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종합지처럼 다양한 콘텐츠 주제를 다룬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새로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야 한다면 페이지 하나로 모든 콘텐츠 주제를 아우르는 게 맞을까요?
종합 vs. 전문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관련해서 가장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곳을 꼽으라면 종합 스포츠지를 빼 놓을 순 없을 겁니다. 축구, 야구, 농구, 배구, 영화, 방송, 연예인… 다루지 않는 주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건 그런 종합스포츠지가 운영하는 페이지의 팬 수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겁니다. 다루는 주제가 다양한 만큼 각 주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다 모여들어 팬 수가 상당할 것 같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이죠.
반면, 오로지 야구 이야기만 하는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 <베이스볼 투나잇>과 축구 전문지 <스포탈코리아>, 영화전문지 <씨네21>의 페이스북 페이지 팬 수는 종합스포츠지보다 몇 십 배나 더 많습니다. 오로지 골프 이야기만 하는 골프 전문지 <골프다이제스트>의 팬 수도 종합스포츠지에 비해 결코 밀리지 않고 있구요.
주제가 협소해지니 팬 수가 늘어나는 현상,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난 야구 외에 다른 스포츠에는 관심이 없는데, 어떤 페이지가 내 관심 밖에 있는 주제들도 다루고 있다면, 굳이 그 페이지를 구독해서 관심 밖에 있는 콘텐츠를 받아보는 데 시간을 허비하고 싶어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여러분이 종합스포츠지처럼 다루고 있는 콘텐츠 주제가 다양하다면 소셜미디어 채널에서는 주제를 좁힐 필요가 있습니다. 아니면 주제 별로 계정을 따로 운영하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소셜미디어 채널은 전문점과 같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구독자를 빨리 모을 수 있습니다.
왜 언론사 페이지는 인기가 없을까
그런데, 또 다른 재밌는 사실 하나는 종합지보다 인기가 많은 전문지들도 언론사가 운영하지 않는 커뮤니티 페이지보다 페이지 팬 수가 적다는 겁니다.
커뮤니티 페이지인 ‘야구친구’, ‘축구에 미치다’, ‘영화정보특공대’의 팬 수는 전문 미디어인 <베이스볼투나잇>, <스포탈코리아>, <씨네21>보다 패 수가 몇 배나 더 많습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전문성은 언론사가 최고입니다. 그런데도, 비 언론인이 운영하는 커뮤니티페이지에 밀리고 있는 것이죠. 왜 그런 걸까요?
이유는 언론에 대한 독자들의 인식 때문인 듯합니다.
사람들은 특정 언론사 페이지를 보면 왠지 무겁고 딱딱할 것 같은 느낌, 정치적으로 나와 코드가 맞지 않을 것 같은 느낌, 이런 저런 기사들을 마구잡이로 공유할 것 같은 느낌, 특정 언론사의 기사만 받아봐야 할 것 같은 느낌, 기레기… 그래서 그냥 싫은 느낌을 받습니다. 언론사 이름으로 된 페이지를 접했을 때 받게 되는 인상이 팬이 되는 것을 방해하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SBS가 SBS라는 이름을 버리고 ‘스브스뉴스’, ‘비디오머그’라는 이름으로 페이지를 운영하는 것, 조선일보가 ‘선’이라는 이름으로, KBS가 ‘고봉순’이라는 이름으로 페이지를 운영하는 것은 그런 맥락에서 이해해 볼 수 있습니다. 특정 언론사와의 관련성을 희석시켜 더 많은 사람들을 팬으로 만들고자 하는 시도인 겁니다.
요즘 기업들 사이에선 브랜드 저널리즘이라는 관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나 소셜미디어 채널 같은 기업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사보나 쇼핑몰처럼 운영하지 말고 미디어처럼 운영하자는 관점입니다. 특정 기업과 제품을 이야기 하지 말고 기업의 미션이나 제품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고객들의 문제와 관련된 정보들을 제공하자는 관점이기도 합니다. 이 관점을 짧게 요약하자면 브랜드 웹사이트와 콘텐츠의 탈 브랜드화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언론사도 비슷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소셜미디어 채널로 더 많은 독자를 모으고 싶다면, 특정 언론사의 이름을 너무 강조하지 말고 스브스뉴스가 한 것처럼 브랜드와 적당히 거리를 두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 페이지가 트래픽 증대에 도움이 되게 하려면
언론사들은 페이스북을 자사 웹사이트 트래픽을 늘리기 위한 보조채널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냉정하게 따져봅시다. 과연 페이스북 페이지가 트래픽 증대에 도움이 될까요?
팬 수가 4만명 정도 되는 한 언론사의 페이지 인사이트 데이터입니다. 보시면, 뉴스피드로 페이지 포스트를 받아본 사람 수가 적게는 3천명에서 많게는 만 명에 이릅니다.
