 삼성도 한 방에 날려버릴 무소불위의 존재입니다. 그 중에서도 ‘블로그’는 ‘지식인’에 이어 네이버 생태계를 기능하게 하는 일명 ‘가두리 양식’의 첨병입니다. 무슨 얘기냐면요.
온라인에서 트래픽은 곧 돈이자 힘입니다. 부연하자면, 과거 전달자 역할에 머물렀던 포털사이트는 네이버에 이르러 모든 관련 생태계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의 완전체가 되었습니다. 말하자면, 모든 트래픽을 독식하게 되었다는 건데요. 거기에는 지식인에서 시작된 세상 만물의 답을 네이버 안에서 찾게 한 것, 그리고 세상 만물의 이야기를 네이버 안에서 볼 수 있게 만든 요 블로그가 주효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바야흐로 온라인의 모든 담론과 정보를 굳이 네이버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그 안에서 찾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진 것이죠.
네이버에 가입만 하면 블로그를 안겨주는 것이 그냥 심심해서 만든 기능이 아니란 얘깁니다. 네이버 블로거는 좋든 싫든, 그 전위대 역할을 할 소중한 자원입니다.
#2. ‘스크랩’과 ‘이웃’은 RSS의 의도적 사생아다.
‘Really Simple Syndication’, ‘Rich Site Summary’ 의 약자인 RSS를 아시나요?
블로고스피어(Blogosphere 일종의 블로그 생태계)를 구성하는 근원적인 기능인데요, ‘메타블로그(블로그 커뮤니티)’, ‘리더기(RSS모아보기 프로그램)’와 맞물려 자신이 관심 있는 블로그의 글을 쉽게 받아볼 수 있게 고안된 전세계 공통의 규약입니다. 블로그를 활용하는 세상의 모든 서비스는 이 RSS를 활용해 블로고스피어를 구현하고 그와 연계된 생태계를 완성하게 된 것이죠. 다만, 이 RSS는 일종의 notice기능으로 이를 통해 트래픽을 연동하고 관련 생태계를 선순환시키는 주효한 역할을 했습니다.
네이버 시대에 이르러 RSS는 ‘스크랩’과 ‘이웃’ 기능으로 보기 좋고 이해하기 쉽게 재탄생했습니다. ‘퍼가기’로도 알려진 스크랩 기능과 이웃의 개념은 모두 알고 계시죠? 이 기능의 최대 특이점은 바로 ‘네이버 블로그끼리만’ 가능하다는 것에 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끼리만 할 수 있지 다른 블로그에는 써먹을 수 없다는건데요. 결과적으로 이 기능들은 ‘모두의 약속’을 #1과 같이 자신들만의 ‘가두리 양식’ 생태계를 공고히 하는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말하자면, ‘스크랩’은 과거 RSS를 통해 세상 모든 블로거가 소통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누던 것을, 네이버 블로거끼리만 손쉽게 전체 콘텐츠를 퍼갈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거기에는 어떤 추가 담론도 2차 buzz도 없습니다.(물론 네이버에도 기본적인 RSS 기능은 있습니다만) ‘이웃’은 역시 손쉽게 당시 싸이월드에 익숙한 온라인 유저들에게 일촌 혹은 친구의 개념을 만들어 주었지만 역시 네이버 블로거끼리만 맺을 수 있는 기능이었죠.
다만, 네이버가 시장의 절대 독과점이 되었다는 것이 결과론적이지만 악재라면 악재였습니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네이버 블로거들은 그들만의 리그에 갇히게 되었고.. 그와 연계한 블로고스피어 자체가 서서히 무너져내리게 된 것이죠.
#3. 일 방문자(UV)와 ‘시즈널/이슈 포스팅’의 함정
이야기를 전체 시장 상황으로 돌려보죠. 요즘 들어서도 여전히 핫한 이슈인 ‘일 방문자 몇 명’의 지난한 이야기들… 물론, 이 수치는 업계 내에서도 실제로 여전히 많이 그리고 주요하게 쓰이는 지표입니다. 다만, 이 방문자에도 숨겨진 진실이 있죠. 이 얘기에도 또다시 네이버가 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는 누구나 손쉽게 개설하고 운영할 수 있습니다. 아예 티스토리처럼 기존 블로거의 초대장이 없으면 블로그를 개설할 수 없거나, 일단 시작부터가 어려운 설치형 블로그와는 분명한 차이점입니다. 이러한 장점이 대한민국의 ‘천만 블로거 시대’를 가능하게 했겠습니다. 다만, 그 이면에는 분명한 목적의식이나 의지없이도 손쉽게 블로그를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점도 있죠. 문제는 블로거를 바라보는 기준은 여전히 그 ‘일 방문자(UV)’. 요게 문제였습니다.
과거 많은 UV는 특정 주제의 전문가나 영향력을 가진 자들의 성과였습니다. 다만 문제는, 딱히 그렇게 하지 않아도 더 큰 UV를 만들어내는 방법이 있다는 겁니다. 특히 네이버 알고리즘 하에서는요.
