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 비즈니스》에 실린, 모바게(Mobage)로 유명한 DeNA의 설립자이자 대표이사였던 난바 도모코 사장의 인터뷰를 보자. ‘여성 임원 할당제와 같은 인사는 여성에 대한 실례’라는 공격적인 제목의 인터뷰에서 난바 사장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회생활 시작하면서 육아나 결혼 문제로 고민한 적도 없고, 내가 여성이라서 손해를 본 적도 없다. 여성 관리직 쿼터제 등은 열심히 일하고 있는 여성에게 실례다. 그런 제도를 지지하지 않을 뿐 아니라, 여성에게는 슬픈 일이다.”
이렇게 말하는 일본은 여성 임원 비율 1.1%로 산업화된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다. 참고로 한국은 꼴찌에서 두 번째인 1.7%다. 일본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447개의 기업을 조사했고, 한국은 106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당신은 워킹맘을 고용할 수 있습니까?”
난바 사장이 “나는 여성 임원 쿼터제 없이도 글로벌 기업의 사장이 되었다”라며 “내가 해봐서 아는데…”의 변주를 울리고 계시는 동안, 닛케이 비즈니스의 라이벌인 경제 주간지 《동양경제》는 「직장의 짐짝인가? 전력인가? 워킹 마더(職場のお荷物か?戰力か?ワーキングマサー)」라는 커버 스토리를 싣는다. 카피도 도발적이다.
일본의 모든 과장에게 묻는다: “워킹맘을 사용할 수 있습니까?”
일본 총무성의 조사에 의하면 첫 아이를 낳은 후 직장에 다시 복귀하는 여성은 38%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워킹맘 지원 차원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제도(1년짜리 출산휴가, 3년짜리 육아 휴직, 4-6시간만 일하는 정사원 제도, 여성 임원 쿼터 제도 등)의 현황을 알아보고 이런 것들이 실제로 기업에 도움이 되는 제도인지, 아니면 울며 겨자 먹기로 마지못해 하고 있는지 등을 진지하게 질문했다.
이 결과치들을 보다 보면 난바의 인터뷰는 안타깝게도 일하는 여성을 둘러싼 사회적 구조, 즉 공정한 기회를 보장받을 수 없는 현 사회 구조의 부조리에 대한 빈약한 인식을 드러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경영자로서 지속적으로 훌륭한 성과를 거둔 난바 사장은 ‘그럼에도’ 성공했으므로 본인의 성공이 ‘여자라 대접받아서’ 얻은 게 아니라 순수하게 혼자 노력해 얻은 것이라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난바 사장의 발언을 이해하고 지나치기에 일하는 여성에 대한 일본 사회적 대우는 처참하다. 임원 비율 1.1%라는 숫자가 말하고 있듯. 임원 중에 여성이 많은 것의 장점은 다양하게 증명되었다. 그중에서도 위의 GMI 레이팅(GMI Ratings)의 발표를 소개한 가디언의 기사가 눈에 띈다.
혼성 그룹과 같이 다양한 구성원으로 구성된 그룹은 문제 해결에 더 우수한 능력을 보입니다. 다양성이 있는 팀은 집단적 사고를 방지하고 문제의 더 많은 부분을 꼼꼼하게 검토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남성과 여성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감사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남성 이사들은 여성이 포함된 이사회에 더 잘 출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크레딧 스위스(Credit Suisse)의 MSCI 선진국지수(MSCI All Country World Index, 모건 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이 전 세계 주식시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국가별 주식 인덱스 데이터로, 세계 주식 시장의 기준점 역할로 활용되기도 함)에 등재된 기업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혼성 그룹 이사회’가 ‘남성만으로 구성된 이사회’보다 매우 높은 성과를 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런 근거들로 인해 많은 투자자는 기업이 이사회를 좀 더 다양화하도록 촉구합니다. 이사회에 여성의 참여는 서서히 확대되고 있지만 GMI 레이팅의 리포트는 이런 변화를 더욱 가속화할 것을 제안합니다.
제도나 방법이 없어서가 아니다
전 직장에 무척 훌륭한 여성 기획자가 있었다. 하지만 딸이 초등학교에 들어가자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육아와 가사에 전념하기 위해 휴직했다. 회사는 PC 통신 시절부터 현재의 인터넷까지 꿰뚫고 있는 훌륭한 인재를 육아에 빼앗긴 것이다. 그 사건을 계기로 언젠가 내가 사장이 된다면 4시간, 혹은 6시간만 일하는 정직원 제도를 만들고 싶었다.
당연히 나만 그런 생각을 한 것이 아닌지라 육아 중인 여성이 아침부터 점심 무렵까지만 근무하는 형태는 이미 존재하며, 이를 받아들인 일부 기업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이외에도 육아 중인 여성을 배려해 더 좋은 성과를 거두는 기업의 사례와 방법은 얼마든지 열거할 수 있다.
육아 중인 여성의 발목을 붙잡는 것은 그들을 계속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제도가 미비하거나 그들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가 아니다. 우리의 인식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한 탓이 더 크다. 사람들의 인식이 바뀐다면 더 많은 기업이 여성이 아이를 키우면서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방법을 도입할 것이다. 더 많은 여성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때 기업의 수익도, 국가의 GDP도 더 올라갈 것이다.
《동양경제》가 표지부터 던진 도발적인 질문을 되새겨본다.
우리는 우리의 회사에, 우리의 팀에, 하루에 5시간만 일하는 아이 어머니를 채용할 수 있습니까?
추가
- 난바 도모코 사장은 무척 훌륭한 경영자라 생각한다. 그의 비전과 시장을 읽는 눈은 무척 탁월하고 그런 것들이 지금의 DeNA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난바 사장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여성이 성공하기 어려운 일본 사회에서도 커다란 IT기업을 창업할 수 있었다는 것이 난바 사장이 얼마나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를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또한 통계적으로 본다면, 그가 남자로 태어났다면 더 큰 성공을 거뒀을 가능성이 높다.
- 여성의 사회생활은 선진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보스 포럼으로 알려진 세계경제포럼의 조사에 의하면 전 세계에는 1억 3,000만 명의 미취학 청소년이 있고 그중 70%가 여자아이다. 또한 여자아이들은 자기가 버는 돈의 90%를 가족을 위해 쓰는 반면 남자아이는 자기가 버는 돈의 30–40%만 가족을 위해 쓴다. 이 여자애들의 10%를 학교에 보낼 때 국가 GDP가 평균 3% 성장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