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창업 열풍
중국 정부는 ‘대중 창업, 만민 혁신’을 지원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창업을 타겟으로 잡았다. 지난 2015년 3월 양회에서 중국 정부가 내놓은 중국경제 성장의 해법은 창업(Startup)이다. 이미 지난해 다보스 포럼에서 “대중의 창업, 만민의 혁신”이라 언급했고 양회에서 “공공제품 및 서비스라는 양대 엔진으로 경제의 양과 질을 높이겠다.”라고 제시한 바가 있다.
국가공상총국 통계에 따르면 작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214만 개 기업이 새롭게 생겨났으며, 1년 전 같은 시기 대비 33% 늘어났다고 한다. 북경의 창쿼쿵젠(創客空間)은 아시아 최대 규모이며 창업자들의 천국이라 불리고 있다. 서서히 둔화되는 중국 경제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창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1]
이런 상황에서 북경, 심천, 상해 지역권이 스타트업들의 창업 공간으로 이미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미 중국에는 북경(Beijing), 심천(Shenzhen), 상해(Shanghai) 3개 도시 권역이 창업으로 유명하다. 첫째는 역시 북경으로 현재 중국 스타트업의 50% 정도가 북경에 있다. 가장 유명한 곳이 중관춘(中觀村)으로 중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릴 정도다. 북경대, 청화대 등 유명 대학이 몰려있으며, 동시에 레노버, 바이두, 샤오미 등과 같은 중국의 대표적인 ICT 기업들의 고향이기도 하다.
심천은 중국 모바일과 하드웨어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다. 텐센트, 화웨이, ZTE, TCL(심천 옆 혜주), 폭스콘 등이 자리잡고 있고, 글로벌 하드웨어 엑셀러레이터들이 존재하며 홍콩과 지리적으로 근접하여 빠른 국제 배송으로 하드웨어 시장 공략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그리고 상해는 중국 내 가장 서구화된 도시다. 그래서 서구 스타트업들이 자리 잡기 좋은 곳이며 주변의 항주는 상해로부터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도시로 알리바바의 고향으로 알려져 있다.
북경, 심천, 상해 이 세 도시는 앞으로도 정부의 창업 지원 정책을 발판 삼아 신생기업들을 쓸어 모을 것이다. 이 중에서도 오늘은 하드웨어 혁신의 중심이 될 심천에 대해 분석해 보도록 하자.
심천을 둘러싼 하드웨어 생태계
1) 심천은 동관, 광주, 혜주로 연결된 글로벌 모바일, 하드웨어 생태계의 중심지다
심천은 시내 뿐만 아니라 동관, 광주, 혜주까지 연결된 모바일 및 하드웨어 생태계의 중심이라 할 수 있다. 심천에는 화웨이, ZTE, 애플 아이폰 제조사인 혼하이 폭스콘 등 글로벌 역량을 이미 증명한 제조사들이 있으며, 위쳇(Wechat)과 함께 중국 모바일을 이끄는 기업들도 끌어안고 있다.
또 심천과 연계된 광주(Guangzhou), 동관(Dongguan), 혜주(Huizhou)까지 연결되는 지역에는 ICT와 관련된 부품, 기구 등 하드웨어 공장들이 존재한다. 혜주에는 TV와 모바일에서 주목받고 있는 TCL 본사도 있다. 이러한 하드웨어 인프라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으며, 또 마음먹고 이런 인프라를 구축하고자 해도 쉽지 않을 정도다. 이렇게 유기적이고 조밀한 하드웨어 생태계가 자리잡은 심천은 하드웨어에 대해서는 One-Stop 대응이 가능하다.
2) 하드웨어 조립에 친숙한 사람들이 많다
스마트폰과 함께 빠르게 확대된 앱 시장도 SDK(Software Development Kit)이 나오고, 또 소규모의 소프트웨어 개발팀들도 쉽게 앱 개발을 하여 유통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발 빠른 하드웨어 혁신의 확산도 역시 쉬운 아두이노 등 개발 키트(HDK; Hardware Development Kit)이 나올 뿐만 아니라 쉽게 하드웨어를 개발, 조립할 수 있는 인력이 많아야 가능하다. 산자이 제품등이 많이 개발, 제조되어 온 심천에서는 이렇게 하드웨어를 가지고 놀 수 있는 사람들은 흔하다.
