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황제가 말했다.
“마음으론 성관계를 가지려고 하는데 발기가 안 된다면, 성관계를 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현녀가 대답했다.
“하지 말아야 합니다. 원래 성관계란 것은 먼저 남자가 네 가지에 이른 후에야, 여자도 9가지 기운에 다다를 수 있는 법이기 때문이지요.”
황제가 말했다.
“그 네 가지가 무엇인가?”
현녀가 답했다.
“음경이 성을 내지 않으면, 화기(和氣)가 이르지 못한 것입니다. 성을 내긴 하는데 커지질 않으면, 살의 기운에 이르지 못한 것입니다. 커지긴 하는데 단단해지질 않으면, 뼈의 기운이 이르지 못한 것입니다. 단단해지기는 하는데 뜨거워지지 않으면, 정신의 기운이 이르지 못한 것입니다. 그래서 성낸다는 것은 곧 성관계에 있어 불이 켜진 것이며, 커진다는 것은 곧 관문에, 단단해진다는 것은 곧 대문에, 뜨거워진다는 것은 곧 방문에 도착한 셈입니다. 네 가지 기운이 모두 이르러서야 절도있게 성관계를 가질 수 있는 법이니, 망령되이 행동하지 마시고 함부로 사정을 하는 것은 피하십시오.”
원문
황제가 말했다.
“좋도다! 여성의 아홉가지 기운은 그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현녀가 대답했다.
“아홉가지 기는 살펴서 알 수가 있습니다. 여성이 한숨을 내쉬며 침을 삼키는 것은 폐의 기운이 이른 것입니다. 소리를 내며 빨거나 핥는 것은 심장의 기운이 이른 것입니다. 두 팔을 벌려 사람을 안는 것은 비의 기운이 이른 것입니다. 성기에 윤기가 돌기 시작하는 것은 신장의 기운이 이른 것입니다. 사람을 깨물기 시작하는 것은 뼈의 기운이 이른 것입니다. 다리와 발로 사람을 안는 것은 근육의 기운이 이른 것입니다. 남성의 성기를 만지작거리는 것은 혈기가 이른 것입니다. 남성의 가슴을 애무하는 것은 살의 기운이 이른 것입니다. 오랫동안 성관계를 갖길 원하는 것은 그 뜻을 느끼고 아홉가지 기운이 모두 이른 것입니다. 아홉 가지 기운이 이르지 못한 사람은 얼굴이 상하기 마련이니, 이르지 못했다면 치료를 해야 합니다.”
앞선 내용에 이어, 이번에도 성행위시의 무드 체크와 관련된 내용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그 주제는 조금 차이가 있는데, 여기에서는 아예 무드가 충분히 조성되지 않으면 성관계 자체를 가지지 말아야 한다고까지 말한다. 오직 양자가 완전히 마음에서 우러나서 갖는 성관계만이 건강한 성관계라는 것.
황제는 성관계를 가지고 싶어도 발기가 되지 않을 때, 억지로라도 발기를 시켜 성관계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묻는다. 세간에 ‘의무방어전’이란 말이 유행하는 것처럼 보통은 우호적인 부부 사이 관계나 연인 사이 관계를 위해 그래야 한다고 여기겠지만, 현녀는 그래선 안 된다고 단언한다. 그는 단순히 발기가 되었는가 되지 않았는가를 넘어, 발기의 단계를 무려 네 단계로 나누어 그 네 단계가 완벽하게 이루어져야만 성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 네 단계란 각기 성이 나는 것(…), 커지는 것(…), 단단해지는 것(…), 뜨거워지는 것(…)으로, 각기 화기(和氣), 살의 기운[肉氣], 뼈의 기운[骨氣], 정신의 기운[神氣]이 이른 증거이다. 첫 번째로 언급되는 화기(和氣)란 흔히 화기애애(和氣靄靄)라 표현하는 바로 그 화기. 즉 성관계 그 자체에서 어떤 즐거움, 화기애애함을 느껴야만 비로소 성기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 후로는 살의 기운이 이르면서 점점 커지되 아직 단단하지는 않은 상태가 되고, 여기에 뼈의 기운이 더해지면서 완전히 단단한 상태가 된다. 그리고 정신의 기운이 더해지면서, 흔히 열정(熱情)이라 부르는 것처럼, 정말 실제로(…) 뜨거운 열기가 여기에 더해지게 되는 것이다.
이들은 흡사 불이 들어오고, 관문을 거치고, 대문을 거치고, 다시 방문을 거쳐 방에 들어가는 것처럼 모두 꼭 필요한 단계들이다. 대문을 거치지 않고 방문을 열고 들어갈 수는 없는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현녀는 발기가 될 정도로 흥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억지로 성기를 발기시켜 성관계를 갖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여성의 경우 고려해야 할 요인이 더 많은데, 이미 앞에서 언급한 ‘열 가지 움직임’과 그 대강의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이것을 인체의 오장육부나 살, 뼈, 피와 같은 것들에 비견하여 설명하는 것이 작은 차이점. 각기 직관적인 비유와 한의학적인 이론에 따라 인체의 각 부위와 연결지어 설명하고 있다.
숨을 깊이 쉬게 되는 것은 호흡을 담당하는 폐의 기운이 이르렀기 때문이고, 소리를 내며 빨고 핥는 것은 혀와 관계가 깊은 심장의 기운이 이르렀기 때문이며, 끌어안아 서로의 피부의 감촉이나 살의 느낌을 느끼는 것은 살과 관계가 깊은 비장의 기운이 이르렀기 때문이다. 윤기가 돌기 시작하는 것은 사람의 정력과 관계가 깊은 신장의 기운이 이른 것이고, 사람을 이로 깨무는 것은 뼈의 기운이 이른 것이며, 발로 사람을 끌어안는 것은 근육의 기운이 이른 것이다. 상대방의 성기를 만지작거리는 것은 혈기(…)가 왕성해졌기 때문이고, 가슴을 애무하기 시작하는 것은 살의 기운이 왕성해진 것이다.
이리하여 남성은 네 가지 기운을, 여성은 아홉 가지 기운을 모두 충실히 만족시킨 후에 비로소 성관계를 완성시킬 수 있게 된다. 참으로 어렵기 짝이 없는 조건이지만, 마음에서 우러난 성관계 대신 의무적으로 할 때가 된 것 같아서, 서로에게 충실하기 위해서 – 같은 이유로 성관계를 갖게 되는 많은 성인들에게는 나름의 반성을 제공하는 내용일지도 모른다.
이상으로 성행위 시의 마음가짐을 다루는 장은 모두 끝나고, 앞으로는 다양한 체위와 그 체위에서 얻을 수 있는 효능, 병을 얻었을 때 이를 치료하는 체위 등 보다 실전적인 내용을 다루게 된다. 첫 번째로 소녀는 아홉 가지 좋은 체위를 설명하며 그 첫 번째 체위로 ‘용의 뒤집음’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