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의 거래, 그리고 중고차 거래시장을 대표적인 “레몬마켓” 이라고 합니다. “레몬마켓”이라는 단어의 어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중고차 시장은 대표적인 “빛좋은 개살구”시장 입니다. 중고차 시장에서 구입한 차량은, 아무리 신중한 구매자가 본인 차량을 고르고 골라 좋은 조건에구매했더라도, 본인이 좋은 거래로 좋은 차량을 적정한(싼) 가격에 구입했다는 확신을 갖기 힘듭니다.
그럼 어떻게 싸고 좋고, 믿을만한 중고차를 구매할 수 있을까? 여러가지 복잡한 구조적 문제들이 있어 궁극적인 중고차 구매 방법은 저도 모릅니다. 다만, 범위를 좁혀 구매자 입장에서 “만족할 수 있는 중고차 구입 경험”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를 시험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 실험을 위해, 실제 중고차의 거래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최종적으로 진심으로 구매자가 만족할 수 있는 차량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보았습니다. 즉, 내가 직접 이 차를 구입한다면, 어떤 것을 점검하고, 어떻게 보강하여 얼마의 가격에 구입하고 싶을까? 일명 “이래도 안살래??” 프로젝트 입니다.
“좋은 중고차” 란 무엇일까요? 구매자 입장에서는
1. (시세보다)저렴해야 하고,
2. 차량의 결함이 없어야 하고,
3. 만족스러운 차량과 거래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차량선정
“3000만원 미만에 좋은 컴팩트세단”을 구입하고 싶다는 지인의 요구사항에 현 시점에서 가장 적합한 차종은 2012년 모델 체인지되어 판매중인 BMW F30 320D 세단이었습니다. 동급의 AUDI A4와 BENZ C-class는 최근 풀 모델 체인지가 되어 메리트가 떨어지는 상황.
6만km~10km 주행거리의 2012~13년식 BMW 320D는 중고차 시장에서 2800~3200만원 정도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거래하던 렌트카 업체에서 매각 예정인 2012년식 BMW 320D 차량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차량 상태
렌트카로 3년동안 운영된 차량으로서, 다음과 같은 장/단점이 있었습니다.
장점: 중고차 딜러 매입가격 수준에 저렴하게 차량을 구입 가능함. 마일리지와 정비/수리이력을 정확하게 확인 가능함. BMW BSI 무상소모품교환기간이 2년 이상 남아 있음.
단점: 연식에 비해 마일리지가 약간 많음(74,000km). 여러 운전자를 거쳐 차량 노후 정도가 더 심함.
이 차량에 구매 우선순위를 두고, 구입하지 말아야 할 큰 결함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일주일 정도 차량을 렌트하여 엔진,미션, 그밖의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지를 확인하였습니다.
엔진/메카닉정비점검
보통 중고차 매장에 전시된 차량들을 보면, 첫눈에 보기에 깨끗합니다. 하지만, 그 깨끗한 차량의 속이 어떤지는 알수가 없습니다. 구매자는 차량이 보기엔 깨끗해 보여도 내부에 어떤 문제가 있을지 걱정이 되고, 판매자는 어떻게든 내부의 결함을 숨기기 위해 애를 씁니다. 근본적으로 이런 이해관계에서는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의 불신만 커질 뿐입니다. 방법은 누군가가 직접 확인하는 것 뿐.
일주일간의 실차 운행을 통한 점검결과 역시, 명불허전! BMW F30 320D가 베스트셀러인 이유가 있습니다. 경쾌한 핸들링, 넘치는 펀치력, 운전이 즐겁습니다. 휠얼라인먼트도 완벽하고, 타이어 편마모현상도 없습니다. 특히, 3년 이상 주행한 차량에서 보일 수 있는 엔진 아이들링상태에서의 진동 증가나 오토미션의 체결감 부족 등의 조짐이 전혀 없음을 확인했습니다.
