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예비군 훈련장에서 문득 떠올린 소설이다.
Part 1. 그들의 운명적 만남.
김정은 : 얘. 너 장관들 다 떨어지고 혼자만 일하니?
하고 긴치 않는 수작을 하는 것이다. 어제까지도 저와 나는 이야기도 잘 않고 서로 만나도 본체만척체고 이렇게 점잖게 지내던 터이련만 오늘로 갑작스레 대견해졌음은 웬일인가. 항차 돼지만한 머스마가 남 일하는 놈 보구…….
박근혜 : 그럼 혼자 하지 떼루 하듸?
내가 이렇게 내배앝는 소리를 하니까,
김정은 : 너 대통령 좋니?
또는,
김정은 : 한여름이나 되거든 인선을 하지, 벌써 인선을 하니?
잔소리를 두루 늘어놓다가 남이 들을까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는 그 속에서 깔깔댄다. 별로 우스울 것도 없는데 인민이 굶더니, 이 놈의 머스마가 미쳤나 하고 의심하였다. 게다가 조금 뒤에는 제 집께를 할금할금 돌아보더니 인민복 속으로 꼈던 바른손을 뽑아서 나의 턱밑으로 불쑥 내미는 것이다. 언제 구웠는지 더운 김이 홱 끼치는 굵은 핵미사일 세 개가 손에 뿌듯이 쥐였다.
김정은 : 야. 우리 핵 있다. 느 집엔 이거 없지?
하고 생색있는 큰소리를 하고는 제가 준 것을 남이 알면은 큰일날테니 여기서 얼른 먹어 버리란다. 그리고 또 하는 소리가,
김정은 : 너 봄 북한 핵이 짱이란다.
박근혜 : 난 핵 같은 거 관심 없다. 너나 갖고 놀아라.
Part 2. 예비군의 추억
김정은에게 허벌나게 치욕받고 청와대로 간 담날 저녁나절이었다. 박근혜정부를 살. 인선을 한 짐 잔뜩 지고 청와대를 내려오려니까, 어디서 예비군이 죽는소리를 친다. 이거 뉘집에서 예비군을 잡나, 하고 정은네 울 뒤로 돌아오다가 나는 고만 두 눈이 똥그랬다. 정은이가 저희 집 봉당에 홀로 걸터앉았는데 이게 치마 앞에다 우리 예비군을 꼭 붙들어 놓고는,
김정은 : 이놈의 예비군! 죽어라 죽어라.
요렇게 암팡스레 군기를 잡는 게 아닌가. 그것도 실내 안보교육이나 하면 모르겠지만, 아주 훈련병이 되라고 포복까지 시키며 각개전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눈에 쌍심지가 오르고 사지가 부르르 떨렸으나 사방을 한번 휘둘러보고야 그제서야 정은이 집에 아무도 없음을 알았다. 잡은 수첩을 들어 울타리의 중턱을 후려치며,
박근혜 : 이놈의 머스마! 남의 예비군 훈련병 만들라고 그러니?
Part 3. 계속되는 아픔과 쌓여가는 애정
김정은 : 이 바보 수첩아!
김정은 : 애! 너 이정희한테도 발렸지?
그만도 좋으련만,
김정은 : 얘! 너 느 아버지가 고자라지?
박근혜 : 뭐 울 아버지가 그래 고자야?
할 양으로 열벙거지가 나서 고개를 홱 돌리어 바라봤더니 그때까지 울타리 위로 나와 있어야 할 정은이의 정준하 사이즈 대가리가 어디 갔는지 보이지를 않는다. 그러다 돌아서서 오자면 “간나새끼, 조선의 핵을 아시우?”거리며 아까에 한 욕을 울 밖으로 또 퍼붓는 것이다. 욕을 이토록 먹어 가면서도 대통령이 한 마디 못하는 걸 생각하니 돌부리에 채이어 발톱 밑이 터지는 것도 모를 만큼 분하고 급기야는 두눈에 눈물까지 불끈 내솟는다.
그러나 정은이의 침해는 이것뿐이 아니다.
Part 4. 김정은… 그대는 왜 김정은인가요? 근혜… 그대는…
그리고 뭣에 떠다 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근혜…”
“정은…”
조금 있더니 요 아래서,
“정은아! 정은아! 이놈이 앱등이 질을 하다 말구 어딜 갔어?”
하고 어딜 갔다 온 듯싶은 그 리설주가 역정이 대단히 났다.
정은이가 겁을 잔뜩 집어먹고 꽃밑을 살금살금 기어서 산아래로 내려간 다음 나는 바위를 끼고 엉금엉금 기어서 산위로 치빼지 않을 수 없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