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이 울리는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올 봄, 벚꽃 축제가 열리는 거리마다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 울려 퍼졌습니다.
벌써 3년 째입니다. 벚꽃엔딩은 2012년 3월에 발표된 노래지만 매년 봄만 되면 다시 가요차트 1위에 오르는 기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무리 크게 유행한 노래조차도 반짝 인기몰이로 끝나는 대중 가요계에서는 아주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유는 여러분도 짐작하다시피 제목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어떤 자극을 받으면 그 자극과 관련하여 각인된 것들을 자동으로 떠올린다고 합니다. 춘천가는 기차를 타거나, 여수 밤바다를 바라보거나, 불어오는 초 가을 바람을 맞으면 김현철의 ‘춘천가는 기차’,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 이문세의 ‘가을이 오면’을 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검색은 수요를 반영한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매년 봄마다 벚꽃엔딩에 대한 수요가 급증함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팔아야 하는 제품이 벚꽃엔딩과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람들은 광고를 볼 때 말고는 제품을 잘 떠올리지 않습니다. 매출을 올리려면 더 많은 광고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봄날 벚꽃이 노래 벚꽃엔딩을 연상시켜주듯이 여러분의 제품을 자동으로 연상시켜주는 무언가가 있다면 여러분은 공짜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컨테이저스의 저자 조나 버거는 이것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파전을 보면 막걸리가, 치킨을 보면 맥주가, 11월 11일엔 빼빼로가 생각나는 것처럼 소비자가 어떤 외부자극에 노출되었을 때 여러분의 제품을 자동으로 떠올리게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여러분의 제품을 이야기할 때 자동 연상을 촉발할 매개체를 함께 언급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찬 바람이 싸늘하게 어깨를 스치면 따스하던 삼립호빵’
‘일요일은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
‘밀크커피를 마실 땐 에이스크래커와 함께’
삼립호빵은 찬바람, 짜파게티는 일요일, 에이스크래커는 밀크커피라는 연상 촉매제(Trigger)를 광고 문안이나 제품 슬로건에 담고 있습니다. 그 덕에 소비자들은 겨울 찬바람을 맞을 때마다, 일요일이 될 때마다, 밀크커피가 생각날 때마다 삼립호빵, 짜파게티, 에이스크래커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 때마다 매출이 튀어 오르는 건 당연한 결과일 테구요.
그런데 아무거나 연상촉매제로 설정한다고 해서 다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연상촉매제를 설정할 때는 몇 가지를 주의해야 합니다.
연상 촉매제는 먼저 감각적인 자극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찬바람처럼 피부로 느낄 수 있거나 달력에 표기된 일요일이나 손에 들고 있는 믹스커피 봉지처럼 눈에 들어올 수 있어야 합니다.
삼립호빵은 ‘시린 마음을 달래주던 따스한 삼립호빵’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린 마음은 감각적인 자극이 아닙니다. 마음의 상태만으론 연상 작용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연상 촉매제는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처럼 구체적인 감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다음으로 연상촉매제는 다른 제품이 선점하고 있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잠시 ‘빨간 건 ( )’의 괄호 안에 들어갈 말을 떠올려 보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은 떠올리신 건 십중팔구 사과였을 것입니다. 빨간 건 사과 외에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빨간 것 -> 사과’ 식으로 한 번 각인이 되면 우리가 아무리 다른 빨간 사물들을 경험했다 하더라도 빨간 것 하면 사과만 떠올리게 됩니다.
밀크커피는 이미 에이스크래커가 선점했습니다. 그런 만큼, 아무리 밀크커피가 연상촉매제로 탐난다 해도 별 효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커피와 연결하고 싶다면 아래 호떡 장수 아주머니의 사례처럼 아직 틈새로 남아 있는 아메리카노와 라떼 같은 다른 커피 종류를 연상촉매제로 사용해야 합니다.
세 번째로 연상촉매제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거나 정기적으로 접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에이스크래커는 ‘와인 친구 에이스크래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와인을 접할 기회는 흔치 않습니다. 당연히 에이스크래커를 연상할 빈도 역시 떨어질 수 밖에 없을 테구요.
마지막으로 연상 촉매제는 제품과 관련 있거나 납득할 만한 것이어야 합니다.
빼빼로는 연상 촉매제로 ’11월 11일’이 아니라 ’11시 11분’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마치 부라보콘이 ’12시에 만나요 부라보콘’이라고 말한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게 하면 연상 빈도에 있어서는 1년에 단 하루에 불과한 11월 11월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효과적일 것입니다.
그런데, 11시 11분과 빼빼로가 쉽게 연결되나요?
12시는 커피나 아이스크림 같은 후식을 먹는 시간인 만큼 ’12시에 만나요 부라보콘’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11시 11분은 빼빼로와 모양의 유사성 말고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매일 11시 11분에 빼빼로를 먹을 이유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나마 1년에 한 번, 11월 11일에 사랑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빼빼로를 사는 건 조금은 억지스러워도 설득력이 있는데 말입니다.
보완재라는 말이 있습니다. 함께 소비할 때 효용성이 커지는 제품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영화와 팝콘, 치킨과 맥주, 삼겹살과 소주, 피자와 콜라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가장 설득력 있는 연상 촉매제가 이러한 보완재입니다.
여러분의 제품과 보완관계에 있는 제품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그 중에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것은 뭔가요. 또 그 중에서 아직 다른 제품이 광고 문안이나 제품 슬로건에 포함하진 않은 것은 뭔가요.
남아있는 것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 여러분이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연상 촉매제입니다.
원문: 적정마케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