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찮게 상하이를 다녀올 일이 있었다. 최근 해외 역직구 열풍으로 주목받고 있는 에이컴메이트의 도움으로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작년 이맘때도 상하이에 다녀왔지만, 1년 사이에 내 생각은 완전히 변했다.
작년: 이제 우리는 중국보다 잘할 게 없다.
올해: 이제 우리는 중국보다 잘하는 게 없다.
이미 한국은 중국의 비교 대상도 아니다
한국에 미래는 없다. 중국 시장이 이렇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3가지다.
- 뻔한 이야기지만 사이즈가 다르다.
- 그 사이즈를 활용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애쓸 때, 한국 정부는 겐세이만 놓고 있다.
- 될만한 시장이라 생각해서 미국을 위시로 국제 자금이 몰리고, 한국은 안중에도 없다.
이러한 성장속도의 차이는 양적보다 질적이기에 더욱 무섭다. 예를 들어보자.
- 중국에서는 앱 하나로 대리운전, 일반 운전자를 통한 나라시, 택시를 모두 부를 수 있다. 각 서비스들이 연동되었기에 어떤 서비스로도 쉽게 교통 서비스에 가능하다.
- 우리가 카드 긁을 때 그들은 휴대폰 꺼내들고 비밀번호 누르면 결제가 끝난다. 어차피 지문 등을 이용하기에 보안 이슈도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
- 우리가 존만한 땅에서 로켓배송한다고 엄지 척 올릴 때, 중국은 그 넓은 땅에서 당일배송이 이뤄진다.
양으로 보면 더욱 끔찍하다. 단일 프랜차이즈 50개 업소 정도가 있는 곳이 연 매출이 조를 넘는다고 한다. 빽다방과 새마을식당에서 이제 좀 싸게 먹는다는 나라가 불쌍하다. 죄송해요. 조상님들. 어차피 이 나라는 수탈과 조공의 역사였잖아요. 아무튼 사이즈가 나오니 서비스가 올라간다. 예를 들어보자.
-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싸니 종업원이 여유가 있어 친절함은 기본이오, 주문을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 질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 젓가락을 꺼내 쓰는 게 아니라, 포장되어 나온다. 더 놀라운 건 손을 닦는 수건도 함께 포장되어 세트로 나오는 것이다. 사이즈가 크니 가능한 일. 이게 다 고객 경험이다.
- 사업 규모가 크니 테이블 사이즈가 다양하고, 테이블 위의 꼬치를 굽는 화로도 다양하다. 엄청난 임대료에 시달리며 불편하게 끼어 먹는 나라와는 차원이 다르다.
차원이 다른 중국
O2O 이야기가 많은데, 한국은 그냥 오프라인 혹은 전화 서비스가 온라인으로 옮겨간 정도다. 중국은 그냥 모바일에서부터 리스타트한지라 그 경험과 사이즈가 차원이 다르다.
- ‘배달의 민족’에서 한 달 거래되는 배달이 중국의 한 배달 업체 하루 배달량이다.
- 우리가 열심히 도시락 싸다닐 때 큰 회사는 회사 단위로 원하는 메뉴별로 단체 배달이 온다.
- 여기에 필요한 건 당연히 자본. 우리가 100억 투자에 입 벌릴 때, 걔네는 1,000억 투자는 기사에도 안 뜬다.
사실 경제환경뿐 아니라, 애초에 마인드셋에서도 많이 불리하다.
- 한국인 최고의 장점은 근면성이었는데, 얘네도 노오오오오오오력이 늘어서 야근도 잘 하고 업무 수행 능력도 많이 올라왔다. 물론 전반적으로 한국이 위이지만, 중국은 헬조선보다 인건비가 많이 싸다. 노동자 측면에서는 중국이야말로 진정한 헬일지도 모르겠다.
- 대국의 기개인지 남의 눈치를 별로 보지 않는다. 화장하지 않는 여자는 매우 쳐야 하며, 남자도 버는 만큼 품위유지비를 써야 하는 반도와는 다르다.
- 공자도 때려 부순 전력이 있는 나라인 만큼 위아래가 없다. 사장님 부장님 위아래 위위아래 자꾸 위아래로 흔들리는 나라보다 커뮤니케이션과 의사 결정이 훨씬 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길게 썼는데, 요약하면 대한민국의 기업 환경은 중국에 비하면 존나 찐따 같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도 반박이 있을 수 있다. 중국은 결코 기업하기 쉬운 나라는 아니다. 크고 아름다운 만큼 경쟁도 치열하며, 외국인이 중국 내부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도 무척이나 힘들다. 덤으로 북경에 살면 공해로 수명이 10년 정도 줄어든다고 한다.
