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뭔가 이상한 일을 겪고 있습니다. 과거의 고통스럽고 기분 나쁜 기억들이 되살아나 거기에 매달려 있습니다. 투자자로서 여러분도 비슷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왜 그럴까요?
우리 두뇌가 하는 많은 이상한 일 중에 “정서적 퇴색 편향(fading affect bias)”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부정적인 감정을 기억하는 데 익숙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뇌는 나쁜 시간, 고통스러운 경험 및 일반적으로 불쾌한 일에 대한 기억은 축소합니다. 적절한 예가 바로 제 아내의 경우입니다.
아내는 대학 시절부터 장거리 달리기 선수였습니다. 몇 년 전, 아내의 마라톤 경기를 도와주기 위해 따라나섰던 적이 있습니다(물론, 제가 같이 뛰었던 것은 아니고요!). 거의 37㎞ 지점에서 아내는 다 죽어가는 눈으로 나를 보면서, “다시는 나를 마라톤에 내보내지 마. 정말 싫다.”라고 말하더군요. 나는 아내가 심각했고, 정말 마라톤을 싫어하는구나 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1주일이 지나자 아내는 다음 마라톤 대회 일정과 연습 프로그램을 훑어보더니, 어느 대회에 나갈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내 생각이 틀렸구나 하고 생각했죠. 아내의 뇌는 4시간 달리면서 느낀 기분 나쁜 감정을 최소화했던 것이고, 다음번 마라톤 경주에 다시 나가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던 것입니다.
또한, 출산 경험을 한 많은 어머니들도 이와 비슷한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볼 때, 정서적 퇴색 편향은 아주 타당합니다. 만일 우리가 완전한 기억을 지니고 있다면, 그런 고통을 감내하지 못할 것입니다. 또한, 만일 이런 편향이 없었다면, 우리는 한 종으로서 이런 성공을 거두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투자자를 망치는 정서적 퇴색 편향
투자자로 10여 년을 지내오면서, 우리가 지닌 이런 편향이 포트폴리오에도 반영되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위험한 일입니다. 이런 편향이 두 가지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망치고 있습니다.
먼저, 정서적 퇴색 편향(그 사촌인 낙관 편향)은 투자자들에게 도박과 투기를 부추깁니다. 여러분이 고공 행진 중인 소형 생명 공학 주식에 투기적으로 투자하고 있었는데 주가가 폭락해 쪽박을 찼다고 가정해 보죠. 여러분이 이런 과거 손실의 고통을 완전하게 기억하고 있다면, 앞으로 그런 어리석은 투기는 다시 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정서적 퇴색 편향이 개입하게 되면, 과거의 아픈 고통은 최소화시키라는 유혹에 빠지고, 가끔 도박에서 땄던 기분 좋은 기억에 마음을 빼앗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다시 도박 테이블에 앉아서, 다음번 대박을 노리게 됩니다.
하지만 장기 투자자들 대부분에게 이보다 더 위험한 것은 과거의 약세장에 대한 기억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분명 약세장은 그 순간 무서웠을 것입니다. 약세장이 되면, 항상 온갖 경제적 또는 지정학적 뉴스들이 주가를 골짜기로 밀어 떨어뜨립니다. 심지어 과거 몇 년 동안 “사소한” 문제에 지나지 않던 사건이 중요한 사건으로 둔갑하기도 합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어쩌지? 미국에 에볼라 바이러스가 퍼졌으면 어쩌지? 중국의 경제 성장에 완전히 끝났으면 어쩌지?
시장에 이런 이야기들이 퍼지고, 그와 동반해 며칠 동안 주가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의 혈압은 올라가고, 손바닥은 땀으로 흥건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이런 상황이 얼마나 심각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 달 후, 우리는 스스로 자조합니다. 아무 일도 아니었네 하고 스스로 말합니다. 뒤에 가서 봤을 때 포트폴리오에 약간 손실이 생겼을 뿐임이 밝혀지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음번에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다음번은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사소한 사건은 분명 큰 문제가 아니었을 겁니다. 하지만 내일의 사건이라면 어떨까요? 내일의 사건은 다릅니다. 내일의 사건이 소름 끼치는 것이라면 어떨까요? 내일의 사건이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오늘 준비해야 할 것은 시간을 내 시장에서 일어났던 끔찍한 일들을 강제로라도 기억해 보는 것입니다. 시장이 5% 하락했을 때 느꼈던 불안과 걱정을 강제로라도 떠올려보고, 앞으로 시장이 20% 하락하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과거 전쟁이 일어나면 어쩌지, 전염병이 퍼지면 어쩌지, 경제가 붕괴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목전에 닥쳤을 때 했던 걱정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 자체가 좋은 연습일 뿐만 아니라,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날 수 있으며,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일은 시계처럼 매년 일어납니다. 역사에서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 시기만 선택할 수는 없습니다. 과거의 끔찍했던 순간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비록 그 순간이 끔찍했지만, 인생을 바꿔놓지 않았고, 시장은 곧 회복했으며, 세상은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앞으로 공포가 밀어닥치더라도 “지금은 끔찍하고, 기분 나쁘고, 약간 무섭기도 하지만, 지난번에도 그랬지!”라고 생각할 수 있으며, 이번의 공포도 지난번의 공포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원문: 책도둑 &
참고: Bason Asset Management, “MY DANGEROUSLY SELECTIVE MEMORY“, 2015. 1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