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케인의 아내 씬디, 엄청난 부자인 그녀가 낸 세금은? 무려 연 10억 대.
지지난 공화당 대선 후보인 매케인 진영에서 기자들에게 한 다발의 서류 뭉치를 내밀었습니다. 거기에는 매케인의 아내인 씬디(Cindy)의 작년도 납세 보고서(2007 tax return)가 포함되어 있었죠. 아시는 분들은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매케인의 아내인 씬디 매케인은 헨슬리사(Hensley & Co.)라고 미국 내에서 앤호이저 부시(Anheuser-Busch) 맥주의 배급사 회장직을 맡고 있죠. 그 회사를 창업한 아버지로부터 유산 상속 받은 겁니다. 엄청난 부자죠.
2004년 대선에서도 민주당 후보였던 존 케리의 아내였던 테레사 하인즈 케리 (Theresa Heinz Kerry)도 자신의 전년도 납세 보고서(2003 tax return)를 공개했었죠. 케리의 아내도 하인즈가의 유산을 물려 받아서 상당한 부자입니다. 대략 재산만 10억 달러 정도 된다고 보죠.
이제 매케인의 아내인 씬디가 얼마나 세금을 냈는지 한번 살펴보죠. 2006년에는 610만 달러의 유효소득을 거둬 170만 달러를 세금으로 납부했고 2007년에는 420만 달러의 유효소득을 거둬 110만 달러의 세금을 냈습니다. 대충 따져보면 26.2% 정도의 세금을 낸 셈이네요.
세율이 왜 낮냐고요? 이율 낮은 채권 투자와 기부 때문입니다.
원래 미국에서 10만 불 정도의 연봉에 부부가 별도로 세금보고를 하는 경우 (매케인과 그의 아내의 방식) 연방 정부 소득세만 22.6% 정도 냅니다. 게다가 사회보장세(social security tax) 로 추가로 6.2%를 내고 거기에 노후의료보장세(Medicare tax)가 1.45%까지 내면, 대략 세금으로 30% 가까이 나가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소득이 18만불 넘어가면 소득세율은 35%까지 치솟아 버리죠. 물론 이런저런 공제를 받지만, 그리 크지는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매케인의 아내 씬디가 작년 한해 420만 불을 벌어 110만 불의 세금을 낸 것이 큰 액수 같아 보이지만 실제 세금 비율은 다른 월급쟁이들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낮은 편입니다. 이걸 보고 공화당 놈들 나쁜 놈들이라고 하시고 싶은 분들은 잠시 참으시기 바랍니다. 2004년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존 케리의 아내인 테레사는 당시 2003년 세금보고서에 따르면 세금 비율이 겨우 12%밖에 안되었으니까요. 테레사도 그렇고 씬디의 경우도 그렇고 이렇게 세금 비율이 낮은 이유는 이들이 대부분의 자산을 지방 자치단체가 발행하는 채권(municipal bond)에 투자해 놓는데, 이 채권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은 기본적으로 연방 소득세가 면제인 때문이죠.
이걸 보고 또” 미국 상류층들 노블리스 오블리제라고 하더니 돈 많은 놈들이 세금 비율은 더 낮구나!”라고 욕하실 분들도 잠시 참으세요. 매케인과 그의 부인 씬디는 작년과 재작년 자선 사업에 34만 불을 기부했으니까요. 1 달러에 1천원으로만 계산해도 3억 4천만 원을 기부한 거니까 부자라고 해서 작은 돈은 아니죠. 물론 2년간 수입은 100억 원 정도이니 겨우 수입의 3.4%만 기부했냐고 빈정댈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부자라고 몇 억 원씩 하는 돈이 아깝지 않은 건 아니죠.
매케인의 아내, 투기할 곳이 없어서 채권에 투자했을까?
그런데 매케인 아내의 재산증식 방법이 눈에 띕니다. 자신들의 여유자금 대부분을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는 채권에 투자해 버립니다. 미국은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는 채권(municipal bond)의 경우, 이자율은 낮은 대신에 연방소득세가 감면되는 혜택이 있습니다. 이런 방식을 통해 연방정부는 지방자치단체에게 직접적인 재정보조를 하지않으면서도 실제로는 재정지원을 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죠.
그런데 왜 하필 이율 낮은 채권일까요? 이미 그 당시 정계의 거물이던 이들이 소위 지역개발 정보를 포함한 각종 부동산시장 정보이나 주식 내부 정보가 없어서 자신들의 돈을 이자도 얼마 못 받는 지방자치단체 채권에 투자해 두었을까요? 설마 그렇겠습니까? 소위 명성과 돈 관리의 깔끔함의 표본을 보여 주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돈 많은 아내 둔 덕분에 정치하는데 방해가 되기 보다는 득을 더 많이 봤을 것 같기는 하네요. 이게 남편을 대통령자리까지 올려보겠다는 아내들의 야망의 산물이던 아니면 정말이지 가난한 이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의 산물이던, 당장 몇 년 후 남편의 대선후보 재산검증 자리에서 누구도 이들에게 돌을 던지지 못하게 하는 튼튼하기 그지없는 방패가 되어 버린겁니다.
대한민국의 고위 인선자 아내들, 투기 안하려 노력하셨습니까? 기부 하셨습니까?
아쉽게도 맥케인 후보의 아내였던 씬디가 남편의 가능성을 믿고 장기적으로 돈관리와 명성관리를 해 온 것과는 달리, 대한민국의 고위직 인선에 이름을 오르내리는 분들은 전혀 이런 면이 없습니다. 최소한 그런 자리를 염두에 둔 삶을 살지는 않은 사람들이었다고 확신합니다. 더불어 부동산 투기를 했건 위장전입을 했건… 정말이지 장관 후보자나 총리후보자 누구 하나 보도자료에 자선사업에 기부를 얼마 했다거나 하는 보도내용이 없는 걸 보며 많이 낙담하게 됩니다.
앞으로 여당이던 야당이던… 최소한 장관 자리 정도의 야망을 품은 정치인이라면, 제발 좀 명성관리와 돈관리에 신경을 쓰면 좋겠습니다. 정치인의 아내들도 자신의 남편의 가능성을 좀 높게 잡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청와대 참모 양반들도 대통령의 뒤통수를 치는 제오열이 아니고서야 이런 인선을 대통령이 하게 할 수는 없죠. 설사 대통령이 고집을 부렸다고 해도 본인들 자리를 내놓고라도 말렸어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발이지, 국민들과 청와대 사이를 이간질하는 후보자 추천은 좀 자제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