리스완의 3분 중국어 특강
그래도 어차피 여기가 망한 이상, 미래라도 있어 보이는 곳이 있지 않겠나. 또 전 세계가 지옥이라면 중국은 최소한 빨리 죽을 수라도 있다. 아무튼 중국 진출을 위한 한국인을 위해, 중국어과 출신으로서 중국인들과 빠르게 친해질 수 있는 몇 마디를 소개한다.
- 워헌타오옌르번: 나는 일본을 싫어한다.
- 쫑궈페이창웨이따: 중국은 존나 위대한 나라다.
- 한궈스쫑궈더띠디: 한국은 중국의 동생이다.
이 세 마디만 잘 외우면 당신이 중국인에게 사랑받는 건 금방일 것이다. 물론 그다음 반응은 하나도 못 알아듣겠지만, 이때는 다음과 같이 이어나가면 된다.
- 하오아~: 좋습니다. (좀 더 강조하고 싶으면 ‘하오아하오아~’ 이렇게 이야기하면 된다)
- 라이~: 마시자. (강조하고 싶으면 라이라이~ 를 외치면 된다. 응용형으로 ‘깐뻬이’가 있다)
- (주섬주섬): 어차피 말이 안 통한다면 조용히 한국 화장품을 꺼내자.
진지 빨고 이야기하면 중국어는 기실 그리 어려운 언어는 아니다. 특히 말하기는 독해에 비해 훨씬 쉬운데, 언어구조가 좀 괴랄해서 개똥같이 말해도 그럭저럭 이해는 해준다. 독해는 좀 난이도가 있는데, 어차피 딱히 콘텐츠가 좋은 나라가 아니고 중요한 건 다 영어로 번역되니(…) 그리 중요하지는 않다. 굳이 좋은 점이 있다면, 전 세계 모든 주요 콘텐츠가 불법 번역된달까(;;;)
그럼에도 한국이기에 가질 수 있는 기회
쓰다 보니 너무 부정적인 이야기만 늘어놓은 것 같은데, 당연히 한국이 중국보다 살기 좋다. 경영환경도 좋다. 심지어 인프라도 좋다. 다만, 시대에 발맞추어 나가고자 하는 정부의 역량이 떨어졌고고, 이에 따라 기업가들은 큰 기회를 잃어버리고 있다.
이미 모바일 사업으로 중국 진출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가뜩이나 중국에서 비즈니스하기 힘든 마당에, 그들의 서비스가 더 많은 지원과 투자 하에, 더욱 탄탄하게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인력은 여전히 뛰어나고, 한국만이 할 수 있는 아이템 역시 많을 것이다. 이에 관해서 양경준 대표님께서 페이스북에 잘 정리했기에 전문을 인용해 본다.
한국이 이제는 중국을 능가할 수 없는 것 아니냐: 왜 능가해야 하나요?
이러다 중국의 속국이 되는 것 아니냐: 국제 역학 관계상 불가능합니다.
극단적인 평가와 전망은 말 지어내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맡겨두고 우리는 현실을 직시하고 전략을 세우기로 합시다. 중국은 어떤 목적으로든 한국이 필요합니다. 과거에는 미국과의 지정학적 완충지대로서의 역할이 가장 컸다면 이제는 ‘중국이 돈을 버는 source’로서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중국은 한국에서 온라인 게임을 가져다 팔고 카피하면서 게임산업을 키웠고 배를 만드는 기술, 자동차 만드는 기술을 배워가서 자기의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한류를 동경하고 소비만 하다가 한류를 카피하는 단계를 넘어 이제는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을 통째로 사버리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중국에 생긴 성공방정식 하나는 한국에서 잘 되는 것을 그대로 가져다가 중국에서 하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안 되는 건 중국에서도 안 됩니다. 한국에서 잘 되는 건 중국에서도 잘 됩니다. 중국은 한국에서 뭐가 잘 되나 항상 안테나를 세워두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명합니다. 중국에서 잘 팔릴 수 있는 걸 만들어야 합니다. 카피당할 걸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아무리 막아도 중국은 카피에 천재적인 나라이기 때문에 결국 카피당하게 되어있습니다. 중국에서 잘 팔릴 ‘원조’를 만들어내서 적절한 타이밍과 밸류에 중국에 팔고 또 새로운 걸 만들어내야 합니다. 결국 크리에이티브가 답이고 우리는 그걸 해낼 수 있는 역량이 있는 민족입니다. 이것이 바로 ‘달리는 호랑이 등에 올라타는’ 전략의 실체입니다.
한국 온라인&모바일 스타트업은 ‘중국을 정복하겠다’는 비전은 세우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미 늦었습니다. 한국에서 1등 하는 컨텐츠&서비스 기업들은 중국에 꼭 진출하시기 바랍니다. 성공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에서 1등 하는 컨텐츠와 서비스에는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한국만의 문화적 저력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가장 한국적이어야 합니다. 글로벌 스탠다드? 이미 중국이 더 잘 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헬조선 여러분의 건승을 빈다. 짜이지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