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완벽한 겨울 유럽 여행지 선택을 위해 간단한 질문을 준비했다.
- 유럽 양식의 건축물에 관심이 많지만, 도시의 정리된 느낌을 포기할 수 없다. (Y/N)
- 광활한 자연을 누리고 싶지만, 와이파이존을 포기할 수 없다. (Y/N)
- 파리와 로마에서 통하지 않는 영어에 애를 먹은 경험이 있다. (Y/N)
두 항목 이상에 Yes를 택한 당신, 핀란드행 티켓을 예매할지어다.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는 전형적인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감성을 지녔다. 고풍스러운 고건축물 사이로 쉴 틈 없이 터져 나오는 와이파이 샘의 기적과 너무나도 현대적인 감성의 디자인 숍. 요새 가장 각광받는 캐릭터인 ‘무민’샵과 어린 시절 순수가 담긴 로바니에미 산타 마을, 그리고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야생에서 즐기는 허스키 사파리와 스키. 밤에는 아름다운 오로라가 북극권을 감싸는 절경까지 볼 수 있으니 핀란드를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낯선 이에게 친절한 핀란드인들은 영어가 유창하며 유럽에서 치안이 보장된 몇 안 되는 국가이기에 더욱 매력적이다. 핀란드 행 티켓 예매가 완료되었다면, 그 티켓이 부디 편도이기를 바라며 미리 알고 가면 좋을 몇 가지 사항을 소개한다.
1. 물을 물로 보지 말 것
핀란드 상점에서 물을 구매한 당신, 마시기 전에 동행인에게 동영상 촬영을 부탁하라. 아마도 평생 동안 거울에서 볼 일 없는 표정을 지을 터이니. 대부분의 한국인 여행자들은 별생각 없이 핀란드에서 물을 구입했다가 한 모금 마시고 당황한다. 상점에서 판매하는 물의 90%가량이 탄산수이기 때문이다. 생수를 아예 취급하지 않는 상점도 찾아볼 수 있었다.
이쯤 되면 핀란드인들은 만성 소화 불량이라도 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핀란드인들은 수돗물을 마시기에 생수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청정한 호수에서 엄청난 양의 물이 생산되고 수돗물의 맛과 질 모두 좋아 기대 이상이다. 핀란드를 여행한다면 호텔 룸 내 생수가 없음에 당황하지 말고 수돗물을 마시면 된다. 굳이 구매할 필요를 느낀다면 탄산수는 kivennäisvesi로, 생수는 lähdevesi로 표기한다는 사실을 알아두자.
- 준비물: 핀란드의 수돗물을 계속해서 담아 마실 아리따운 텀블러
2. 개썰매는 ‘스포츠’
핀란드에서는 흔히 ‘허스키 사파리’라고 부르는 ‘개썰매’는 외국인 관광객들에 인기 많은 겨울 스포츠이다. 씩씩한 허스키들이 끄는 썰매를 타는 것이 왜 ‘스포츠’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아마 사파리가 끝날 때 즈음 개가 되어 썰매에서 내리게 될 것이다. 허스키들은 달리는 것이 본능이다. 때문에 썰매를 묶어 두면 달리게 해달라며 엄청나게 짖으며 난리를 피우고, 출발이 허가되면 직후 3분가량은 사람의 상상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달린다.
하나 그 이후부터는 초반에 에너지를 다 쏟은 나머지 숨을 가쁘게 쉬며 주위의 눈을 먹기 시작한다. 자, 이제 출발한 지 5분이나 지났고 개들은 지쳤다. 이제 썰매를 끌어야 하는 사람은 당신이다. 당신은 썰매에서 내려 ‘썰매를 밀면서’ 개들과 함께 뛰어야 한다. 30분가량을 개들과 미친 듯이 달리고 나면 당신은 두리틀 박사 이상으로 개와 깊이 교감할 수 있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로 태어날 것이다.
- 준비물: 달리는 동안 바람으로부터 귀를 지켜줄 귀마개
3. 오로라여, 오라
오로라를 보는 것은 100% 운이다. 실제로 오로라 관측 확률을 보여주는 몇 가지 사이트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확률’일 뿐이다. 미묘한 구름의 이동과 날씨에 민감한 오로라는 현지에서 수십 년을 거주한 주민도 예상할 수 없다. 실제로 필자 역시 오로라 사파리 출발 전, 가이드로부터 “맑은 밤하늘과 수많은 별은 오로라를 볼 수 있다는 좋은 신호입니다.”라는 말을 들었으나, 급작스러운 밤 구름 때문에 관측에 실패했다.
많은 사람들은 오로라를 관측할 수 있는 장소가 정해져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인내의 싸움이라고 생각하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오로라를 보려면 구름을 피해 계속해서 버스나 스노모빌을 타고 눈밭을 헤매야 하고, 그나마 오로라 관측 가능성이 높은 지점을 발견하면 추운 눈밭에서 오랜 시간 대기해야 한다. 심지어 오로라의 이동 속도는 굉장히 빠르기에 관측에 성공했더라도 오랜 관찰이 어려워서 삼십 분간 관측하고 잠시 실내에서 몸을 녹인 후 다시 관측해야 한다. 북유럽의 추위는 살인적임을 명심하라.
- 준비물: 장시간 야외 관측 동안 추위를 피할 패딩
4. ‘검은’ 간식은 피하라
핀란드 마켓의 간식 코너는 초콜릿을 제외하면 터무니없이 종류가 부족하다. 한국 슈퍼에서 흔히 보이는 ‘곽 과자’는 물론이고 그 흔한 ‘봉지 과자’ 역시 약간의 감자칩을 제외하면 찾기 어렵다. 젤리 역시 희귀하며, ‘자일리톨 왕국’임에도 껌 종류는 많지 않다. 대신에 매대의 한 편을 의문의 ‘검은 간식’이 가득 채우고 있다. 마치 딱딱한 젤리처럼 생긴 이 ‘검은 간식’은 안에 초콜릿이 든 것, 미니 사이즈로 휴대하기 편한 것, 국수처럼 생긴 것 등 종류가 다양하다.
이 검은물체는 핀란드의 국민 간식 ‘감초’다. 어마무시하게 매운 치약을 씹는 느낌의 감초 맛을 핀란드인들은 매우 사랑하기 때문에 젤리는 물론이고 아이스크림까지 감초 투성이다. 적응하기 어려운 맛이기 때문에 일단 포장이 검은색이라면 피하는 것을 추천한다. 대부분의 감초 제품은 회색 혹은 검은색 패키지로 디자인되어 있다.
- 준비물: Salmiakki로는 결코 달랠 수 없을 당신의 입을 위한 심심풀이 간식
지금까지 성공적인 핀란드 여행을 위해 준비해야 할 네 가지 사항에 대해 알아보았다. 핀란드를 여행하며 뒤통수를 맞을 확률은 여느 국가보다 적으나, 어디까지나 이국이다.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겨울 여행지인 핀란드를 여행하며 텀블러와 매우 따스한 패딩, 귀마개와 심심풀이 젤리를 준비한다면 성공적인 여행을 마칠 확률이 조금 더 높아질 것이다. 여러분의 즐거운 여행길을 빈다.
※ 특성 이미지 출처: 핀란드 관광청 f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