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IPO가 뭡니까?
IPO, 공모 이러면, 뭐 거창한 뭔가 있을 거 같지만, 내용은 아주 간단해요. 창업자가 자기가 가지고 있던 주식을 일반인들에게 파는 겁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창업자가 처음에 회사를 차리면, 대부분 공동창업자의 지분이 100%입니다. 이 사람들이 무엇을 할지. 돈이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투자를 받기가 어렵거든요. 가치도 아주 작습니다. 그런데 사업이 매출도 나오고, 점점 잘돼서 이익도 나고 하면, 주변에서 천사가 나타나서 투자해 주겠다고 합니다.
“거~ 아직 흑자도 안 나서 직원들 월급이나 주겠어요?
제가 한 10억 줄 테니, 이 돈으로 직원들 월급은 줘가면서 일하세요.
대신 지분을 한 10%만 주면 고맙고…. 허허허”
이런 천사 투자자(Angel Investor)가 있다면, 이 회사는 벌써 100억(10%의 가치가 10억에 팔렸으니까요)의 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은 겁니다. 이렇게 회사가 무럭무럭 자라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CEO가
“그래. 우리도 코스피/코스닥 상장업체가 한번 돼보자.”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자금 조달입니다. 즉 회사가 직접 돈을 만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어떤 과정으로 돈이 들어 오는지 볼까요?
앞서 설명한 예에서 투자를 한 번만 받았다고 하면 공동창업자들의 지분은 무려 90%일 겁니다. 물론 우리 회사가 앞으로 10배 100배 성장할 자신이 있다고 해도 당장 돈이 되는 지분은 아닙니다. 여러분도 주식이 있으면 내 돈 같긴 한데 팔기 전까지는 현금은 아니죠?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일부를 시장에 내놓는 겁니다. 그게 IPO입니다.
“우리 회사의 가치가 내 생각에는 1000억 정도 되는 것 같은데,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투자해보세요.”
라고 말하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2. Valuation : 왜 천억인가?
그럼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는 어떻게 결정될까요? 곧 상장 예정인 케어젠이라는 회사의 자료를 가져와 봤습니다. (회사의 전망이나, 투자추천 이런 거 전혀 아니고요. 설명을 위해서 가져왔습니다. )
여기 보면, 케*젠이라는 회사랑 비슷한 사업을 하는 회사들이 쭉 나와 있습니다. 이 회사들은 시장에 이미 상장되어 거래되는 회사입니다.
일단 시장에서 거래되는 회사들의 시가총액은 적정가라고 가정합니다. 물론 주식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 적정하다는 근거가 되진 못합니다만, 그렇게 가정하도록 합시다. 그 배경에는
“매일같이 사람들이 이 회사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를 대신 고민해주고 있는데, 설마 틀리겠어?”
이런 생각이 들어 있죠. 암튼, 몇 개의 회사를 쭉 살펴보니 2015년 기준으로 PER이 대략 35~69배 정도에서 거래되고 있네요.
3. 상장 당시, 해당 업종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중요한 이유
이 회사의 가치가 결정되고, 끌어들일 수 있는 Cash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유망한 기업이라는 것은 작년에 다르고 올해 달라요. 그래서 IPO를 결심했을 당시, ‘사람들이 유망하다고 생각하는 업종이냐 아니냐’가 아주 중요하죠. 케*젠이라는 회사는 엄청나게 유망한 사업을 하나 봅니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IPO를 하기로 한 다른 회사를 보면, 왜 유망한 업종이냐 아니냐가 중요한지 이해되실 거에요.
금*HT라는 회사는 비슷한 일을 하는 회사들의 Valuation이 높지 않습니다. 10배 미만들이네요. 그래서 평균했더니 9.8~12.1배 정도 됩니다. 이 회사가 작년 순이익이 130억 정도니, 시총은 대략 1300억 원 내외가 될 것 같습니다.
앞에 언급했던 케*젠이라는 회사는 올해 예상되는 순이익이 200억 정도 됩니다. 그런데 비슷한 사업을 하는 회사들의 Valuation 평균 PER이 무려 45배. 그래서 시총은 대략 9000억 원정도 됩니다. 순이익(130억 vs. 200억) 차이가 나긴 하지만, 예상 시총 차이가 정말 크네요(1,300억 vs. 9,000억).
그럼 창업자들이 90%를 들고, 이번에 공모하면서 일반인들에게 30%를 팔아서 현금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두 회사는 얼마를 Cash로 받는지 볼까요? (설명을 위한 가정일 뿐 이 회사의 지분구조와는 전혀 상관없습니다)
케*젠 : 9,000억 원 X 30% = 2,700억 원
금*HT : 1,300억 원 X 30% = 390억 원
(두 회사에 대한 아무런 분석 없이 설명을 위한 비교일 뿐이라는 걸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4. 공모주 투자가 인기가 있는 이유
인기 비결도 수없이 많습니다만, 오늘은 아주 근본적인 이유 딱 한 가지만 설명하겠습니다. 기존 창업자들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싸게 팔기 때문입니다.
적정 시가총액이라는 가치에서 일부 할인을 해 준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신규상장 이벤트라고 봐도 좋고, 대량으로 내놓으니 창고 개방? 뭐 이런 거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여러분이 창업자라고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기분 좋은 일입니까?
자기 목숨처럼 생각하고 키워왔던 회사가 상장을 하다니요!! 그래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턱내기도 하고 그렇습니다(63빌딩에서 회사 설명회 하면서 스테이크도 사주고 그래요).
특히, 창업자가 원래 부자였다면 모를까? 자수성가형이라면 저 정도의 돈이 한 번에 들어오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죠. 세상이 자신의 회사를 알아주고, 돈을 투자해주는 거니까요.
그래서 좀 싸게 해주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상장만 되면 일단 수익이 나면서 시작합니다. 그래서 공모주 투자가 인기가 있습니다.
원문: Managyst가 보는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