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2년이라는 통신사의 노예계약이 종료되면 늘 최신 스마트폰을 찾아 헤매입니다. 이건 스마트폰 쓰기 이전에도 그랬지요. 2년마다 50여 만 원씩 턱턱 내며 휴대폰을 바꾸다 보면 가계가 휘청였습니다. 그래도 과거에는 통신비라도 저렴했죠. 누구나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쓸 필요가 있던 건 아니었으니까요.
물론 그 때도 저는 무제한 요금제를 쓰느라 월 10만 원은 기본으로 나왔습니다. “기본요금+통화료+무제한 요금제” 그래도 직업의 숙명이라고 받아들이며 통신사 VIP 라는 것에 뿌듯해할 수 밖에요…
스마트폰이 보급되던 시점 Wi-Fi만 된다면 어디서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기대했지만, 통신비가 줄어들진 않았어요. 오히려 전체 통신비가 상승하며 저는 이전과는 비슷한 금액을 내면서도 VIP가 아닌 일반회원에 그칠 수 밖에 없었죠.
늘 이게 이상했습니다. 시설망은 이제 거의 다 깔렸는데, 왜 통신비는 줄어들지 않는 걸까. 일부 필요 계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완전히 보급화가 되었는데, 왜 점점 통신료는 오르는 걸까. 이제 누구나 무료 Wi-Fi 존에서 카톡으로 문자를 주고 받는데 왜 통화료는 꼬박꼬박 내야 하는 걸까? 스마트폰을 구입하는데, 2년 강제 노예계약으로 묶이면서도 월 이자는 왜 또 꼬박꼬박 들어가는 걸까. 그렇다면 노예계약을 하지 말던가. 일시불로 하게 해 주던가. (과거에는 일시불로 하겠다고 해도 대리점에서는 안된다고 했습니다.)
IT계통 종사자인데도, 사실 너무 바쁜 일상 때문에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 지도 모르고 마케팅/영업에만 휘둘리던 차에, 지난 번 간담회(단통법 또는 단말기 유통법 시행 1년을 되돌아 보다)에 우연히 참가하면서 데이터중심요금제와 알뜰폰, 통신료 할인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로부터 얼마 후 저는 아이폰 6S의 출시와 함께 고민에 빠졌죠. 부끄럽게도 그 전에는 알뜰폰과 데이터중심요금제를 몰랐답니다. 알게 되었으니 저도 알뜰소비자가 되고 싶다는 욕구가 타올랐습니다.
어떤게 가장 좋을지 계산기를 두드리고 엑셀로 표를 짜서 기회비용등을 모두 고려한 결과, 알뜰폰으로 가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근데 알뜰폰(MVNO)을 선택하면서도 사실 두려움은 있었어요. 혹시 회사가 중간에 사라지거나, 기존 통신망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어 내가 공중에 붕 뜬다거나 내 정보가 강제로 팔려 나간다거나. 아니면 통화가 잘 안 되거나 인터넷이 잘 안 되거나.
주변에 알뜰폰 이용자들을 보지도 못했고, 막상 가입을 하려고 명동 프리스비에서 아이폰6S부터 사놓고는 불안해지기 시작했죠. 페이스북으로 사람들께 물어보니 의외로 많은 분들이 이미 알뜰폰을 사용하고 있으시다며 커밍아웃을 하십니다. 통신품질등을 물었을 때 전혀 불편함이 없으시단 말에 안도를 하며 알뜰폰으로 갈아탔어요.
그로부터 2개월. 두 번의 요금을 지불했습니다. 전 통화/문자 무제한에 LTE 6G KT망 이용 요금을 사용하고 있고, 이건 헬로모바일로 이동하기 전 올레KT를 이용할 때와 같은 조건이에요. 다만 달라진 건, 올레에선 저 요금제에 올레tv가 무료였고, 알뜰폰에선 tving이 무료라는 거죠. 제 단말기 할부금은 이미 2월에 종료되어 장기고객할인을 적용받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두 달. 요금의 상태가…?
첫 달은 KT요금이 같이 청구된 거고, 두 번째 달은 알뜰폰 요금만 청구된 거에요. 부가게 10%포함한 금액이고, 대충만 봐고 약 1만 4천원 정도가 저렴합니다. 24개월이면? 약 33만6천원이 저렴하네요. 올레에서 20% 할인 요금제를 적용받았을 때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물론 알뜰폰 업체에서 자주 선보이는 할인 이벤트를 이용한다면 계산상으로 저 금액에서 40%까지 더 저렴해 지더군요. 2년 후엔 장기고객 할인이 적용되구요.
통신망을 빌려서 쓰는데 어떻게 더 싼가
이게 가능했던 건 정부가 내놓은 데이터중심요금제와 알뜰폰(MVNO)활성화 정책 때문인데요, 저처럼 바빠서 뽐뿌같은 곳에 가끔 뜨는 저렴한 폰을 낚아챌 재주가 없던 사람들한테는 더없이 유리한 정책이에요. 게다가 그 당시에도 그건 불법이기도 했고요.
제가 모바일 마케팅을 하던 10년 전에도 MVNO이야기는 있었습니다만, 시장의 반응은 “아마 안 될거야…” 였어요. 하지만 이제 정책이 도와주니 “생각보다 괜찮다더라”로 바뀌었네요. 통신망을 빌려주는 사업자보다 절대 저렴할 수가 없다는 게 당시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정부에서 알뜰폰 업체의 전파사용료도 감면해주고(약 300억원/연간), 한 자리에서 알뜰폰들을 비교해볼 수 있게 알뜰폰 허브 라는 사이트도 개설해 다방면으로 지원해주고 있기 때문이겠죠.
물론, 제가 아이폰6S가 아니라 더 저렴한 단말기(알뜰폰 업체들도 출시 개월이 경과한 폰들은 보조금을 지원해 줍니다)를 이용했다면 더 큰 혜택을 봤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전 월 이용료 경감 및 다른 모델로 갈아타고 싶을 때 부담없이 갈아탈 수 있다는 선택지를 위한 비용이라는 생각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그런 통로가 거의 없다시피했으니까요.
하지만 가끔은 통신사들의 파격적인 멤버십 혜택이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아주 가끔 외식을 할 때말이죠. 그렇지만 일년에 2~3만원 혜택 받자고 기십만원을 더 쓴다는 건 낭비라는 생각이 먼저 드네요. 가계통신비를 줄여 그 돈으로 사먹는 게 연말 정산에(미미하게나마)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알뜰폰 이용자분들, 저처럼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나요?
원문: 내가 그린 그림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