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마크주커버그는 2015년을 ‘책의 해’로 정하고 개인 SNS를 통해 2주에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책 소개 블로거’로 인기인 ‘그’ 빌게이츠의 통찰력 있는 책 서평이 국내에서 이슈가 되기도 했죠.(게이츠노트 바로가기) 다만, 2015년 우리나라 성인 1인당 독서량은 한 달에 0.78권이라 합니다.(2015 가구당 독서구입비 참고) 여러분은 어떠세요? 책을 읽지 않는 시대… 출판 소셜미디어, 디지털의 현주소는 어디쯤일까요?
그들 주커버그, 빌게이츠가 만든 디지털, 소셜미디어 세상에서 우리는 수많은 문자, 이미지, 영상 등의 정보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를테면, 개개인은 인류 문명을 통틀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정보를 흡수하는 시대라는 것. 이렇게 짧은 스팟성의 빠르고 화려한 정보에 익숙한 우리는 긴 호흡의 Text, ‘책’과 점점 더 멀어져갑니다.
이런 상황에서 출판계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제품 기획, 개발 측면에서 현시점의 출판 소셜미디어 적응기는 실제로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기도 하구요. 의미 있는 출판 소셜미디어 적응기를 살펴보려는 이유입니다.
디지털, 소셜미디어 시대 – 우리나라 출판계의 단면
저도 책을 쓰는 ‘신인 작가’의 사정입니다만, 출판계의 오늘은 자못 우울합니다. 독서량 자체가 줄었고, 책은 잘 팔리지 않으며, 출판시장은 ‘2000년대 이후 그야말로 말라죽을 위기’라는 이야기까지 들려옵니다. 다만, TV가 뜨고, 라디오가 죽지 않았듯, 종이책은 현시점에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재탄생합니다. 전자책이 그 하나이겠죠. 디지털 세상의 콘텐츠에 익숙한 독자를 위한, 다양한 방식, 형태의 접근 또한 계속됩니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정보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는 실제로 많은 글을 씁니다. 리포트, SNS, 인터넷 게시판, 메일, 보고서… 이른바 ‘쓴다’는 행위 자체는 더 이상 계급적인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한편에서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서민의 ‘서민적 글쓰기’ 등 글쓰기 노하우를 담은 책이 인기를 끌기도 합니다. 심지어 ‘작가’라는 타이틀 역시 마찬가지. 저비용으로 누구나 쉽게 책을 출간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 출판사, 동네서점은 고사위기입니다. 대형 서점, 온라인 서점, 브랜드 중고서점이 뜨고, 생태계는 양극화되어 갑니다. 전업 작가는 손에 꼽고 그나마 잘 팔리는 책은 2015년 큰 화두였던 ‘인문’을 제외하면, ‘자기계발’에 국한되는 것이 2016년 출판 소셜미디어, 디지털의 단면입니다. (참고: 예스24, 2015년 베스트셀러 분석 및 도서판매 동향)
현시점의 출판 소셜미디어 적응기
출판사들의 고민은 깊어져 갑니다. 소비자들과 만나는 창구로서 지면보다 온라인을 중시하는, 디지털 퍼스트를 바탕으로 근본적 대책을 말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효과적인 디지털 마케팅을 고민하기도 합니다. 다만 2015년, 2016년에 이르러 출판 소셜미디어 적응기에 의미 있는 흐름이 감지됩니다. 이는 앞서 이야기했듯, 단순 커뮤니케이션 측면이 아닌 실질적으로 판매를 이끌어내고 있는 기획, 개발 측면의 방법론입니다.
1) 인기 팟캐스트의 서적화, ‘지대넓얕(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by 한빛비즈
요즘 가장 인기 있는 팟캐스트 지대넓얕의 메인 진행자, ‘채사장’이 출간한 동명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은 2015년 가장 잘 팔린 책입니다. 무려 70만 부 가까이 팔려 종합 베스트셀러 2위에 올랐고, 한국인 저자로는 1위입니다. 채사장은 사실 ‘신인 작가’입니다. 지대넓얕 시리즈가 첫 번째 책이죠. 그런 그가 우리나라에서 책으로 먹고사는 4인 중 하나라는 유시민을 제쳤고, 전 국민이 알만한 백종원, 법륜스님보다 많이 팔았습니다. 출간 당시, 어떤 미디어에서도 서평 하나 써주지 않았는데요.
이 책의 성공 요인은 뭘까요? 디지털 세상에 걸맞은 ‘넓고 얕은 지식’이라는 코드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팟캐스트의 힘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팟캐스트를 모르는 분은 이글(팟캐스트 왜 인기인가?)을 참고하세요. 팟캐스트 ‘지대넓얕’은 매주 1회씩 현재 83회까지 방송되었습니다. 철학, 종교, 문학, 과학 등 세상의 다양한 주제를 제목에 걸맞게 넓고도 얕게 다룹니다. 종교, 철학, 과학 등에 특화된 무명인 4인 진행자의 입담은 매회 방송을 이슈로 만들고 오프라인 모임은 매번 매진 사례입니다. 그 결과는 월평균 다운로드 500만 건과 팟캐스트 순위 1위로 잘 나타나고요.
