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이야기하면서 꽌시가 중요하다, 꽌시가 아니면 아무것도 안 된다 말이 많은데, 내가 생각하는 꽌시는 별거 없다. 그냥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관계”란 똑같다. 뉴욕에서, 휴스턴에서 만나는 미국인과 관계를 맺건 북경에서 중국 고위공직자와 관계를 맺건 동일한 원칙. 진심으로 인간답게 행동하는게 답이다.
뭐 죽기살기로 같이 술 퍼먹고 오랫동안 기다리고 이런건 절대 꽌시가 아니다. 답 안나오는 관계는 아무리 술을 같이 먹고 집 문앞에서 기다리고 감동의 당나라 한시를 읊어도 안 될건 안 되는게 당연지사다.
사실 중국은 수십개의 다른 민족과 지역적 특성이 강해서 지역마다 수십가지의 꽌시가 존재한다. 그래서 만약 중국에 독특한 꽌시가 존재하더라도 그건 한 가지 만능 키가 아니라 수십 개의 서로 다른 꽌시라고 말해야 옳다. 중국이 하나인게 신기하다고 느낌이 퐉 와야 중국을 조금 느끼는 것이다. 그 넓고 커다란 중국을 이렇다고 딱 잘라 말하는 사람만큼 중국을 모르는 사람도 없는 것! (참조 : 중국, 다같은 중국 아니다! )
괜히 중국 꽌시에 대해서 이상한 환상 갖지 말자. 오히려 문제는 한국 비즈니스맨들의 얄팍한 인간관계에 대한 가치관이다. 3개월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짧은 시각으로 상대방을 대하고 필요할 땐 매달리고 필요없다 싶으면 뒤도 안돌아보는 싼티나는 인간관계를 비지니스맨의 “능력”이라 착각하는 습성이 중국이나 미국에서 안 먹히니 중국에서 꽌시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거다.
전세계 어디나 비즈니스의 기본은 1) 근원적으로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는지, 2) 그 일을 진심어린 눈빛으로 마음을 담아하느냐다. 그렇게 하고 있다면 중국 정부의 고관이 오건, 미국 애플이 오건, 중동 왕자님이건, 아프리카 부족장과 사업을 하건 문제 될게 없다.
지난 수 년간 한국, 중국, 미국에서 백여 개 기업을 방문하고 미국과 중국에서 수천억 원 규모의 인수합병을 경험하면서 느낀건 중국과 미국의 비즈니스 관계 맺기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무섭도록 가볍고 종이처럼 얇은 한국인들의 술 영업, 형님 영업이 유치하고 한국적인 특수한 관계란 것을 깨달은 것이다. 중국의 꽌시가 독특한 것이 아니라 한국의 진실되지 못한 관계맺기의 습성이 글로벌한 수준에 특출나게 못 미치는 것이다. 이해관계가 빤히 보이는 미팅, 식사, 접대. 이런 것들로 맺어진 관계로 뭔가를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은 진정 쌍팔년도 식의 감성이다. 필요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본질이 될 수는 없다.
중요한건 본질이다. 본질적인 가치가 느껴지면 국적에 상관없이 누구나 그 기회를 물려고 달려든다. 노력하면 된다, 버티면 된다고 성공 이후의 스토리를 미화시키는데, 내가 바라보는 성공의 이유는 무작정 버티는 것이 아니라 버티면서 가치를 찾아내고 영리하게 기회를 만든 데에 있다.
물론 그런 가치와 기회도 기다림과 간절함은 필요조건이다. 하지만, 버티기만 하고 꽌시에 기대는 것은 절대 충분조건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중국의 꽌시란 신비롭고 독특한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관계의 기본에 충실하다면 저절로 맺어지는 것이다.
오히려 자신의 인격적 성숙함을 위해서 논어 중용 도덕경과 같은 동양고전을 탐독하는 것이 꽌시를 이룩하기 위한 기초체력, 필살기를 익힐 수 있는 지름길 일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실제 미국 비즈니스맨들은 중국 사업을 하기 전에 도덕경을 탐독하는 이들도 있다. 중국인의 정신세계를 알기 위해서!) 관계란 상대적이니 내가 훌륭한 사람이라면 상대도 훌륭한 사람을 만날 가능성이 높고, 인격적으로 훌륭한 두 나라의 사람이 만나면 안 될 일도 되고, 없던 일도 생기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말이다.
원문: 정주용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