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4일(현지 시각) 국내 최연소 박사 천재소년 송유근의 논문을 실었던 미국의 <천체물리학저널(Astrophysical Journal)>이 송유근의 논문을 표절로 인정하고 게재를 철회했다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음. 이번 ‘송유근 제1저자, 박석재 교신저자’ 투고 논문 철회 사태를 내가 보는 입장에서 정리해보겠음. 이 사안은 지도교수 박석재의 입장과 제자 송유근의 입장을 나눠 생각해봐야 함.
박석재의 입장
- 일단, 논문 자체의 수준은 논외로 하겠음. 다만, 저널의 피어리뷰(peer-review, 특정 학문 영역의 동료 전문가들의 연구를 평가하는 것)를 통과했으므로 ‘게재될 만하다’고 이야기하면 됨.
- 박석재 박사 측면에선 이건 ‘피치 못할 작은 실수’가 맞다고 봄. 왜냐하면, 한국 학회들이 윈터스쿨 강좌 코스 같은 걸 만들 때, 완벽하게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책을 만드는 사례는 극히 드묾. 즉, 박 박사께서 자기가 당시 만들었던 ‘강의 자료’는 가제본된 상태의, 책자라 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이었다고 제시할 수도 있다고 봄. 나도 그런 경우를 종종 봤으니까. 여하간에 윈터스쿨이 끝난 후에 천문학회에서 저걸 다시 모으고 편집하여 책자 형태를 갖춰 발간했을 수 있음.
- 과정은 모호하지만, 어쨌거나 실제로 발간해서 ISBN 부여 받은 정식 도서가 됐음. 그런데, 그냥 ISBN 만 받은 게 아니라 DOI까지 추적되는 형태로 받았음. 이게 좀 이해가 안 되는데, ‘윈터스쿨’에 나간 저 ‘강의 자료’가 무슨 논문도 아니고, 강의 자료를 피어리뷰해 투고 절차를 밟은 것이 아니기 때문임. 저건 대개 강의자가 내는 대로 그냥 싣게 됨. 이 부분은 천문학회가 ISBN 및 DOI를 발급받아 처리하는 과정 중에 박 박사께 정확히 고지하고 알렸는지가 중요함.
- 대개 강의를 맡게 될 때는, 이미 투고하여 저널에 발표된 연구결과를 기본으로 하는 경우가 99% 이상임. 허나, 그 심포지엄 같은 게 정식을 책자를 내는 게 아닌 경우 미완성인 연구결과라도 발표하는 사례가 많음. 그리고 특정 저널의 특집호로 내는 경우에는 학술발표를 한 후에 반드시 ‘그 저널의 정식 절차’를 밟게 되어 있음. 그러나, 저 케이스를 보면 그냥 윈터스쿨의 강의를 한 것인데, 뭐 이 부분은 박 박사 저분의 개인 사정으로 윈터스쿨 직후에 저널에 투고할 거니까, 혹은 투고했는데 당시엔 부족해서 리젝트를 먹어서, 먼지구덩이 속에 박아둔 것일 수도 있긴 함.
- 여하간에, ‘오리지널’ 연구 내용을 윈터스쿨에 먼저 강의하고 10여 년 후에 피어리뷰를 거치는 정식 학술지 투고를 한 아주 특이한 케이스임. 특이한 케이스지만, 이게 안 되는 건 아님.
- 그런데 여기에 하나 더 공교로운 일이 터진게, 10여년 전 연구 내용이라 그랬는지, 간만에 논문을 써서 그랬는지, 가장 주요한 내용들이 수록된 윈터스쿨 강의 자료 모음을 논문을 투고하면서 참고문헌에 넣지 않는 실수를 박 박사는 범하게 됨. 이 부분 때문에, 이 논문은 ‘기술적으로’ 자기 표절 상황에 놓이게 됨. 허나 이건 오류 수정이 워낙 간단한 케이스라 자기 표절이라 칭하기도 난감함.
- 이런 일련의 상황에서 박석재 박사 저 분 입장에선 그냥 대단치 않은 사건이 터진 거로 간주해도 이해가 감. 그런데, 이게 송유근의 박사 논문 주제가 되면서 큰 문제가 생긴 거임. 이건 박석재의 자기표절이랑 관계 없는 문제임.
소결: 박석재 박사의 입장에선 진짜 별 거 아닌 문제 맞음.
송유근의 입장
그런데 송유근 입장에선 이건 심각함. 왜냐하면,
- 박사 논문 연구 내용 자체가 이미 박석재 박사가 2002년 한 내용에 조금 추가한 수준인 상황임.
- 이런 일이 특이하냐? 그건 아님. 예전에 내가 일본 모 대학교와 공동연구를 하여 전기화학 실험은 내가 도맡아 한 적이 있는데, 그 내용이 일본 측 연구자가 제1저자, 내가 제3저자로 나갔음. 여기서 제2저자가 묘한 짓을 함. 제2저자는 문부성 장학금을 운 좋게 받고 일본에 간 여자였는데, 연구 결과가 전혀 없었음. 그래서 일본 측에서 골머리를 앓다가 내가 실험한 걸 갖고 걔 박사 논문을 만듦. 걔는 그 내용 하나도 모름. 그리고 걔는 삼성SDI 들어 갔다가 삼성전자로 옮김. 들리는 소리론 송유근도 졸업연한에 걸렸다고 함. 이후에 국내에서 지나가다 그 여자를 만나서 물어보니, “저는 몰라요. Y박사가 그렇게 하라고 했어요”라고 유체이탈성 답을 함. 이뿐만 아니라, 사실 이런 사건은 미국에 소재한 M모 공과대학에서 한국인 유학생 사이에 비일비재함. 그렇지만,
소결: 현재 송유근의 가장 큰 문제는 박사가 될 만한 연구를 ‘스스로’ 한 게 없다는 거임.
결론
- 박석재 박사 입장에서야 별 일 아니고, 표절이 아니라 강변해도 이해가 가고, 굳이 표절이라 몰 필요성을 못 느낌.
- 그러나 송유근 입장에서 보면 저건 표절 정도가 아니라 엄청 큰 사건이 되는 거임. 제1저자 자격이 안 되는 상황에서 제1저자 자격을 득했고, 게다가 자신이 독창성을 갖는 연구가 극히 부족하므로.
원문: 박철완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