그런데 왜 ‘팟캐스트’일까요? 기존 미디어의 대항마로 등장한 이 신박한 뉴미디어는 라디오를 포함한 다른 매체와 달리, 책 읽기와 비슷한 특질을 갖고 있습니다. 하나의 주제를 심층적으로 다룹니다. 다른 외부적 요인보다 순수하게 콘텐츠로 승부하고 이를 원하는 청자가 있습니다. 이러한 콘텐츠를 자발적으로 다운로드해, 한 가지 주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긴 호흡으로 듣게 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팟캐스트는 하나의 관통하는 이야기를 진행자의 지식에 기반한 목소리만으로 전달합니다. 이야기가 재미있다면 그 흡입력은 다른 매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고, 진행자에 대한 충성도 역시 마찬가지. 이런 이야기들이 진행자의 손을 거쳐 책으로 발간됩니다.
실제로 출판계는 디지털 흐름에 따라, 콘텐츠의 성격 뿐 아니라 작가, 즉 ‘저자’의 관점에서도 많은 변화를 시도해왔습니다. 인기와 콘텐츠 작성 능력을 어느 정도 확보한 ‘블로거’가 생산하는 콘텐츠들이 대표적이죠. 그리고 팟캐스트는 그다음 흐름입니다. ‘나꼼수’를 시작으로, ‘과학하고 앉아있네’ 등은 동명의 팟캐스트를 그대로 책으로 냈습니다. 강헌, 물뚝심송, 김용민, 파토 등의 인기 팟캐스트 진행자는 그대로 인기 책 저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 정점이 바로 지대넓얕으로 나타난 것이죠. 출판 소셜미디어의 첫 번째 흐름입니다.
2) 100만 소셜미디어 페이지, ‘하루에 한 줄’ by 워너스북
출판 소셜미디어 사례 2번째입니다. 10대, 20대라면 익히 알만한,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의 인기페이지 ‘하루에 한 줄’이 그 주인공. 이 페이지는 2013년 시작되어, 약 2년여의 시간 동안, 총 100만의 팬을 모았고, 하루에 하나씩 올라오는 콘텐츠 당 인터렉션이 무려 1만 회에 달합니다. 그 흔한 광고 하나 돌리지 않았는데도 팬 대비 도달이 25%에 이른다고 하니 대단하죠. (페이지의 팬 대비 오가닉 도달은 보통 3~5% 이하입니다)
한 줄의 콘텐츠는 심플합니다. 하루에 하나씩 그날그날 가슴에 와 닿는 짧은 글귀를 사진과 함께 보여주죠. 이를테면, 오늘같은 겨울의 오후에는 “겨울엔 여름이 그립고 여름엔 겨울이 그립다. 내 안의 사계는 따로 돈다. (권기만 ‘발 달린 벌’ 中)”이란 글귀와 아이스라떼 사진을 함께 포스팅합니다. 모바일 시대에 최적화된 스팟성의 이미지 콘텐츠인 만큼, 1030세대의 반응은 폭발적입니다. 이 그럴듯한 콘텐츠를 어떻게 책으로 출간했을까요?
이들은 소셜미디어에서 인기가 높았던, 즉 엔게이지먼트가 높은 콘텐츠 172개를 추렸습니다. 팬들이 가장 공감한 글귀를 아침, 오후, 저녁, 밤의 theme으로 다시 정리했고요. 시작하는 용기의 ‘아침’은 “오늘은 당신의 남은 인생 중, 첫 번째 날이다 (영화 ‘아메리칸 뷰티’)”로 시작됩니다. 때때로 천천히의 ‘오후’는 “먼 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 소리가 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 찾아간 줄 알아라(시 ‘풍경 달다’)”로 이어집니다. 이야기는 하루를 되돌아보는 시간 ‘저녁’, 고독의 주는 선물 ‘밤’으로 계속됩니다. 이렇게 SNS에서 검증된 글귀를 하루의 시간이라는 테마로 정리해 책으로 엮었습니다.
소셜미디어에 기반을 둔 하루에 한 줄의 특징은 저자에서도 드러납니다. 이 책은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의 협업의 산물입니다. 기본적으로 2명의 운영자와 4명의 사진작가가 함께합니다. 이들은 이 책을 단순하게 그럴싸해 보이는 글귀만 적어 내는 게 아니라 실제 프로작가 4인이 전 세계를 돌며 찍은 다양한 장소, 소재, 장면과 함께 버무려서 만들어냅니다. 글귀의 맛이 더욱 잘 살아나는 것은 물론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각 챕터마다 팬들이 직접 참여합니다. 직장인, 작가, 대학생들의 수필이 그것입니다. 인기 페이지를 책으로 전달하는 출판 소셜미디어의 새로운 접근법입니다.
지금까지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의미 있는 출판 소셜미디어 적응기를 살펴봤습니다. 어떻게 보셨나요? 개인적으로 책은 ‘음악’보다 ‘영화’의 길과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시대에 이르러, 음악은 하나의 문화 콘텐츠라기 보다는 악세서리처럼 변했습니다. 그에 반해 영화는 시대에 적응해 독자적인 산업화의 길을 만들어나가고 있고요.
원문: 짬봉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