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페이스북은 국내 언론에서 혁신적인 기업을 꼽을 때 항상 함께 등장하는 기업들이다.
두 회사에는 공통점이 꽤 있다. 모두 실리콘밸리에 있고, 젊은 엔지니어들이 창업해서 거대한 글로벌 기업이 되었으며, 소프트웨어 기술을 기반으로 전 세계인들의 삶을 바꾸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하지만 구글에서 4년을 일하고 나왔으며. 지인들을 통해서 페이스북의 소식을 지속적으로 접하는 내 입장에서 봤을때 두 회사는 상당히 다른 점이 많고, 그 차이점은 두 회사의 미래의 모습에 큰 차이를 만들 것 같다. 그래서 구글과 페이스북이 어떻게 다른지 내가 생각하는 차이점을 써 봤다.
1. 미션이 다르다
구글의 미션은 ‘세상의 정보를 조직해서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사용할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걸 보면 구글이 왜 ABC라는 지주회사 형태로 변신했고, 얼핏 보기에 구글과 전혀 관련없어 보이는 다양한 회사들을 인수하고 있으며 무인 자동차/당뇨병 치료 콘택트 렌즈 개발 등을 진행하는지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다.
구글은 인터넷 상의 정보를 찾아주는 검색 엔진에서 시작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이 세상의 모든 정보를 개방하고 디지털화해서 접근 가능하도록 만들려는 것이다. 그런 만큼 온/오프라인 상의 다양한 영역에 걸쳐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반면 페이스북의 미션은 ‘사람들에게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을 줘서 세상을 좀 더 개방적이고 연결된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 즉 페이스북은 구글과는 달리 정보보다는 사람들을 연결해주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는 페이스북이 인수한 기업 리스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페이스북이 추구하는 ‘연결’은 어디까지나 페이스북 안에서의 ‘연결’로, 오직 소셜 하나에만 집중한다.
2. 창업자의 성향이 다르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세르게이 브린과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모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이다. 하지만 래리/세르게이와 마크는 성향이 크게 다르다.
래리/세르게이는 상당히 내성적이고 대외 활동( 미디어 포스팅, 언론 인터뷰 등)을 거의 하지 않는 전형적인 엔지니어다. 내부 직원들 대상 TGIF 등에서도 카리스마있는 CEO의 모습이라기보다는 평범한 동료같은 모습으로 나타나서 속삭이듯이 조용히 이야기한다. 이러한 CEO의 영향인지 대다수의 구글 임원들 역시 대외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유일한 예외라면 에릭 슈미트 회장과 구글플러스를 이끌었던 임원인 빅 군도트라 정도였다.
반면 마크 저커버그는 상당히 외향적이고 사회적인 엔지니어로 보인다. 팔로워가 4,400만명에 달하는 그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페이스북에 관련된 내용 뿐 아니라 그의 개인적인 생각/견해를 포스팅하고, 최근에는 갓난아기 딸의 사진도 직접 올리는 딸바보의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가 딸의 출산 직전에 페이스북 주식의 99%를 기부하겠다고 밝힌 포스팅은 엄청난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구글 출신의 페이스북 COO인 쉐릴 샌드버그 역시 비즈니스 뿐 아니라 여성의 사회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Lean In’ 캠페인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직접 포스팅을 하고 있다.
이런 차이는 회사 내 문화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것같다. 구글은 크게 엔지니어 조직과 비즈니스 조직(주로 광고 세일즈), 그리고 스탭 조직(마케팅/인사/홍보 등)으로 나누어지는데, 엔지니어 조직과 비즈니스 조직은 거의 다른 회사라고 느껴질 정도로 교류가 없다. 나 자신도 구글 광고 세일즈에서 4년을 근무했지만 친해진 엔지니어는 손에 꼽을 정도다. 반면 구글코리아에서 근무하다가 페이스북 싱가폴로 옮긴 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국인과 외국인의 성향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우 사교적인 문화로 구글과 많이 달라서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러한 문화의 차이는 상당 부분 두 회사의 규모와 역사 차이에 기인한다고 본다. 구글은 1998년에 설립되었고 전 세계 직원이 6만명이 넘어 IT업계에서는 이미 대기업에 속한다. 반면 페이스북은 2004년에 설립되었고 전 세계 직원이 1만 2천명 수준으로 (2015.9.30 기준), 구글에 비하면 아직 역동적인 스타트업의 문화가 남아 있는 것같다.
