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때때로 한국에서 상상도 할수 없는 행사가 열립니다. 그중 하나가 ‘총기난사 대처법’ 세미나입니다. 요즘 제가 사는 동네에는 유행처럼 총기난사 대처법 세미나가 열리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과 달리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미국에서, 총기난사는 언제든지 일어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학교나 교회, 상가를 노린 총격사건이 늘고 있는데다, 최근에는 파리테러나 샌버나디도 테러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총기난사’는 이제 미국인들에게 ‘남의 일’이 아니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인들은 총기난사에 살아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요. 최근 애틀랜타의 존스크릭에서 열린 ‘총격범 상황시 민간인 대처요령’ 세미나를 가보고, 한번 소개하고자 합니다. 폰카로 찍어 사진화질은 좋지 않지만, 유튜브로 동영상도 연결해두었으니, 영어가 되시는 분은 한번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좋은 세미나를 마련한 존스크릭과 둘루스 경찰에게 감사합니다.
주의: 사진이나 영상에 잔인한 내용이 있을수 있습니다. 거부감이 있는 분은 보지 마세요.
총기난사 사건을 접한 사람들의 공통적 심리
먼저 세미나를 시작하기 전에 경찰관은 먼저 한가지 공지를 합니다.
“앞으로 저는 다양한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 소개할 것입니다 .그러나 한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이 비겁한 겁쟁이(총격범)의 이름을 절대 입에 올리지 말자는 것입니다. 이런 겁장이들이 총격을 저지르는 이유는 한가지 때문입니다. 자기 이름을 역사에 영원히 남기기 위해서, 남들에게 영원히 기억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 이 겁장이들의 이름을 절대로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도 절대로 말하지 마십시오.”
그러고는 1999년 10월 20일에 발생한 콜럼바인 총기난사 사건 영상을 소개합니다.
“만약 이런 총기난사가 주변에서 발생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대처하겠습니까. 총기난사 사건을 접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크게 3단계로 나뉩니다. 1. 사건 발생 부인(Deny) 2. 상황 파악 지연(Deliveration) 3. 주변 사람 눈치 살피기입니다.”
우리가 쓰러진 사람을 돕는 데 걸리는 시간 차이의 이유
그리고서는 9.11테러에 대해 소개합니다.
“이것은 9.11테러 당시 영상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폭음을 듣고 어떻게 행동했는지 알고 있나요? 컴퓨터를 끄고, 노트북 컴퓨터와 지갑을 챙기고, 옷 챙기는데 5~10분이 걸렸습니다. 그 엄청난 폭움을 듣고도 말이죠. 통계에 따르면 15분 안에 대피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살아남았는데 말이죠.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질까요?”
“영국 심리학자가 한가지 실험을 해봤습니다. 런던 사람들이 길거리 한복판에서 쓰러진 사람을 돕는데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리는지 말이죠.”
다음번에는 평범한 차림의 여성이 길거리에 넘어져 있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4분이 걸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세련되게 잘 차려입은 신사가 길거리에 넘어져 있어보았습니다. 얼마나 걸렸을까요. 불과 6초였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우리가 남의 눈치를 보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하고 접촉하는 순간 같은 패거리로 취급받을 수 있다는 눈치를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노숙자에게 말을 거는데는 20분이 걸리지만, 신사에게 말거는 데는 불과 6초가 걸립니다. 말쑥하게 차려입은 신사와 같은 그룹으로 묶일수 있으니까요.
마찬가지입니다. 폭발이나 총격이 발생하면 여러분은 어떻게 반응할 것 같습니까. 설마 이게 총소리일까, 아니야. 폭죽일거야. 그렇게 생각합니다. ‘상황 발생 부인’입니다. 그러고나서 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 몰라 시간을 끕니다. 지갑을 챙긴다든지, 옷을 챙긴다든지 하고 말이죠. 그러고 다른 사람들 눈치를 봅니다. 다른 사람들도 상황을 파악못해 머뭇머뭇 합니다. 여러분도 튀는 행동을 하기 싫어서 이 상황을 부인하고 다른 사람들의 그룹에 합류합니다.”