그런데, 링크를 클릭해서 뉴스 원문을 읽은 사람 수는 많아 봤자 천명 적게는 60여명에 불과합니다. 팬 수 4만명 페이지가 트래픽 증대에는 별 도움이 안 되는 것이죠.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하는 게 하나 더 있습니다. 링크를 클릭하지 않은 사람은 뉴스를 본 걸까요, 보지 않은 걸까요?
페이지에 뉴스 링크를 공유할 때 본문을 요약해서 소개하고 있거나 카드뉴스 형태로 스낵커블하게 가공해서 소개하고 있다면 그 사람들이 뉴스를 봤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냥 제목 정도만 소개하는 걸로 그치고 있다면 결코 뉴스를 봤다고 할 수 없을 겁니다.
페이스북 페이지로 웹사이트 트래픽을 늘리고 싶다면, 관점을 바꿔야 합니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트래픽을 늘리기 위한 보조채널이 아니라 그 자체로 독립된 뉴스사이트로 봐야 합니다. 페이지 포스트로 뉴스를 소개하지 말고 뉴스를 제공해 줘야 합니다.
페이스북은 페이지 포스트를 몇 퍼센트의 팬에게 뉴스피드로 보여줄 것인지를 결정하는 기준, 엣지랭크 알고리즘이 있습니다. 엣지랭크 알고리즘에는 십만가지가 넘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웨이트라는 요소를 가장 중요하게 반영합니다.
무거운 콘텐츠일 수록 더 많은 팬들에게 뉴스피드로 전달될 수 있다는 얘기인데요, 콘텐츠의 무게는 콘텐츠에 달리는 ‘좋아요’, 댓글, 공유의 회수로 결정됩니다.
‘좋아요’보다, 댓글이 달리는 포스트일수록, 댓글보다 공유가 이뤄지는 포스트일 수록 더 많은 팬들에게 전달됩니다.
그런데 콘텐츠에 대한 ‘좋아요’, 댓글, 공감 같은 반응은 콘텐츠 소비가 완료된 다음에 일어납니다. 사람들은 링크를 클릭하는 걸 귀찮아합니다. 그런 만큼 페이지로 공유한 뉴스 링크를 클릭해야만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면 콘텐츠 소비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포스트에 대한 ‘좋아요’, 댓글, 공유 수도 적을 수밖에 없고, 당연히 엣지랭크 알고리즘에 의해 그 콘텐츠의 뉴스피드 도달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뉴스링크를 클릭하지 않아도 정보 소비가 일단락 될 수 있는 형태로 포스트를 발행한다면 ‘좋아요’, 댓글, 공유가 더 많이 생길 겁니다. 당연히 뉴스피드 도달율을 높아지게 될 테구요. 더 많은 사람에게 포스트가 뉴스피드로 전달되는 만큼, 포스트에 첨부된 링크를 클릭하는 사람 숫자도 비례해서 늘어날 겁니다.
이렇듯, 페이스북 페이지를 그 자체로 독립된 뉴스사이트로 바라보면 웹사이트 트래픽은 덩달아 늘어날 수 있게 됩니다.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라
앞서 페이지 페이지 포스트에 대한 사람들의 공유 수가 포스트의 뉴스피드 도달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따라서 여러분은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남기고 싶어할 만한 포스트보다 사람들이 공유하고 싶어할 만한 포스트를 작성해야 합니다.
리스티클이나 카드뉴스(라는 형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쉽고 친절하고 구체적으로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이 중요), 실용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콘텐츠, 테스트 콘텐츠처럼 공유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곁들일 수 있는 그런 콘텐츠를 만들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공유하는 콘텐츠의 특징을 파악하기 위해선 먼저 자신이 만든 기사부터 분석을 해야 합니다. 쉐어드카운트(sharedcount.com)라는 툴이 있습니다. 이 툴에 여러분 또는 동료가 작성한 기사 링크를 입력하면 소셜미디어로 총 몇 번 공유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확인했는데 적지 않는 회수로 공유가 됐다면 원인을 찾아 내야 합니다.
제 연구소가 더부살이 하던 블로터에서 ‘100살까지 일할 수 있다우 네이버 씨’라는 기사가 발행된 적이 있는데 페이스북에서만 1800회 이상 공유가 됐습니다. 이 기사는 네이버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은퇴한 실버세대를 고용해 모니터링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실버 세대 분들이 일을 너무나도 잘 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이 기사가 많이 공유된 이유가 뭘까? 두 개의 가설을 세워 봤습니다.
