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옆에 서 있는 사람이 아이폰으로 인스타그램을 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분은 쉴 새 없이 스크롤을 내리면서 모든 게시물에 단 한 개도 놓치지 않고 하트를 눌러주고 있었다. 심지어 아직 이미지가 로딩되지 않았는데도 하트만 누르고 그냥 아래로 스크롤을 내려버렸다.
나는 인스타그램뿐만 아니라, 트위터, 페이스북에서 무언가를 ‘좋아하는’ 행위를 조심스러워하는 편이기에 ‘좋아요 머신’을 이해하기 어려운 편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에 앞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트위터에서 “좋아요”는 그 개념이 조금 다르다는 점을 짚을 필요가 있다.
페이스북의 ‘좋아요’가 가지는 의미
내가 처음 페이스북의 ‘좋아요’라는 것을 봤을 때, 난 그것이 일종의 북마크인 줄 알았다. 페이스북에서 맘에 드는 게시물을 ‘좋아요’하면, 나중에 내가 좋아한 게시물을 다시 한꺼번에 모아볼 수 있는 개념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페이스북의 ‘좋아요’는 북마크보다는 컨텐츠 투표 시스템에 가깝다. 내가 ‘좋아요’한 기록을 나중에 찾아보기 어렵다.
인스타그램 또한 자신이 ‘좋아요’ 기록을 찾아볼 수 있도록 제작되어 있으나(인스타그램의 경우 ‘하트’를 누르는 방식이다), 대개의 유저들이 이를 활용하는 방식은 페이스북의 ‘좋아요’ 기능과 대동소이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좋아요” 기능은 기능적 요소라기보다는 관계망 속에서 상대에 대한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에 가깝다.
“내가 너 뭐 하는지 잘 보고 있어.”
“야, 너의 이야기에 호응해줄게!”
“내가 너의 Notification Tab에 이름 석 자를 새긴다.”
이러한 의미를 전달해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지속하기 위한 수단인 셈이다.
트위터의 ‘관심글로 지정’은 확실히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의 “좋아요”와는 달리, 그 시작은 북마크의 용도로 디자인되었다. 트위터에서는 내가 ‘관심글로 지정’한 트윗은 간편하게 모아볼 수 있다. 실제로 트위터에서 내 팔로워들이 내 트윗에 별표를 찍는 것을 보면, 보통 유용한 정보나 이미지를 나중에 다시 보기 위해 사용한다.
좋아요 누르기 어려운 이유
그러면 이런 ‘좋아요’들을 누르기 주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로 예전에 이야기했던 ‘페이스북 벙어리’ 현상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내가 어떤 글을 좋아했는지 알게 되는 것이 싫다. 페이스북은 노골적으로 타임라인에 타인의 좋아요 내역을 강제 노출한다.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은 강제 노출은 아니지만, 열람은 가능하다. 맥락 없이 타인이 나를 오해하길 바라지 않기 때문에 페이스북에서 입을 닫고 있는 편이다.
또 다른 이유는 나의 좋아요 내역 데이터로 마케팅의 대상이 되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아직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 나의 ‘좋아요’를 바탕으로 직접 광고를 노출하지는 않지만, 나중에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거니까. 북마크 기능은 핀보드로 완벽하게 대체했다. 굳이 다른 사람에게 “내가 이 트윗에 별을 수놓았어.” 알릴 필요 없이, 혼자서만 알고 있으면 된다.
마지막으로, 솔직히 내가 까다로운 유저이기 때문인 것 같다. “내 좋아요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게 아니야. 백 투 더 퓨쳐 드로리안 자동차 인증샷 정도 올리면 좋아해 줄 수 있어.” 뭐 이런 정도의 태도랄까. 아무래도 내 기준에서 ‘좋아요’를 많이 쓰는 사람들은 플랫폼의 의도대로 행동해 주는 충성 고객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PS 1. 내 타임라인 > Activity Log로 가면 내가 ‘좋아요’하거나 태그한 기록을 시간 순서로 확인할 수는 있지만, 대부분 이걸 어디서 찾는지 모르고, 찾을 생각도 안 한다.
PS 2. 최근에 트위터가 별표를 하트로 바꾸면서, 북마크의 용도가 아닌 페이스북의 ‘좋아요’와 같은 개념으로 바꿔버렸다.
PS 3. 페이스북에서 직접 제품 광고는 안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페이지를 기반으로 유사 페이지 타게팅 광고 활용은 이루어지고 있다.
원문: SHIND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