2~3분간 화재를 연출인 줄 알고 있다가 100명이 사망한 공연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여기에 9.11 테러 당시 릭 레스콜라(Rick Rescorla)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해병대 출신인 이 사람은 비행기가 충돌할 당시 44층에 있었습니다. 빌딩 경비책임자인 폭음을 듣자마자 모두에게 대피하라고 했습니다. 여러 층에 있던 사람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킨 후, 본인은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가 사망했습니다. 이 사람 덕분에 적어도 1,000명이 목숨을 건졌습니다.
테러나 총격, 자연재해 상황에서는 결정적 순간(Deicisve Moment)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럴 때 행동(time for action)하는 사람이 돼야 합니다. 당신이 상황을 빨리 파악하고 움직이면 수십명의 목숨을 구할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경찰관은 비디오 한편을 소개합니다.
그러다가 2~3분째가 되니까 비명을 지르기 시작합니다. 이제 밖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그런데 아까 입장했던 정문으로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이 나이트클럽에는 정문 1개, 비상구가 3개 있었는데,사람들은 정문으로만 몰려듭니다. 상황파악 지연입니다. 당연히 사람이 깔리고 문이 막히게 됩니다. 그러고 불과 6분만에 건물이 전소됩니다. 100명이 죽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만약, 누군가가 “여기에 비상구가 있소. 빨리 움직입시다”라고 말했다면 어떨까요. 수십명은 살지 않았을까요.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서 지금 여기서 누군가 총을 쏜다면 어떻하시겠습니까. 화재가 난다면 어떻하겠습니까. 대피해야겠죠? 그런데 지금 여러분이 입장한 문 말고 비상구 위치를 파악한 사람이 있습니까. 정문에 사람이 몰리면 비상구로 탈출해야 할텐데 말이죠. 항상 어떤 건물, 어떤 방에 입장할 때마다 비상구 위치를 파악해두십시오. 만약 어떤 상황이 발생하면, 가족, 친지, 친구들을 데리고 저기로 탈출해야겠구나 하고 머릿속으로 그려보십시오. 그러면 자신과 남들의 목숨을 구할수 있습니다.”
화재, 총기난사 등 돌발사태에 대처하는 마음가짐
여기서 화재나 총기난사 등 돌발사태에 대처하는 마음가짐을 소개합니다.
- 먼저 진정하라
- 전투에 임한다고 생각하고 숨을 가드듬어라
- 감정을 없애고 즉각반응하라
- 머릿속으로 앞으로 일어날 상황을 그려봐라
- 끊임없이 연습하라.
그 다음에 경찰관은 갑자기 권총을 꺼냅니다.
“만약 군인 출신이 아니라면 평생 총소리 한번 못들어본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래서 총을 준비했습니다. 이 무대에서 직접 공포탄을 쏠테니 총소리가 어떻게 들리는지 한번 들어보십시오.”
“탕!”
“자, 어떻습니까. 이게 폭죽 소리처럼 들립니까? 아니면 총소리처럼 들립니까. 이번엔 연사로 쏘겠습니다.”
“탕! 탕! 탕! 탕!”
“어떻습니까. 이래도 폭죽 소리처럼 들립니까? 일단 이것과 비슷한 소리가 들리면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대처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총기난사에 관한 구체적 대처방안
경찰관은 다음으로 총기난사 상황에 대한 구체적 대처방안에 대해 설명합니다.
Q. 총기난사범은 누구인가.
A. 솔직히 이렇다할 공통적 특징은 발견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상당수는 복수하고자 하는 동기를 갖고 있거나, 무언가 알리고 싶은 주장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총기난사범의 대부분 경찰이 오기 전에 자살합니다.
Q. 총기난사 사건 발생 장소는 어디인가.
A. 많은 사람들이 총기난사 사건은 학교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통계를 내보니, 사건 발생 장소는 상업시설이 48%, 학교가 25%, 야외가 10%였습니다.
