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한 주제, 즉 직장인들의 패션에 대해서 써보려고 한다. 「같은 역인데 출근길 물이 너무 달라」라는 기사가 크게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같은 명동역에 위치했지만 완전히 다른 패션 문화를 가진 우리은행과 신세계백화점 직원들의 출근길 복장을 비교한 기사였다.
이 기사를 보면서 전 직장이었던 구글코리아 버전의 ‘같은 회사인데 패션이 너무 달라’라는 기사를 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구글에선 엔지니어와 세일즈·마케팅,·파트너십 등 비 엔지니어는 패션만 봐도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엔지니어는 라운드 티셔츠, 헐렁한 바지, 삼선 슬리퍼나 크록스 패션으로 다니는 반면 비 엔지니어, 특히 세일즈·마케팅의 패션은 자켓, 깔끔한 셔츠, 핏한 바지에 구두 등 위에서 소개한 신세계백화점과 유사하다. 이렇게 두 집단의 패션이 큰 차이를 보인다.
광고회사 출신인 나는 처음엔 엔지니어분들의 패션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고 ‘공대 출신분들은 문과 출신과는 뇌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선천적으로 패션에 아예 관심이 없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공대생의 교복은 체크 남방이다’ 등의 기사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굳어졌었다.
그런데 게임 회사의 패션을 경험하면서 결국 직장인들의 패션은 선천적 요인보단 후천적으로 완성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굳어졌다.
첫 번째 요소: 첫 직장
첫 직장을 어느 회사에서 어떻게 일하는지 배운 게 그 사람의 업무 역량을 좌우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첫 직장에서 배운 패션 센스가 그 사람의 스타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제일기획 신입 AE였을 때, 당시 내가 속한 광고 본부의 본부장이셨던 김낙회 제일기획 전 대표님께서는 항상 “AE는 제일기획의 얼굴이다. 정장을 입을 필요는 없지만 옷을 센스있게 잘 입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고, 옷을 잘 입고 온 날엔 꼭 칭찬을 해주셨다.
본인도 환갑이 가까운 나이셨음에도 항상 멋진 비즈니스 캐주얼을 소화하셨다. 이렇게 회사에서 보고 듣는 게 있으니 나를 포함해 신입사원 때는 스타일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사람들도 점차 개선이 되며, 나중에 회사를 옮기더라도 그 스타일을 유지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요소: 외모와 스타일이 업무 성과에 미치는 영향
광고 뿐 아니라 컨설팅, 세일즈, 디자인 등 지식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돈을 받는 직종의 경우 외모와 스타일이 업무 성과에 영향을 준다.
디자이너 출신인 ‘배달의민족’ 김봉진 대표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디자인회사 재직 시절 첫 프레젠테이션 실패 후 고객의 시선을 잡고 강렬한 인상을 주기 위해 드라마 속 디자이너처럼 삭발을 했다고 한다. 그러자 고객사 임원들이 그의 외모에 관심을 가지며 “와, 디자인 잘하게 생겼는데!”라고 생각했고 그는 자신감을 얻어 지금의 성공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처럼 외모와 스타일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성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광고 기획자/디자이너들은 크리에이티브한 인상을 주기 위한 패션을 추구하고, 컨설턴트들은 아무리 더워도 명품 정장을 입으며, 세일즈맨들은 깔끔하고 호감을 주는 옷을 입는다.
그래서 회사 내에서 다른 일을 하다가 위의 직군으로 새로 옮긴 사람들의 경우 외모와 스타일이 업무 성과에 영향을 준다는 걸 깨닫고 갑자기 스타일이 좋아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세 번째 요소: 회사 동료의 스타일
위의 두 요소들의 경우 선천적으로 패션 스타일이 좋지 않던 사람이 개선되는 경우를 주로 다루었다. 이는 위와 반대의 경우다. 원래 패션에 신경을 많이 쓰던 사람이 패션에 전혀 신경을 안 쓰는 업종에 가서 본인도 신경을 안 쓰게 되는 케이스도 많다.
일례로 광고, 디자인, 컨설팅 등의 회사에 근무하면서 패션에 신경을 많이 쓰던 분들이 기업 내 마케팅·디자인·전략 담당자로 옮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그 회사 동료가 다 같이 공장 잠바를 입고 다니는 등 전혀 패션에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라면 그분들의 패션도 따라서 편해지는 걸 보았다.
이상 직장인들의 패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100% 나의 생각이었다.
원문 : 진민규의 마케팅/Tech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