BMW,디젤 전문 경정비샵에 방문하여 ECU(엔진의 연료 분사를 제어하는 엔진제어유닛 Engine Control Unit) 스캐닝 결과도 에러 없이 깨끗함을 확인하고, 추가 점검 결과, 딱히 손볼 것이 없네요. 브레이크패드, 엔진오일, 에어필터 등은 모두 BSI 5년/10만km 교환 프로그램에서 커버가 되며, 이 차량은 불과 1~2개월 전에 3년차 BSI 서비스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추가 작업은 캐빈필터 교환과 흡기크리닝,인젝터 크리닝, DPF 크리닝을 진행합니다. EURO-5 이후 디젤차량은 NOx(배기가스에 포함되어 있는 질산화물)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EGR(Exhaust Gas Recirculation)이 장착되어 있고, EGR의 작동으로 매연(Dust)이 포함된 배기가스가 흡기쪽으로 유입되는 관계로 흡기계통에 카본찌꺼기가 많이 쌓이게 됩니다.
흡기 크리닝을 위해서는 엔진의 전체 흡기계통을 탈착해서 세척해야 합니다.
세척전의 흡기계통에 카본찌꺼기들이 많이 쌓여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GR의 정상작동으로 인한 현상으로, 최신 디젤엔진의 숙명같은 것입니다.
초음파 크리닝을 완료한 사진. 목욕탕에서 습기로 불려 한번에 묵은 코를 푼 느낌? 깨끗합니다.
인젝터 크리닝과 DPF 크리닝 작업들입니다. 인젝터 크리닝과 DPF 크리닝의 경우, 적합하지 않은 약제를 사용하게 되면, 효과가 전혀 없거나 오히려 엔진계통아 손상을 입는 경우도 있으므로, 반드시 해당 차량에 적용했을 때 문제가 없는 공인된 제품을 사용해야만 합니다. 흡기 크리닝 작업은 독일 디젤차량의 경정비와 흡배기 크리닝 전문업체인 분당의 M.Fest에서 하였습니다.
전기전자장치 보강
이 차량은 F30 네비팩으로 순정 네비게이션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BMW의 순정 네비게이션은 악평이 자자하여 실제로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실제 차량 운전자가 평소에 잘 사용하는 아이폰6-티맵 사용을 가장 완벽하게 할 수 있도록 Brodit 마운트와 아이폰6 전용 홀더를 장착하였습니다.
Brodit 차량용 마운트 제품은 스마트폰을 차량에 가장 안전하고 완벽하게 거치할 수 있도록 각 차종별, 스마트폰 기종별 전용 제품군이 따로 나옵니다.
기존 렌트차량에 블랙박스가 장착되어 있지 않아, 가장 안정적인 아이나비 2채널 블랙박스를 장착하였습니다.
블랙박스의 장착과 함께, 블랙박스의 상시 작동 용도로 18A의 리튬인산철 보조배터리를 장착했습니다. 별도의 계통분리 없이 ACC On 상태에서는 메인배터리와 병렬 연결되도록 하여, 블랙박스 상시작동용 전원 공급 외에, ISG 작동으로 인한 메인 배터리의 수명단축현상을 줄이고, 저온 시동성능도 더 향상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CCA 100A 향상) 보조배터리는 TDI클럽 리튬인산철 보조배터리로 팩당 9A의 용량에 안전을 최대한 고려한 소프트 방화패브릭 케이싱으로 제작되어 있습니다.
외장 리모델링과 풀디테일링
얌전하고 깨끗하게 운행한 차량이라도, 주행거리에 비례해서 외관에는 손상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320D도 7만km 주행한 차답게 범퍼 전면엔 수많은 스톤칩(돌이 튀어 도장이 까져서 생긴 흠집)이 있으며, 범퍼 후면엔 접촉사고의 흔적, 그리고, 양측면에 여러 개의 움푹 들어가 있는 자국들과 스크래치, 폴리싱만으로는 복구될 수 없는 깊은 스크레치 등이 확인되었습니다.
전면의 스톤칩 중 대부분은 폴리싱으로 복원이 가능하지만, 크롬그릴의 까진 부분은 복원이 불가능. 교체를 해야만 합니다.
후면 범퍼의 찍힘 자국도 교체 없이는 완벽한 복원이 어려운 상황. 결국 앞/뒤 범퍼 커버의 교체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되어 외장을 새차상태로 복원하기 위한 판금도장과 광택, 디테일링 작업과 함계 범퍼의 교체도 함께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교체 범퍼는 순정범퍼보다 저렴하면서도 더 고급스러운 대만산 엠텍 범퍼킷으로 결정했습니다. Exterior 풀 디테일링의 목표는 “완전한 새차 만들기” 입니다. 이를 위해서 일반적인 디테일링 작업에서는 손대지 않는 부분까지도 완벽하게 크리닝을 하였습니다.