3. 비즈니스 접근법이 다르다
구글은 어떠한 상품과 서비스를 기획하든,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가장 과학적으로 뛰어나고 성능이 우수하며, 객관적으로 봤을때 가장 합리적인 상품/서비스를 완벽히 준비해서 제공하는걸 목표로 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구글 플러스에 사진과 동영상을 업로드하면 자동으로 보정해주고 안면 인식을 통해 자동으로 사진을 분류해주는 기능을 예전부터 제공해 왔다. 360도 비디오 감상 기능을 유투브가 비디오 플랫폼 중 최초로 선보였으며, 유투브의 비디오 광고인 ‘트루뷰’ 역시 30초 이상 광고를 시청해야만 유효 조회수로 인정해주고 과금하는 등 구글의 상품과 서비스는 합리적이다.
반면 페이스북은 뛰어난 기능을 먼저 선보이기보다는, 유저들이 사용하기 쉬운 기능부터 선보인 뒤 지켜보면서 계속 개선해가는 주의인것 같다. 그리고 페이스북은 유저들과 광고주들이 이해하고 공유하기 쉽게 설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은 작년부터 비디오 기능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했는데, 비디오가 유저들의 타임라인 상에서 자동 재생되도록 지원하는 한편, 자동 재생 시간이 3초만 넘으면 조회수로 카운트되도록 설정하여 업계에서 ‘조회수 인플레이션’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360도 비디오의 경우에도 유투브에서는 기능이 추가되었다는 사실을 직원들조차 모를 정도로 PR/마케팅 활동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360도 비디오 기능을 뒤늦게 런칭했음에도 마크 저커버그가 적극적으로 여러번 소개 포스팅을 진행하는 한편, ABC 등 여러 언론사에서 360 비디오를 제작하도록 하여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소개하는 등 적극적인 PR/마케팅 활동을 벌였다.
4. 두 회사의 공통점 : 광고
이처럼 두 회사는 매우 상반된 문화와 상품, 서비스를 갖고 있지만, 공통점은 대부분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대신 광고로 돈을 번다는 점이다. 구글의 2015년 3분기 IR자료를 보면 전체 매출 중 광고 매출이 90%다. 페이스북 역시 동 기간에 광고 매출이 전체의 95%를 차지한다(페이스북 IR자료). 특히 두 회사 모두 데스크탑 광고 수익 정체를 타개하기 위한 모바일 광고 수익 증대가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그래서 가장 많은 광고비를 쓸어담고 있지만 시청자들이 점점 떠나고있는 TV에서 유투브/페이스북의 비디오 광고로 옮겨갈 수 있도록 광고주들의 지갑을 돌리기 위한 두 회사 간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5. 결론
순다 피차이 구글 사장은 최근 캠퍼스 서울에서 가진 강연에서 “머신러닝과 인공지능이 향후 정보기술의 혁신을 이끌 것”이라고 수 차례 강조했다. 그는 “구글이 자동차를 개발하는 이유는 자동차가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교통사고와 같은 보편적 문제를 과학으로 해결해 삶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구글이 그동안 추구해온 철학과 통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구글은 페이스북보다 훨씬 많은 인력과 자원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여 뛰어난 기술을 바탕으로 인류의 삶에 더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구글이 여러 차례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페이스북에게 패배한 영역이 소셜이다. 그리고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 / 왓츠앱 등을 인수하여 소셜 최강자의 자리를 굳히면서 전세계인들이 자사의 모바일 플랫폼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도록 연결하고 유도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구글과 페이스북은 모두 뛰어난 엔지니어 기업이고 앞으로 인류에게 더 나은 삶을 선사할 기업이다. 둘의 차이를 비유하자면 구글은 고지식하게 묵묵히 일하며 다방면의 일을 하는 천재 엔지니어의 모습에 가까우며, 페이스북은 자기 PR을 잘하고 사교성이 좋으며 한 우물만 파는 엔지니어랄까? 이러한 둘의 차이가 향후 두 기업의 모습을 결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각각 어떤 새로운 영역에 진출할 것인지, 그리고 광고 매출을 둘러싼 전쟁을 어떤 식으로 전개할지에 대해서 말이다.
원문 : 진민규의 마케팅/Tech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