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무시하면 위험해진다 – 세스 고딘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이자 세스 고딘이 자기 리뷰는 그만 읽고 그냥 사라고 극찬한 책. 기업용 소프트웨어 베이스캠프를 만든 37시그널의 두 창업자가 쓴 책 <똑바로 일하라, 성과는 일벌레를 좋아하지 않는다(원제: Rework)>를 읽었다.
관료주의적이고 수직적인 분위기의 회사들과는 다르게 자기 주도적인 직원들과 자유롭고 효율적으로 일하고 싶다면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그림과 1~2쪽 정도의 간단명료하게 적힌 글로 이루어진 책이라 집중해서 읽으면 2시간 만에 볼 수 있는 책인데, 문장 하나하나가 버릴 게 없었다. 이 책에 나온 이야기들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이 책을 많이 공감하면서 읽었다. 인상 깊었던 몇 가지를 정리한다.
1. 일중독
오늘날의 문화는 일 중독을 찬양한다. 남들보다 오래 일한다고 해서 꼭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거나 더 많은 일을 하는 건 아니다. 일 중독자들은 심지어 일을 키우기까지 한다. 일 중독자들은 효과적인 방법을 고민하지 않는다.
2. 완벽한 계획은 불가능하다
계획이 아닌 추측이다. 먼 미래까지 추측하려 애쓸 필요 없다. 올해가 아니라 이번 주에 할 일만 결정하면 된다.
3. 가려운 곳은 스스로 긁어라
위대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창출하고 싶은가? 가장 쉽고도 단순한 방법은 ‘자기 자신’이 사용하고 싶은 것을 만드는 것이다.
4. 핵심에서 시작하라
새로운 뭔가를 시작하면 사방에서 우리를 끌어당긴다.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 이 모두가 우리의 관심을 끈다. 이때 우리는 해야 할 일을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5. 회의는 독이다
최악의 방해 요소는 바로 회의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삼천포로 빠질 때가 너무 많다
- 도대체 무엇을 위한 회의인지 모를 정도로 의사일정이 불분명할 때가 많다
- 얼토당토않은 말로 귀한 시간을 낭비하는 얼간이가 꼭 한 명씩은 있다
만약 10명의 직원이 1시간 동안 회의를 했다면, 그건 사실 1시간을 잃은 게 아니라 10명X1시간=10시간을 잃은 것이다.
6. 이제 그만 잠들어라
잠을 포기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도 없다. 그로 인해 치러야 하는 대가가 너무도 크다. 창의력과 사기와 좋은 태도를 잃게 된다.
7. 남의 일에 신경 쓸 필요 있나?
자기 일이나 제대로 하자. 저 멀리서 일어나는 일보다 바로 여기서 일어나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다.
8. 기록하지 말라
고객의 소리를 듣기는 하되 곧바로 잊어버려라. 고객은 정말로 원하는 요구가 있다면 계속해서 이야기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정말로 관심을 가져야 할 이야기다.
9. 요리사처럼 하라
요리사가 자신의 레시피를 공개하는 이유는 레시피와 비법만으로는 자신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유명 요리사를 따라 하라. 당신은 무슨 일을 하는가? 당신의 ‘레시피’는 무엇인가?
10. 무대 뒤를 공개하라
사람들에게 커튼 안쪽을 공개하면 관계가 변한다. 사람들이 당신을 얼굴 없는 회사가 아니라 같은 인간으로 보게 되면서 동질감이 싹튼다. 사람들이 당신이 파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배인 땀과 노력을 보게 된다. 당신이 하는 일을 더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게 된다.
11. 마케팅은 마케팅 부서만 하는 일이 아니다
회계는 회계 부서에서 해야 한다. 하지만 마케팅은 다르다. 마케팅은 회사의 모든 사람이 매일같이 하는 일이다.
당신이 응대하는 전화 통화 하나하나가 / 당신이 보내는 이메일 하나하나가 / 당신의 웹사이트에 쓰는 말 하나하나가 / 당신이 만든 소프트웨어의 오류 메시지 하나하나가 / 당신이 지킨 배송 약속 하나하나가 마케팅이다. 당신이 평상시에 하는 모든 행동이 곧 마케팅이다.