실제로 블로그를 운영하는데 있어 일일 UV를 1~2만 정도 만들어내는 것은 조금만 노력하면 누구나 가능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파워블로그 노하우까지 참고하지 않아도 돼요. 방법이 뭐냐면, 그냥 매일매일 그날의 이슈를 긁어서 말 좀 바꿔서 올리면 됩니다. 연예인, 사건사고, 재밌는 이야기, 감동적인 이야기, 야한 이야기, 스포츠 등등 주제야 많죠.
또 있습니다. 잘나가는 페이지, 블로그, 커뮤니티, 사이트의 이슈 포스트를 네이버 블로그에 적절히 퍼담아도 됩니다. 그럴 리가 없다고요? 하하, 바로 네이버의 시즈널 이슈 포스팅의 함정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UV만으로 블로거를 판단하는 것이 바로 문제라는 거죠.
#4. 문제는 ‘주제별 페이지뷰(PV)’이다.
예상하시겠지만, 이렇게 발생한 UV는 실제로 그 블로거의 영향력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특정 주제나 사안별 전문성을 말해주지도 않죠. 부지런함 정도의 지표일까요?^^ 이런 UV와 관련한 하릴없는 논쟁을 피하고 블로거의 영향력과 전문성을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은 사실 간단합니다. 그 블로거가 표방하는 ‘주제별 PV값’을 구해보면 됩니다. 이는 해당 사안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력을 비교적 손쉽고 적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문제는, 네이버 블로그에서는 이 주제별 페이뷰를 뽑아내는 것 자체가 지난한 작업이라는 겁니다. (이는 태생적으로 폐쇄적 블로그를 제공하는 네이버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합니다.)변수도 좀 있긴 합니다. 이에 따라, ‘파워블로거’를 나누는 기준은 사실 전문성, 전파성, 소통성, 콘텐츠 작성 능력 + 기타를 종합적으로 지표화해 살펴보아야 합니다…. 만, 이런 얘긴 업계 분들이 알아서할 것이고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합니다. 업계 분임에도 그냥 일방문자를 파워블로거다,라고 얘기하면 무책임하지 않는가 하는 이야기죠.
#5. ‘블로그로 돈 벌어먹기’는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이쯤 되면. 파워블로거고 뭐고를 하면 어마어마한 부와 명예를 거머쥔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와 연계해 ‘블로그로 돈을 벌고 싶다!’거나 ‘그렇게 해서 돈 좀 벌겠지 블로거지 같으니’ 라는 식의 이야기도 공공연히 들려옵니다. 다만, 많은 블로그를 운영하고 파워블로거들을 실제 활용하고 있으며 나름 그들과 친분도 있는 입장에서 이야기하건대. 전업 블로거가 되어 돈 벌어 먹고살기를 바라느니 지금부터 열심히 노력해 판사, 변호사가 되거나, 아이돌 가수로 성공하라고 조언하겠습니다(…)
따지고 말해, 일정 규모 이상의 실적을 거두고 있는 블로거가 특히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될까요? 네임드 캐릭이라해도 우리나라같이 블로거의 순수한 가치를 따지는 기묘한 분위기에서는 수익을 추구하기조차 힘듭니다. 물론, 이를 초월하고 무려 ‘전업’의 블로거로 활동하는 분도 간혹 있기는 합니다. 부가활동을 포함하면 꽤 많이 버시더라고요. 다만, 대부분 조금의 수익이라도 내는 분들은 리뷰로 돈푼 정도만 받거나 간간히 샘플이나 받는 분들일 겝니다. 그 소일거리가 노력보다 너무 가상한 수준이라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겠지만요.
결론적으로 ‘블로거질로 생계 꾸려나가기는 무지하게 쉽지 않다.’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6. 그럼에도 블로그를 하는 이유는
블로그는 하나의 생태계입니다. 이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하나의 사업자와 주체가 명확한 다른 SNS와 차별화되는 요소이겠습니다. 다시 말해, 주커버그가 안 할래!하면 페이스북은 끝입니다. 블로거는 네이버가 안해도 상관없습니다. 네이버 블로그든 다음 블로그든, 티스토리건 워드 프레스건 다 ‘블로그’라는 툴을 활용하고 있을 뿐이란 거죠.
왜 블로그를 하는가? 바로 이 점이 블로그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뭐 다른 SNS와의 차이점도 있긴 하겠지만. 아무튼, 이 생태계 속의 많은 블로그 서비스들의 장단점은 명확합니다. 이 점을 인지하고 자신에게 맞는 블로그를 선택하면 그만입니다. 블로그에 우열은 없으니까요.
지금까지 ‘네이버가 알려주지 않는 블로그의 진실’에 대해 끄적여봤습니다. 이런 글이 늘 그렇듯 반론과 지적이 난무할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암튼간에 결론 아닌 결론 이야기를 해보자면, 네이버의 공과는 명확합니다. 그리고 좋던 싫던 그들의 영향력은 현재 스코어는 절대적이며, 부침이 심한 IT업계에서 이례적으로 짧은 미래 안에는 변하지도 않을 듯 합니다. 그런 이상 네이버를 빼고는 블로그를 얘기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구요.
원문: 짬봉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