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일, ‘위안화가 드디어 SDR에 편입되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드디어’라는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장에서 많이 기대하고, 알고 있던 뉴스라는 거죠. 그럼 간단하게 그 의미에 대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순서는 아래와 같습니다.
- SDR이 뭡니까?
- SDR에는 어떤 통화들이?
- 위안화가 들어갔다고?
- 앞으로 일어날 일
1. SDR이 뭡니까?
IMF는 얼마 전의 그리스나 1997년의 우리나라처럼 돈이 다 떨어져서 힘들어하는 나라에 돈을 빌려줘서 급한 불을 끄도록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뭘로 끌까요? 돈이 부족하니 돈을 꺼야겠죠? 그런데 무슨 돈?
1967년 당시에는 금이나 달러가 그 역할을 했습니다만, 이것만으로는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IMF에서 ‘특별인출권(Special Drawing Rights, SDR)’이라는 새로운 국제준비자산을 만들자는 청사진이 제시되었고, 1970년 SDR 배분이 실시되었습니다. 이런 통화를 준비해놨다가 문제가 생기는 나라에 빌려주자, 뭐 이런 의미죠.
그 후로 브레튼우즈 체제 붕괴, 5개 주요통화로 축소 등등 이러저러한 일들을 겪은 이후, 2001년, SDR은 드디어 4개의 주요통화로 압축됩니다.
2. SDR에는 어떤 통화들이?
그럼 SDR에 편입되어 있는 통화는 달러화/파운드화/엔화/유로화 이렇게 4개입니다. 비중은 각각 미국(42%), 유럽(37%), 영국(11%), 엔화(10%) 입니다.
그런데, 이들 나라에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QE(Quantitative Easing, 양적완화)를 하고 있다는 거죠. SDR이랑 QE랑 무슨 상관이냐?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일 뿐 사실 큰 상관은 없습니다. 그런데, “미국/영국/유럽/일본 이들 나라들이 경제가 부진하다고 어떻게 돈을 막 찍어낼 수 있었을까?”로 질문을 바꿔보면, 할 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거든요.
돈을 찍어내면, 통화가치가 떨어질 거고, 무분별하게 너무 많이 찍어내면, 결국 통화에 대한 신뢰도 떨어질 텐데, 어떻게 이렇게 계속 찍을 수가 있는 거냐?”라는 그런 의미에서 SDR에 편입된 통화라는 것은 매우 큰 의미를 주는데, 바로 ‘신뢰’입니다. 그리고 다른 표현으로는 ‘갖고 싶은 통화’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갖고 싶은 통화라는 것은 뭘 의미할까요?
2.1 통화의 성장 과정
한국은행의 자료에 보면, 통화는 태어난 이후 몇 단계를 거쳐서 성장합니다.
1) 무역결제통화(Trade)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히 원화로 결제를 하지만, 여러분이 수입업자가 되어서 중국이나 일본에서 물건을 사와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어떤 통화로 할까요? 가장 많이 쓰는 통화는 달러입니다.
사실 중국에서 물건 사올 때는 위안화로 주면, 중국 사람들은 편하겠죠? 받은 달러를 다시 위안화로 환전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고, 환율 변동 위험에 노출되지도 않고 말이죠. 유감스럽게도 위안화의 결제통화 비중은 겨우 3%도 안 됩니다. 그래도 많이 증가한 것이 이 정도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중국이랑 무역을 제일 많이 하는 나라가 대략 70개나 된다는 겁니다. 2009년 이후로 글로벌 무역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위(중국 12%, 미국 8%)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사람들이 해외에 물건을 팔 때 위안화로 달라고 못하고 달러로 받는다는 거, 뭔가 억울하게 생각할 수 있겠죠?
2) 투자통화(Investment)
두 번째 단계는 이 통화로 투자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를 위해서는 돈을 맘대로 바꿀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돈이 좀 안정되어야겠죠.
예를 들어 내가 A나라에 있는 건물을 하나 샀는데, 건물가격이 3배 올랐습니다. 좋아하고 있는데, 팔고 원화로 바꾸려고 보니 A나라에서 그렇게 큰돈은 못 바꿔주겠답니다. 이런! 변호사 통해서 돈 가져가게 해달라고 하고 난리 쳐서 바꿨더니, 이번엔 A나라의 통화가 1/3토막 난 겁니다. 젠장! 번 것도 없잖아! 낭패입니다. A나라 같은 곳에는 투자하기 싫어지죠.
국제사회에서 위안화에 요구하는 것도 이와 비슷합니다. 맘대로 달러로 바꿔서 나갈 수 있게 해주라는.
3) 보유통화(Reserve)
마지막 단계가 중요합니다. 앞서 언급한 갖고 싶은 통화가 되는 거죠.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은 열심히 해외에 물건을 팔아서 돈을 법니다. 해외에 물건 팔았으니 외화겠죠? 이 외화를 은행 금고에 넣어둡니다. 일반적으로 이걸 외환보유고라고 하는데, 무슨 통화로 가지고 있는지 보시죠.
달러가 압도적이네요. 60%가 넘습니다. 한국은행과 같은 전 세계 중앙은행에서 가장 안전한 통화라고 믿는 통화가 달러라는 걸 의미합니다. 그럼 위안화는? 에게, 1%입니다. 못 믿겠다는 거죠. 갖고 싶지 않은 통화라는 겁니다.
자, 이런 상황에서 위안화가 SDR에 편입되었습니다.
3. 위안화가 들어갔다고?
위안화가 SDR에 편입되었습니다. 대략 10% 수준으로 말입니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당장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린 통화의 발전과정을 위안화가 착실히 밟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사례로 기억될 것입니다. 사람들이 ‘갖고 싶어하는 통화’로 조금 더 발전했다는 것이 가장 큰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일부에서는 위안화가 SDR에 편입되었으니, 중국도 양적완화를 하겠군, 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저도 한때 그런 의심을 했습니다만), 그건 앞으로도 상당히 많은 일들이 있어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우선 중국도 금리를 0%까지 낮춰야겠죠. 그런 일이 일어날 정도로 중국 경기가 나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4. 앞으로 일어날 일
우리나라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줄지, 위안화 환율은 어떻게 될지, 사실은 이게 가장 큰 관심입니다.
우선 위안화 환율에는 강세요인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갖고 싶은 통화’가 되었다는 상징적 의미 때문에 그렇습니다. 때문에 중국과 수출경쟁을 해야 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에게는 좋은 소식이 될 겁니다. 왜냐면 원화는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걸 모를 리 없는 중국정부가 함정입니다. 위안화 강세요인을 상쇄할 만한 부양책(완화정책)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한 방향으로 가긴 어렵다는 이야기이구요. 이미 SDR 편입이슈는 오래전부터 나왔던 터라, 선반영된 측면도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안화는 중장기적으로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인데 말이죠, 위안화가 편입되면 중국정부의 경기부양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이런 전망이 우세합니다. 다만, 편입 전날의 갑작스런 시장 급락이 맘에 걸립니다.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중국기업의 MSCI 일부 편입 이슈가 가장 컸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급하게 외국인이 주식을 팔 이유는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이죠.
갑자기 불현듯 떠오른 게 지난 여름 중국의 MSCI 신흥국 지수 편입 이슈입니다. 흑흑… 위안화도 SDR에 편입된 마당에 이제 MSCI 지수에 편입될 날도 머지 않았을 테고, 그럼, KOSPI는 또 찬밥… 이렇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만, 이만 줄입니다.
원문: Managyst가 보는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