새차는 당연히 휠하우스 안쪽의 쇽업소버와 그 주변까지 깨끗합니다. 그래서 휠 타이어를 탈착하여 휠 안쪽까지 완벽하게 크리닝하고, 휠하우스 안쪽까지 완벽하게 크리닝을 합니다. 브레이크 캘리퍼도 분해하여 별도로 도색하여 재장착하였습니다.
풀 디테일링 작업에서 중요한 점은, 본네트, 도어 같은 크고 넓게 보이는 부분 외에 도어 안쪽, 외부 몰딩 사이 틈새 같은 곳까지 깨끗하게 복원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새차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습니다.
새차같이 보이려면, 엔진룸까지 깨끗해야하는 것은 당연하지요~
도어와 펜더 부분의 깊은 스크래치는 재도장으로 복원하였으나, 본네트는 스크래치의 크기에 비해 전체도색을 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터치업 페인트로 복원합니다.
실내 디테일링시 보통때는 손대지 않는 천장 패브릭까지 모두 중성세제로 크리닝하고, 실내 곳곳의 틈새까지 모두 완벽하게 크리닝합니다. 필요시 시트,손잡이 등은 분리하여 작업하였습니다. 모든 외장 복원작업은 카닥 협력업체로서 판금도장과 디테일링작업을 같이 할 수 있는 분당 오토프라이드에서 하였습니다.
인테리어
BMW를 포함한 요즘 독일차들은 인테리어가 고급스럽습니다. 이 고급스러운 감촉을 위해 내부 재질이 부드러운 대시보드와 가죽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들 재질은 고급스럽지만, 내구성이 약하고 쉽게 헤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BMW도 몇년 지나면 실내 손잡이, 스티어링휠 등에 스크래치가 많아지거나 닳아서 맨들맨들해지게 됩니다.
그런데, 이 F30 BMW는 의외로 이런 세월의 흔적이 없어 별달리 실내 복원작업을 할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순정과 동일한 품질의 실내 크롬트림만 조금 더 고급스럽고 단정한 인테리어를 위해 추가했습니다.
본 작업은 강남의 LITS사의 전용 크롬트림 제품들로 하였는데, 모든 제품이 ABS 사출성형으로 제작된 대만산 제품으로 순정과 동일한 품질과 완성도를 보여 전혀 싼티가 나거나 조잡한 애프터마켓 제품의 느낌이 나지 않습니다.
창문 틴팅
이제 마지막 작업, 윈도우 틴팅(tinting, 다른 말로는 썬팅)이 남았습니다.
기존에 측후면에 루마 15% 틴팅필름 작업이 되어 있음에도 시공을 다시 하는 이유는,
1. 전면 틴팅이 안되어 있어 UV 차단목적의 전면 틴팅작업이 필요하다.
2. 측후면의 15%로 어두운 틴팅이 안전운전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좀 더 밝게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입니다.
그래서, 기존 필름을 깨끗하게 제거하고, 전면 60%, 측후면 35% 의 밝기로 재시공을 하였습니다. 모두 자외선 차단율 99%이상의 자외선 차단율이 높은 필름입니다. 법적으로는 가시광선투과율 70%이상 틴팅만이 합법이기에 전면 60%,측후면35%도 엄밀히 말하자면 불법입니다만, 제가 생각하는 현실적인 문제와 법적 기준, 그리고 실제 운전시의 안전을 고려한 최대치로 타협을 했습니다.
작업 완성 차량
썬팅작업을 마지막으로, 제가 생각한 3년된 BMW 320D 차량의 안과 밖을 새차 수준으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을 마쳤습니다. 2주일에 걸친 작업의 결과, 구매자는 만족하였을까요? 네, 만족스럽다고 합니다. 원래 중고차는 아는 사람에게 팔거나 사지 말라는 말이 있지요… 아는 사람이어서 잘해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고 서로를 의심하게 되는 게 중고차 거래의 현실입니다.
시세보다 좀 더 저렴한 차량을 확보하여, 그 차량의 단점을 숨기지 않고, 복원하고, 이렇게 투입된 실비의 증가로도 동급 차량의 거래 시세보다 약간 저렴한 가격에 차량을 인도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으로, BMW 320D 렌트카의 “이래도 안살래?” 중고차 매각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원문: Joonnoh’s b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