Q. 총기난사 발생시 경찰 도착시간은?
A. 경찰 출동 시간은 미국 전국 평균이 7분입니다. 애틀랜타는 그래도 인구밀집지역이라서 3분이 걸립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총기난사 상황은 5분 안에 끝납니다. 슬프지만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을 기다리면 안됩니다. 그 전에 상황이 끝납니다. 여러분이 먼저 슬기롭게 대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총으로 무장하고 있다고 대응해서는 안 되는 이유
Q. 만약 내가 총으로 무장하고 있다면?
A. 총기난사 상황 발생시, 다행히도 당신이 총을 소지하고 있다고 칩시다. 그러나 영화처럼 멋있게 총을 뽑아서 범인과 총격전을 벌이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1. 민간인 대부분은 총기사용 훈련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당황해서 오발할수도 있습니다.
2. 군인 출신이 아니라면, 총격 상황의 스트레스로 실수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3. 총격범의 무장이 당신보다 우월할 가능성이 큽니다. 대부분의 총격범들은 장총이나 산탄총 여러 자루와 탄약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설프게 권총으로 대처하다가 목숨을 잃을 수 있습니다. 총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방어용구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4. 경찰이 오면 무조건 총을 내려놓고 손을 들어야 합니다. 총기난사 현장에 투입되는 경찰관은 총든 사람은 무조건 쏘게 돼 있습니다. 그렇다고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총을 테이블에 올려놓지 마습시오. 제일 좋은 것은 총을 차고 있던 홀스터에 되돌려놓고 손을 드는 것입니다.
죽은 척하지도, 숨지도 말고 일단 도망가라
Q. 사건 발생시 죽은척하면 살수 있다?
A. 총격 사건이 났을 때 바닥에 엎드려 죽은척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일까요. 여기 버지니아텍 총기난사 사건의 생존자의 증언이 있습니다. 그는 총격범이 총에 맞아 죽은 사람들을 일일이 확인사살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래서 최악의 상황이 아니면 죽은척 하기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 시간에 도망가는 것이 차라리 낫습니다.
Q. 숨어서 도움을 기다린다?
A. 총기난사 발생시 도망가지 않고, 책상이나 바닥에 엎드려서 구원을 기다린다?(Hide and hope) 총격범이 있는데 희망이 어디서 오고, 기회가 올것 같습니까. 그 시간에 도망을 가십시오.
그리고 경찰관은 총기난사 발생시 3가지 행동 원칙을 설명합니다.
- 도망가라(Avoid)
- 거부하라(Deny)
- 자신을 지켜라(Defend)
“총기난사 발생시 도망가야 하는 이유는 아까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도망갈 상황이 안되는 경우, 총격범의 공격을 적극적으로 거부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실내에 갖혀 있는 경우, 방문을 닫고, 불을 끄십시오. 핸드폰도 아예 꺼버리십시오. 진동도 안됩니다. 총격범의 시야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만약 총격범이 방으로 들어오려 하거든, 문고리를 끈으로 묶어버리거나, 문 앞에 테이블이나 가구 등 장애물을 쌓으십시오.
그리고 정말 총격범이 내 눈앞에 나타난 경우, 그냥 엎드려서 살려달라고 빌지 마십시오. 손에 잡히는 것은 모조리 잡고 죽을 때까지 자신을 지켜야 합니다. 하다못해 펜이나 소화기, 종이칼, 스테플러로도 대처할수 있다. 총격범을 쓰러뜨리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피해자가 예상외로 강하게 반응할 경우, 총격범은 물러나거나 다른 목표를 찾아 떠날수도 있습니다.”
한국,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날 필요
총기난사 대처법 세미나에 참가하고 난 후 미국의 상황을 새삼 돌아보게 됩니다. “총질까지 걱정해야 될 정도로 미국은 막가는 나라”라고 생각할 필요는 굳이 없을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1년에 발생하는 총기난사 사건이 20~30건이라고 합니다. 이정도라면 홍수, 지진, 태풍 등의 자연재해와도 별반 차이나지 않는 발생 빈도입니다. 2~3명, 때로는 10여명 사망하는 홍수나 태풍 대처요령도 학습하는 마당에, 언제 일어날지는 모르지만 총기난사 대처방안을 미리 학습해두는 것도 적어도 손해보는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총과 총기난사를 대하는 미국인의 자세, 여러분들이 보시기엔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