12. 혼자서 알아서 하는 사람을 고용하라
알아서 하는 사람이란 자신만의 목표를 갖고 그 목표를 향해 열심히 실천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에게는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된다. 매일 일을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그는 마치 팀장처럼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하는 사람이다.
13. 뛰어난 작가를 고용하라
이왕 인력을 고용할 거라면 최고의 작가를 고용하라. 마케팅, 판매, 디자인, 프로그램, 그 어떤 자리에서도 글 쓰는 기술은 빛을 발한다. 명쾌한 글은 명료한 사고, 커뮤니케이션 능력, 공감능력, 불필요한 것을 빼는 편집 능력도 뛰어나다.
14. 책임을 인정하라
상황이 나빠지면 어차피 소문이 나기 마련이다. 그러니 소문이 나기 전에 스스로 인정하는 편이 낫다. 그렇지 않으면 온갖 억측이 난무할 것이다.
15. 속도가 관건이다
신속한 응답이야말로 고객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때로는 빨리만 응답해도 나쁜 상황을 좋은 상황으로 바꿀 수 있다.
16. 문화는 창출하는 것이 아니다
문화는 그냥 생기는 것이다. 꾸준한 행동의 부산물이다. 신뢰 있는 사람에게 상을 주면 신뢰의 문화가 싹튼다. 고객을 제대로 대접하면 고객 서비스가 하나의 문화로 굳어진다. 팀 게임을 한다고 팀워크와 신뢰의 문화가 싹트는 게 아니다.
17. 직원들은 13살이 아니다
직원을 초등학생처럼 대하는 회사가 너무도 많다. 그곳의 직원들은 지극히 사소한 일에서도 허락을 받아야 한다.
매번 허락을 구하다 보면 스스로 생각을 하지 않는 문화가 생겨난다. 또한, 보스와 일꾼들 사이에 불신이 싹튼다. 직원들에게 근무시간에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시청을 못 하게 해봐야 무슨 소용인가?
그렇다고 그들이 그 시간에 일하는 것도 아니다. 근무 시간 중에도 짬짬이 머리를 식힐 시간이 필요하다.
나의 이야기
나는 위의 모든 내용에 대해 실제 내가 겪었던 사례를 얘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 중독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내가 최근까지 다녔던 곳은 어떤 일을 하는 데 필요한 단계를 누구나 사용 가능한 무료 툴들을 이용해 자동화시켜 더 빠르게 단축하는 걸 정말 잘했다. 누가 요구하지 않아도 일의 단계를 줄일 수 있다면 새로 나온 툴들을 알아서 먼저 적용했다.
그에 반해 매일같이 해야 하는 어떤 간단한 일에 대해 대략 10년 전에 지은 시스템을 활용해 오래 걸리고 비효율적인 방식으로밖에 일 처리가 안 되는 곳도 있었다. 10초면 될 일이 5분이 걸렸다. 이곳은 직원들의 반복되는 불만을 무시했다. 임원들이 직접 하는 일도 아니었고 꽤 ‘작은 일’이었으며, 임원들은 다른 중요한 일들에 신경쓰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을 개선하는데 2주란 시간이 걸린다고 가정해보자. 30명의 직원이 이 간단한 일을 매일같이 한다고 했을 때, 5분x30명=150분, 150분x250일(1년 동안 대략 근무일 수)=37500분=625시간=약 26일이다. 이곳은 바쁘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5년이 넘게 이 일을 무시하고 미뤄오고 있었다. 회사는 26일x5=130일(실제로는 아마 더 될 것이다)을 14일과 맞바꾼 것이나 다름없다.
책의 내용 중 몇 가지만 발췌한건데도 주옥같은 내용이 많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관심이 가는 사람은 직접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똑바로 일하라>에 나오는 일하는 방식은 절대 비현실적이거나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똑바로 일하라>에서 말하는 일하는 방식과 반대되는 방식 두가지를 모두 경험한 나로서는 이 책에 나오는 방식대로 일하는 것이 훨씬 더 행복했고,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효율적이었다.
원문: yoonash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