-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공익 코드가 통한 것
- 디지털 공간에서 약자라고 할 수 있는 실버 세대들이 우리의 예상을 깨고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다는 의외성 코드
이 가설들 중에 어떤 것이 맞는 걸까요.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각 가설에 부합되는 다른 기사들을 만들어 보고, 역시 통하는 지 확인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콘텐츠 생산의 주체를 좋아하게 하라
작년 카카오가 모바일페이먼트 서비스를 출시했을 때 수 많은 언론들이 분석 기사를 쏟아 냈습니다. 그 중의 모 언론의 분석기사가 두드러졌는데, 그 기사에 대한 제 페친의 반응은 “기사는 좋지만 싫어하는 언론이라 공유하기 싫다”였습니다.
기업들은 소셜미디어 채널을 운영한다면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남기고 공유를 할까를 고민합니다. 하지만, 콘텐츠가 아무리 좋아도 사람들이 콘텐츠를 만드는 주체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콘텐츠에 대한 반응은 적을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언론사는 콘텐츠를 고민하기에 앞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우리 미디어를 좋아하게 만들까 부터 고민해야 합니다. 미디어에 대한 팬덤이 형성되어야 더 많은 공감과 공유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소셜미디어로 미디어를 브랜딩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언론사는 뭐다, 라는 판에 박힌 광고 메시지를 반복해서 들려주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소셜미디어로 브랜딩을 하기 위해선 여러분이 좋은 기사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여러분이 언론인으로서 어떤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사람들이 일하는지… 이런 기사 뒤에 숨겨진 배경과 기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면서 독자 스스로 여러분 미디어를 신뢰할 수 있는 미디어로 결론 내릴 수 있는 그런 맥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동영상의 경우
얼마 전부터 페이스북이 동영상 콘텐츠가 유통되는 강력한 플랫폼으로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동영상 콘텐츠가 자동 재생되고, 페이스북이 뉴스피드 도달율에 있어 가산점을 주면서 기업들이 더 많이 관심을 가진 탓이 클 텐데요.
페이스북을 동영상 콘텐츠의 유통 플랫폼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동영상 시청 행태를 고려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유튜브에 방문할 땐 동영상을 보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방문합니다. 그런 만큼, 최소한 이어폰을 귀에 꽂고 방문합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어떤가요. 페이스북은 뉴스피드를 살펴보다가 우연히 동영상에 노출됩니다. 그 때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는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많지 않을 겁니다. 따라서 페이스북에 동영상을 게시할 때는 소리가 소거된 상태에서도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하다 못해 자막이라도 잘 입혀줘야 합니다.
개인의 영향력을 활용하라
지금까지 미디어라는 기업 입장에서 페이지를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해 말씀 드렸습니다. 도움 되는 몇 가지 말씀을 드리긴 했지만, 사실 페이지 팬을 늘리는 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지역 언론 중에 가장 크다 할 수 있는 부산일보만 하더라도 페이지 팬 수가 6천명 수준에 불과합니다. 부산 일보가 이 정도인데 다른 지역 언론은 오죽하겠습니까.
하지만, 프로필이라는 개인 계정은 다릅니다. 개인 계정으로 친구라는 구독자를 천명 만들 건지 3천명 만들 건지, 5천명 만들 건지는 노력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입니다. 미디어가 페이지를 운영하는 것보다 기자 개개인이 프로필을 활용해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더 빠를 수도 있단 얘기입니다.
지금까지는 미디어의 영향력을 기자들이 나눠가졌다면 앞으로는 기자 개개인의 영향력이 더해져 미디어의 영향력을 만드는 시대가 될지도 모릅니다.
거꾸로 생각하라
여러분 중에 미디어 창업을 고려하고 계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 분들을 위한 한 가지를 말씀드리면서 제 발제를 마치겠습니다.
미디어를 창업하면 종이, 웹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죠. 인터넷 신문을 창간하면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 오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페이스북 페이지 같은 소셜미디어 채널을 만들어 열심히 뉴스링크를 공유합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 채널도 구독자가 많아야 효과가 있을 터, 이번엔 소셜미디어 채널을 키우기 위해 다른 일을 하게 됩니다. 옥상옥 현상이 생겨나는 거죠.
저는 반대로 가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소셜미디어 채널을 뉴스사이트라고 생각하고, 먼저 소셜미디어 채널부터 열심히 키운 다음, 팬과 같은 구독자 수가 충분해지고, 구독자들의 팬덤이 구축됐다고 판단되면 그 때 웹으로, 종이로, 모바일 앱으로 확장해 나가가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피키캐스트’가 그랬고, 야구 정보 앱인 ‘야구 친구’가 그랬습니다. ‘스브스뉴스’도 앞으로 그렇게 진화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 글은 2015년 8월 미디어오늘이 주최한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내용으로 글에서 소개하는 미디어들의 소셜미디어 채널 구독자 수가 현재와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블로터아카데미에서 진행하는 페이스북 마케팅 워크숍에 참여하시면 더 많은 정보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원문: 적정마케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