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의 포스팅 낙찰 금액이 1,285만 달러(148억 7,002만 원)로 밝혀진 후, 수많은 야구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던 포스팅 낙찰팀이 미네소타 트윈스로 밝혀졌다. 미네소타 트윈스는 향후 약 30일간의 계약 협상기간을 갖게 된다.
미네소타 트윈스는 국내 팬들에게 약간은 낯선 팀. 추신수(現 텍사스 레인저스)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소속으로 뛴 2012시즌까지는 인디언스의 상대팀으로서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었으나, 그 이후에는 국내 중계를 통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적었기 때문.
지난 2년 간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류현진과 강정호의 맹활약으로 메이저리그의 인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지만, 메이저리그 소속 팀들을 속속들이 알기에는 30개나 되는 팀이 숫자가 다소 버겁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런 어려움을 겪는 야구팬들을 위해 준비했다. 미네소타 트윈스는 어떤 팀일까?
미네소타 트윈스의 유래
미네소타 트윈스는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에 속해있다. 연고지는 미니애폴리스 시(市)와 세인트 폴 시(市)다. 두 도시는 생활권을 공유할 정도로 가까이 붙어있다 보니 쌍둥이 도시(Twin Cities)라고 불린다. 이 트윈 시티가 바로 트윈스라는 팀 명의 유래다. 이 북중부에 위치한 쌍둥이 도시에는 미네소타 주(州)의 인구 중 60%인 약 330만 명이 살고 있다. 인구규모만 따지자면 중부에서 3위권 규모다. GDP(국내총생산량)로만 따져도 미국에서 약 15위 권으로 높은 축에 속한다.
쌍둥이 도시에 야구팀이 생긴 것은 1961년의 일이었다. 전설적인 투수 월터 존슨(통산 417승279패 ERA 2.17)의 은퇴 이후 암흑기에 빠진 워싱턴 세네터스가 미니애폴리스로 연고지를 옮겨온 것이다. NBA의 미니애폴리스 레이커스가 흥행에 참패했던 이유가 쌍둥이 도시 중 하나인 세인트 폴 시를 배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파악한 세네터스 구단 수뇌부는 세인트 폴의 야구팬들까지 끌어들이기 위해 팀 명을 미네소타 트윈스로 지었다. 세네터스 구단이 구단명을 미네소타 트윈스로 바꾼 것은 영리한 판단이었다. 적어도 흥행만큼은 제법 쏠쏠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팀 성적이었다. 1933년 마지막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구단은 미네소타로 연고지를 이전한 후 26년간 우승하지 못했다.
미네소타 트윈스의 중흥기
트윈시티로 옮긴 뒤 미네소타가 첫 우승을 차지한 것은 1987시즌의 일이다. 이해 트윈스의 정규시즌 승수는 87승에 그쳤지만, 홈구장에서의 승률만큼은 극강이었다. 월드시리즈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상대로 거둔 4승 역시 모두 홈구장에서의 승리였다. 4년 뒤 1991시즌에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상대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다시 한 번 거머쥐었을 때 역시 4승을 모두 홈에서 거뒀다. 이는 홈구장이었던 메트로돔의 영향이 컸다.
1982년 개장한 휴버트 H.험프리 메트로돔은 2009년까지 미네소타 트윈스의 홈구장이었다. 메트로돔은 세계 최초의 공기 주입식 돔구장으로, 다른 돔구장과는 달리 공기압으로 부풀린 유리섬유로 제작된 지붕이 설치되어있었다. 이 구장의 가장 큰 특징은 소음 문제였다. 메트로돔에서의 관중의 소음은 마치 제트기가 지나가는 소리처럼 들렸다. 그래서 메트로돔의 다른 애칭은 ‘썬더돔’이었다. 게다가 흰 지붕 탓에 원정팀 선수들은 공의 위치를 파악하기도 어려웠다. 팬들의 극성스러운 응원과 원정팀이 적응하기 어려웠던 환경 덕분에 미네소타는 홈에서만큼은 메이저리그 최고의 승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이다.
1990년대 후반에는 다시 하위권으로 쳐지고 말았으나 2000년대 들어 호타준족의 외야수 토리 헌터, 신이 설계한 포수 조 마우어, 정교함과 파워를 겸비한 1루수 저스틴 모노 등을 발굴하며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1위를 밥 먹듯이 차지할 수 있었다. 특히 명품 체인지업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요한 산타나는 이 시기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투수 중 하나였다. 월드시리즈 우승이 없다는 것만 제외하면 늘 꾸준한 성적을 거두는 강팀으로 도약한 시기였다.
이 시기 미네소타 트윈스는 연봉 총액은 높지 않지만, 유망주를 발굴하고 성장시키면서 적재적소에 기용하는 ‘저연봉 고효율’ 야구로 이름이 높았다.
타겟 필드의 시대
새로 지은 구장, 타겟 필드로 보금자리를 옮긴 미네소타 트윈스는 그 첫 해인 2010년 다시 한 번 지구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쇠퇴기는 너무도 급작스럽게 찾아왔다. 이듬해인 2011시즌부터 미네소타 트윈스는 지구 꼴찌로 전락하게 됐다. 가장 큰 원인은 유망주 육성의 실패 때문이다.
2008년 중흥기를 이끌었던 명단장 테리 라이언이 물러나고 빌 스미스가 후임 단장이 되면서 3년간 팀 성적은 나쁘지 않았으나, 주축 선수들의 트레이드로 받아온 유망주들이 예상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드래프트로 뽑은 유망주들 역시 기대에 못 미쳤다. 2011년 63승 99패로 시즌을 끝마친 미네소타 트윈스는 전임 단장 테리 라이언을 복귀시키며 본격적인 리빌딩으로 돌입하게 됐다.
