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인문학 열풍의 시작에는 미국의 ‘클레멘트 코스’가 있습니다. 노숙자들을 대상으로 철학, 문학, 역사 등을 가르쳤던 과정인데요, 많은 이가 “한 끼 식사가 급한 이들에게 무슨 인문학이냐”고 혀를 찼지만 오히려 인문학을 배움으로써 삶의 태도가 달라지고 재활에 성공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클레멘트 코스를 수료한 한 수강생은 아래와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인문학을 배우기 전에는 욕이나 주먹이 먼저 나갔어요. 그러나 이젠 그렇지 않아요. 나를 설명할 수 있게 됐거든요.”
인문학이라고 해서 어렵고, 따분한 건 아닙니다. 삶의 통찰과 함께 유쾌한 재미를 줄, 그리고 인문학의 ㅇ자도 몰라도 충분히 즐기고 배울 수 있는 책 7권을 준비했습니다. 물론 ㅇ자를 아는 분들이라면 훨씬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겁니다. 그게 또한 인문학의 매력이니까요.
1. 담론
작고하신 성공회대학교 신영복 선생님의 강의를 엮은 책입니다. 『시경』 『논어』 『주역』 등 여러 동양 고전을 선생만의 독법으로 읽고 해석하게 됩니다. 여러 고전을 다루고 있음에도 굳이 입문서로 추천하는 이유는 이 책이 ‘공부’ 자체를 하나의 중요한 주제로 삼기 때문입니다.
공부란 무엇일까요? 왜 공부를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선생은 여러 동양 고전을 강의하는 동시에 이와 같은 질문들을 끊임없이 던지고 답하는 걸 잊지 않습니다. 이뿐 아니라 신영복 선생의 기나긴 수형 생활 등에서 비롯한 여러 일화와 지혜도 담았으니, 선생의 삶과 가르침이 궁금했던 이라면 주저 없이 선택하셔도 됩니다.
2. 로봇 시대, 인간의 일
근래 세계 최고의 기업들의 각축장이 된 사업을 이야기한다면 단연 ‘무인 자동차’입니다. 벤츠와 같은 전통적인 자동차 기업은 물론 구글·애플 등의 IT 기업까지. 머지않은 시일에 운전자 없이 스스로 주행하는 자동차를 보게 될 듯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택시 기사와 버스 기사를 비롯한 많은 운전기사는 어떻게 될까요?
지하철에서 역무원이 표를 검사하는 모습은 새로운 세대에겐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모습이겠지요. 이 책은 사람의 일을 점차 로봇이 대신하는 우리 시대에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의문과 고민을 독자들에게 전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보는 것으로부터 인문학적 사유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입니다.
3. 사피엔스
인간이란 무엇일까요? 이 책은 변방의 유인원이 세상의 지배자가 되는 과정을 다양한 역사적 증거와 학문적 상상력을 통해 풀어냅니다. 저자는 약 7만 년 전의 인지혁명, 약 1만 2,000년 전의 농업혁명, 그리고 약 500년 전의 과학혁명을 중심으로 ‘인간’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시에 미래를 바라봅니다.
‘과학혁명’의 결과 인간은 이제 수명을 늘리거나 생명체를 복제하는 등 가히 신의 영역까지 노리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온갖 기술의 이기와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지만, 과연 현대인이 고대인보다 더 행복할까요? 이 책은 이처럼 우리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에 접근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4. 혼자가 편한 사람들
한동안 세상은 조용하고 내향적인 사람들보단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사람들을 선호해 왔습니다. 우리 한국에서는 더욱더 그랬지요. 그러나 IT 산업의 발전과 정보화가 진행됨에 따라 내향적인 성격의 또 다른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책에 따르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내성적 성격입니다. 다만 세상이 외향적인 사람을 선호하다 보니 의식적으로 성격을 고치거나 억눌러 왔을 뿐이지요. 저자는 그런 내성적 성격을 자세히 분류·유형화해 앞으로의 삶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제시합니다. 꼭 내향적인 사람이 아니더라도 자기 자신의 모습을 다시금 제대로 바라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입니다.
5. 나의 한국현대사
사람들은 의례 역사를 이야기할 때 공정하고 객관적인 관점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선택되어 역사란 것에 기록되었다는 것부터가 절대적인 객관과는 거리가 있음을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때로는 기계적인 공정보다는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역사를 바라보는 중요한 요소가 되겠지요.
이 책은 유시민 씨가 보고 겪고 느낀 현대사 55년의 이야기를 엮은 책입니다. 서문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사실들을 선택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인과관계나 상관관계로 묶어 해석할 권리는 만인에게 주어져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설령 그의 관점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추천할 만합니다.
6.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이제는 전직이 되어버린 현직 지방대 시간강사가 우리나라 대학원생과 시간강사의 아프고 어려운 삶을 너무도 덤덤하게 서술한 수필집입니다. 이미 여러 매체에서 소개되었지요. 이 책이 인문학 입문서로서도 충분히 훌륭한 이유는 결코 대학원생과 시간강사의 어려운 삶을 토로하는 데서 그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삶과 경험을 통해 그러한 어려움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비롯되었는지, 무엇이 그러한 어려움을 만들어 내었는지 쉽고도 적나라하게 이야기합니다. 나의 삶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대학 사회의 민낯이 되고, 결국 우리 사회의 민낯이 되는 것이지요. 대학이라는 사회에 속해봤던 이들이라면 꼭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7. 공부 중독
한국 사회에서 “공부 열심히 하라.”는 가장 일반적이고 대중적인 덕담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공부가 다가 아니란 것을 이미 너무도 잘 압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위해서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 길러내는 것보다 사회성과 공감 능력이 우수한 시민을 길러내는 게 우선일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위와 같은 문제의식 아래서 ‘공부’라는 블랙홀이 어떻게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잠식하는지 사회학자와 정신과 의사의 대담을 엮은 책입니다.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만난 학자와 진료실에서 학생들의 만난 의사, 각기 역할은 다르지만 그들은 공통적으로 ‘공부 중독’이 우리 사회의 문제라고 이야기합니다. 본격적으로 사회와 구조의 문제를 바라보려는 이들에게 이 책은 좋은 경로가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