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기사가 타임라인에 계속 보여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한 마디 안 할 수가 없다. 혹시 이 기사 보면서 김성태 의원 욕하고, 정부 욕하는 스타트업 관계자 있으시면, 우리 현재 위치를 한 번 돌아보라 하고 싶다.
1.
스타트업은 원래부터가 밤에 두 다리 뻗고 맘 편하게 잘 수 있는 사업을 하는 게 아니다. 시대 변화의 틈, 산업의 빈틈을 비집고 들어가서 자리를 잡는 게 스타트업이다. 그리고 일단 자리를 잡으면, 기존 사업자들보다 더 큰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게 또한 스타트업이다. 이 말은 곧 스타트업의 성장은 기존 사업자들의 견제를 받기 마련이고, 경쟁자의 출현은 당연한 것이다.
대기업이 같은 거 하면 어쩔 겁니까? 네이버가 하면, 카카오가 하면 어쩔 겁니까?
스타트업이라면 이런 류의 질문을 숱하게 받지 않았나. 게임 셧다운제니, 아청법이니 말도 안 되는 법 들이미는 게 하루 틀인가. 레진이 창조경제 무슨 상 받고, 바로 음란만화 서비스로 접속 차단되지 않았던가. 규제 리스크는 스타트업이 맞닥뜨릴 수 있는 많은 리스크 중의 하나인데 왜 이리 소란이신가.
2.
우버는 2014년 오바마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홍보 전문가를 영입했고, 뉴욕시 택시리무진국 고위직을 역임한 인물을 영입하기도 했다. 구글도 공화당 의원 출신이자 베테랑 로비스트를 고용하했다.
이처럼 실리콘 밸리에서 사업을 위해 로비스트를 고용하는 게 특수한 경우가 아니다. 아마존이 드론으로 배송을 시작한다고 하자. 단순히 기술적인 부분만 해결하면 가능한 일일까? 과연 로비 없이 테러 위협,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 제기를 돌파할 수 있을까?
맨날 실리콘 밸리, 실리콘 밸리 외치는 사람들 중에 왜 이런 건 실리콘 밸리 본받아 적극적으로 규제에 맞서자고 하는 사람이 없는가. 네이버가 괜히 서울대 법대, 하바드 로스쿨 출신의 전직 판사를 CEO로 임명하는 거 아니지 않나.
3.
기사에 따르면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은 11월에 발의되고 12월 28일에 국회 본회의 통과했다고 한다.
발의 이후 통과까지 한 달 이상 기간이 있었는데, 이 기간 동안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하다. 김성태 의원 사무실 앞에서 1인 시위는 한 번 해봤나? 스타트업 미디어 중 한 곳이라도 인터뷰를 하여 여론전을 펼칠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나?
정말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가 공문 받고 끙끙대다가 며칠만에 서비스를 접기로 결정하는 것만이 길이었을까. 다행히도 ‘잠정 중단’인 걸 보니, 앞으로 출구는 얼마든지 있으리라 생각한다. P2P 대출 업체도 한때 엄청난 법망의 규제에 시달렸으나, 이를 계기로 이슈를 타고 일어서는 계기가 됐다.
4.
내가 보기에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은 헤이딜러에게 완전 대박 찬스다. 위기는 곧 기회다라는 말은 이 때 써먹어야 하는 말이다. 헤이딜러는 “국내 자동차 경매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고 거래량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당연하게도 기존 오프라인 자동차 중고 매매, 경매 회사들은 견제를 하려고 할 테고, 경쟁 서비스 역시 나온다.
이때 갑자기 온라인 업체도 오프라인 영업장을 확보해야 한다는 법안이 생긴다. 여기서 주시해야할 팩트는 두 가지다.
1) 헤이딜러가 기존 오프라인 사업체들을 위협할 만큼 승승장구하고 있다.
2) 경쟁 서비스들 역시 동일한 규제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
이는 기회이기도 하다. 헤이딜러는 (1)을 바탕으로 사업계획서를 멋지게 작성해서 투자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지방에 문 닫기 일보 직전의 자동차 중고 매매상을 싸게 인수하여 규제를 회피할 수 있다. 좋든싫든 많은 사업자들이 이런 방식으로 법망을 우회하는 게 현실이다.
그리하여, (2)의 온라인 경쟁 서비스들이 위축 또는 종료되는 걸 바라보며, 시장에서 독점적 포지션을 굳혀간다. 자동차 중고 거래로 재미 봤으면, 오토바이, 자전거, 드론, 킥보드, 호버보드로 범위를 넓힐 수도 있다. 이쪽 영역에 비전문가라 쉽게 말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이렇게 주목 받을 기회는 흔하지 않다.
5.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사람들 반응을 보고 있자면 좀 답담하다. 게임 사태도 그렇고, 카카오 이슈도 그렇고… 한국은 미국보다 정부의 힘은 강하지만 정작 이쪽 업계의 로비 등 체계는 너무 미약하다.
매번 정부 욕만 하고 눈치만 보고, 남이 해결해주기만을 바라는 게 한국 스타트업의 현실이다. 이제는 한국도 미국처럼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관철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