미네소타 트윈스의 2011년부터 2014시즌까지의 성적은 처참했다. 팀의 간판스타 조 마우어를 제외한 주축 선수들은 모두 트레이드됐으며, 조 마우어는 무릎부상과 뇌진탕의 후유증으로 제 기량을 되찾지 못했다. 하지만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타율은 낮지만 장타력과 선구안이 뛰어난 젊은 2루수 브라이언 도저를 발굴했고, 마이너리그에서는 바이런 벅스턴과 미겔 사노라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유망주가 자라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몇 년간의 인내 끝에 미네소타 트윈스는 드디어 전문가들로부터 향후 재도약을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시기는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빨랐다. 2015시즌 모두의 예상을 깨고 마지막까지 가을야구 진출을 위해 경쟁하는 팀으로 도약한 것이다.
2015 시즌 미네소타 트윈스
미네소타 트윈스는 2015시즌을 맞이하며 오랜 기간 팀을 이끌었던 노(老)감독 론 가든하이어를 해임하고 신임 감독으로 폴 몰리터를 내세웠다.
폴 몰리터(통산 타율 .306 3316안타 234홈런 504도루)는 현역시절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교타자 중 한 명으로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전설적인 선수. 현역 대부분의 기간을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뛰었으나,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모두 미네소타에서 나온 미네소타 토박이다. 선수 생활 말년에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돌아와 3년 간 0.312의 타율을 기록했다. 은퇴 이후에는 미네소타 트윈스의 벤치코치(수석코치)를 맡기도 했었을 만큼 미네소타와는 인연이 깊은 인사였다.
감독의 교체와 맞물려 선발투수 어빈 산타나(4년 5400만 달러)와의 계약, 백전노장의 외야수 토리 헌터(1년 1050만 달러)의 계약에서 알 수 있듯 미네소타 트윈스에게 2015시즌은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꾀한 해이다. 그러나 2015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미네소타 트윈스가 약진하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2014시즌 4년간 4900만 달러라는 거액을 주고 영입한 선발투수 리키 놀라스코는 4월 8일 등판한 경기에서 3이닝 6실점을 기록한 후 얼굴을 볼 수 없었다. 2014시즌 깜짝 놀랄만한 모습을 보였던 필 휴즈는 언제 그랬냐는 듯 2015시즌 들어 부진했다. 가장 큰 문제는 큰 맘 먹고 영입한 어빈 산타나였다. 금지 약물 적발로 8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당한 것이다.
그럼에도 미네소타가 반전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원인은 타선이었다. 2루수 헌터 도저(타율 .236 28홈런 77타점), 3루수 트레버 플루프(타율 .244 22홈런 86타점)를 주축으로 한 젊은 타자들은 타율은 낮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한방 쳐줄 수 있는 장타력을 갖추고 있었다. 여기에 백전노장 프랜차이즈 스타, 토리 헌터와 조 마우어가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지 않는 집중력을 보였다.
자체 육성한 선수들이 대부분인 미네소타 트윈스의 신구조화는 득점권에서 특히 빛났다. 미네소타의 타선은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타율 .227에 그쳤지만, 득점권 상황에서는 타율이 .279까지 치솟았다. 운이 좋았다고도 볼 수 있으나, 이런 현상이 시즌 내내 지속되었다는 것은 분명 주목해볼 만한 결과다. 게다가 팀 타선이 침체될 무렵, 특급 신인이 등장하며 다시금 활력을 불어 넣었다. 시즌 중반 콜업된 미겔 사노는 불과 80경기만에 18개의 홈런을 몰아쳤다.
여기에 선발투수 카일 깁슨(11승11패 ERA 3.84), 트레버 메이(8승9패 ERA 4.00), 마이크 펠프리(6승11패 ERA 4.26)가 예상 밖으로 선전하면서 미네소타 트윈스는 83승79패로 아쉽게 가을야구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마지막까지 와일드카드 한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었다. 신임 감독 폴 몰리터는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2015시즌 아메리칸리그 올해의 감독에 뽑혔다.
미네소타에서 박병호의 자리는?
이제 막 도약을 시작한 미네소타 트윈스가 박병호를 영입한다면 이유는 장점인 타선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미네소타는 타율은 낮지만 20홈런 이상을 기록할 수 있는 타자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KBO리그에서 4년 연속 홈런왕을 달성한 박병호는 이런 미네소타 트윈스의 팀컬러에 정확히 부합하는 선수다.
1루수로는 프랜차이즈 스타 조 마우어가 자리 잡고 있으며, 3루에는 2015시즌 좋은 모습을 보여준 트레버 플루프가 있는 상황에서 특급 유망주인 미겔 사노의 자리가 1루수/3루수였던 점을 감안한다면 박병호의 영입이 중복 투자가 되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있지만, 사노가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좌익수 훈련을 하고 있기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박병호는 기존 1루수 조 마우어와 함께 1루와 지명을 번갈아 맡게 될 가능성이 현재로써는 제일 높다.
만약 미네소타 트윈스와 박병호의 계약이 완료된다면, 박병호는 이제 막 강팀으로 돋움하려는 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게다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강정호가 계약했을 때보다 포지션 경쟁이 심하지 않아, 초반부터 많은 기회를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 기회를 살리는 것은 전적으로 박병호에게 달려있을 것이다.
박병호는 프리미어12 대회가 끝난 이달 말부터 미네소타와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박병호와 미네소타 트윈스가 좋은 조건에 계약할 수 있을지, 박병호가 먼저 진출한 강정호처럼 메이저리그 무대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 국내 야구팬들의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원문: 이현우의 MLB B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