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책 제목을 보고 무한긍정, 노력을 강조하는 책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다. 이 책은 과학적이다. 그렇기에 헬조선인에게 매우 유용한 책이다. 뿐 아니라, 헬조선의 현실을 잘 보여주기에 현실을 파악하기에도 좋다. 그 가르침을 간추려 보자.
1. 미개한 인간에게 선동은 통한다: 국정원의 댓글은 의미가 없었나?
‘플라시보 효과’는 굉장히 강력하다. 아무 효과가 없는 약이라도, 약이라 생각했다면 효과를 발휘한다. 사람은 믿는대로 느낀다. 선동도 마찬가지다. MIT와 뉴욕대학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댓글의 찬성, 반대 조작만으로도 여론을 돌릴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측면에서 국정원 직원들이 열심히 댓글 조작한 이유를 보여준다. 북한 정보수집은 못하는 이들이 댓글만 그리 잘 다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2. 무기력은 학습된다: 정부는 왜 시위에 차벽을 세울까?
한국 전쟁(6.25) 중 북한은 미군 포로들에게 희망을 빼앗는 세뇌 프로그램을 이행하게 했다. 그 결과, 미군 포로 중 최소 1/3이 사망했다고 한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도 마찬가지다. 쥐를 물에 빠뜨린 후 한 번이라도 중간에 건져줬을 경우, 쥐는 마지막 순간까지 살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중간에 자포자기한다. 이쯤 되면 왜 정부가 시위에 차벽을 동원하는지 알 수 있다. 노오오오오오력해도 바뀌는 게 없다면, 그냥 저항, 그리고 희망 자체를 포기하게 되니까.
3. 유리천장은 우리의 믿음 하에 유지된다: 여자는 왜 취업이 안 될까?
인간이 얼마나 단순하냐고? 이력서의 여자 이름을 남자로만 바꿔도 반응이 더 좋아진다. 이건 한국이 아니라 미국의 이야기다. 2011년 기준 한국은 대졸 여성고용률 60.1%로 압도적 꼴찌를 달리고 있다. 참고로 대다수 국가는 이력서 사진 첨부가 금지인데, 외모 비하가 일상인 한국에서 왜 그렇게 포토샵에 목숨 거는지 알만할 것이다.
4. 사실은 믿음을 바꿀 수 없다: 왜 여당 지지층은 박원순 아들의 병역 의혹을 놓지 못할까?
놀랍게도 미국인의 1/4은 여전히 오바마의 미국 국적을 의심한다. 당연히 이 중 다수는 공화당 지지자이다. 공화당 지지자 중 오바마가 ‘확실히’ 또는 ‘아마도’ 미국에서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절반 이하다. 또 수백만 명이 오바마를 이슬람교도라 믿는데, 이 비율은 2008년 16%에서 2012년 30%까지 올라갔다. 잘못된 신념은 좀비와 같다. 우리는 그 어떤 사실도 받아들이지 못한다.
5. 통제감은 건강의 핵심 요인: 박근혜는 왜 소통을 거부하는가?
우리는 유기농을 좋아한다.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내 건강을 통제한다는 기분만으로도 실제로 건강해진다. 돈도 마찬가지다. 돈이 우리를 건강하게 하는 게 아니다. 돈을 가지고 있다는 통제감이 우리를 건강하게 한다. 실제 빈곤함에도 삶에 통제감을 느끼는 이들은 부유층만큼이나 건강하다. 이는 박근혜가 왜 소통을 거부하는지 알 수 있다. 소통이 없을수록 통제감은 커지고 건강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3급 행정관 별정직으로 헬스트레이너를 고용한 그녀라면 충분히 그럴 법하다.
6. 권력의 맛은 인격을 바꾼다: 왜 김무성은 안하무인인가?
링컨은 “거의 모든 사람이 역경을 견딜 수 있지만, 한 사람의 인격을 시험해 보려면 그에게 권력을 쥐어줘라”고 했다. 연구에 따르면 상사들은 부하로부터 존경과 지지를 얻는 능력을 과대평가하며, 출세 과정에서 상사는 진짜 웃음과 가짜 웃음을 구분하는 능력을 잃는다고 한다. 또 타인의 감정을 잘 읽지 못하며, 이 과정에서 천박한 행동을 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한다. 이는 비단 베를로스쿠니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7. 헬조선인에게 노오오오오력보다 중요한 것: 정신승리가 아닌 약간의 자기기만
요즘 노오오오오오오력론이 판을 친다. 이 책은 노력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는다. 그저 ‘약간’의 자기기만을 요구한다. ‘약간’인 이유는, 그것이 심하면 오히려 화를 낳기 쉽기 때문이다. 당장 여성 운전자를 김여사라고 까는 한국의 남성 운전자들이 사고를 더 많이 내고 있지 않나.
하지만 ‘약간’이라면 좋다. 슬프지만 인정하자. 세상은 비관적이지만 긍정과 낙관은 필요하다. 마틴 샐리그먼과 피터 슐먼의 연구에 따르면 그것은 ‘인내’를 낳기 때문이다. 그리고 건강으로도 이어진다. 당연히 헬조선인들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다. 단순한 정신승리가 아니다. 비록 우리가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지만, 그렇기에 더 나아질 여지가 있다. 촘스키는 이야기했다.
“지금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위험성이 훨씬 더 커졌다는 점이다. 전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중략) 전례 없이 특별하고도 매우 고무적인 모습으로 세계 전역에서 일고 있는 대규모 대중운동들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가 집요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런 시도들에 굴복한 이유는 없다. 아니, 모든 이유들로 볼 때 그러지 말아야 한다. 많은 선택과 대안들이 가능하다. 항상 그렇듯이, 필요한 것은 그런 선택과 대안들을 추구하려는 의지와 헌신이다.”
이 글은 흐름출판에서 제공하는 네이티브 애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