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사실 다른 대안이 없다.
만약 차벽이 아니었다면 성난 시민들이 당연히 시청 광장에서 광화문 광장을 가로질러 거침 없이 청와대 앞까지 몰려갔을 거고, 경찰들과 거센 몸싸움을 벌였을 테니까. 대통령이 직접 들을 만한 거리에서 정권 퇴진 구호를 외쳤을 테니까.
그러나 차벽은 위헌이다. 청와대의 벽을 이중삼중으로 높일 수는 있겠지만 광화문 한복판은 대통령의 것이 아니고 정부 소유도 아니다. 길은 다니라고 있는 것이고 설령 있을지 모르는 범죄의 위험 때문이라 하더라도 통행 금지는 최소화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숨구멍이 있으면 위헌이 아니라 밝힌 바 있지만 집회 참가자도 시민이고 통행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결국 차벽을 세울 수는 있지만 차벽으로 막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도로를 점거하지 않는 이상 행진은 범죄가 아니고 청와대에 몰려 가는 것 역시 범죄가 될 수 없고, 뭐가 됐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이유로 광화문 사거리의 통행을 봉쇄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차벽이 위헌인 것은 청와대 앞에 몰려와서 대통령을 욕하는 걸 막지 못하는 게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그게 겁나면 그럴 일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민주주의는 원래 그런 것이다. 대통령이 국민을 두려워해야 민주주의다.
박근혜는 차벽이 그를 보호해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길을 막을 수 없는 것, 그게 민주주의다.
길을 막는 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고 스스로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다. 겨우 이 정도로 겁을 집어 먹고 차벽 안에 스스로를 가둘 정도라면 스스로 물러나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