3) 중국은 물론 글로벌 물류 접근성이 좋다
심천에서는 10위안으로 하루 내 주변 지역은 배송이 가능하고, 상해까지도 20위안 미만으로 배송이 가능하다. 또 글로벌 물류 허브인 홍콩과도 가까워 국제배송도 용이하다.
하드웨어의 개발부터 판매까지 모든 단계를 가뿐하게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곳은 심천 밖에서는 찾기 힘들다. 이렇게 하드웨어 혁신을 위한 환경적인 조건을 다 갖춘 심천이지만, 보다 신중하게 바라보는 견해도 제시하자면 향후 중국 정부의 연해지역 공장 시설 제한 정책 등에 대한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것.
IoT에 적합한 Shanzhai 정신
산자이(Shanzhai)는 쉽게 말해 중국 짝퉁 제품을 가리키는 말이다. 산자이는 2007년 가트너에서 전체 휴대폰의 10%가 산자이 제품으로 발표되면서 관심을 많이 끌게 됐다. 이들 제품들은 브랜드 제품이 출시되자 얼마 안 되어 비슷한 기능과 디자인을 흉내낸 제품들이 당연하단 듯이 쏟아지는 것이 보통이며,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콘셉트의 휴대폰들도 산자이 제품으로 접할 수 있었다.
1) 산자이 제품 제조사들은 더 이상 모바일 시장에서 경쟁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다양한 시험작들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2000년대 중후반의 중국 휴대폰 시장은 막 휴대폰이 도입되기 시작한 과도기, 성장기였기 때문이다. 규모, 브랜드 따질 것 없이 저렴한 제품들이 시장에서 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중국 휴대폰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다양한 제품들을 대량 생산하며 브랜드 파워로 고객에게 다가가는 기업들만 생존할 수 있는 시장으로 전환되었다. 이제 중국 휴대폰 제조사들은 글로벌 역량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는 시기가 도래했다.
2) IoT는 심천 산자이 제조사들에게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전망
이에 산자이 제품들을 생산해 왔던 소규모 제조사들은 규모를 가진 대형 휴대폰 제조사들과 경쟁을 할 수 없으며,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는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 다가온 새로운 사업 기회는 바로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다.
IoT의 하드웨어에서 새롭게 열리는 시장은 소물 시장으로, 소물 시장은, ‘저가격’, ‘스피드’, ‘새로운 도전’ 등이 중요해 산자이의 특성과 그대로 들어맞는다. 이제는 중국 전자제품 제조사들도 규모가 굉장히 비대해졌고, 또 프로세스 중심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어 이 새로운 시장에서는 이들 산자이만큼 빠르게 움직일 수 없을 것이라고 본다.그리고 모바일에서 사용하는 센서, PCB, 모터, 배터리 등 심천의 기존 부품 생태계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중국은 글로벌 생산기지이며, 애플, 삼성 등 글로벌 Top 기업들의 신제품을 소화하는 등 그 역량도 이미 증명되었다. 이미 중국 소비자들의 입맛은 글로벌 최고 수준에 맞춰진 것이다.
3) 이미 일부 영역에서는 산자이 DNA를 가진 기업들이 자리 매김
이처럼 산자이의 특징, 심천의 인프라 및 중국의 높아진 제조 역량들이 합쳐져 소물 혁신을 이뤄내리라는 것은 단순한 추측만이 아니다. 이미 심천에서는 글로벌 드론시장 1위인 DJI, 세그웨이를 인수한 나인봇 등이 위용을 뽐내고 있다.
3대 하드웨어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가 모여 있는 심천
글로벌 3대 하드웨어 엑셀러레이터라 할 수 있는 PCH International, HAX, SEEED 모두 심천을 중심으로 하드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헬스케어 제품을 개발하는 BBB 덕분에 HAX가 더 유명해 졌지만, 규모나 지원 관점에서 PCH International이 더 크다고 본다. 이들 3개사 모두 심천의 하드웨어 경쟁력을 글로벌과 연결시키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2]
첫째 PCH International은 1996년 아일랜드(Ireland)에서 설립되었으며 2014년 현재 매출은 10억 달러, 임직원은 약 2800여명으로 알려져 있다. 본사는 아일랜드에 있으며 심천과 샌프란시스코에 이노베이션 허브를 만들어 글로벌 하드웨어 혁신을 이끌고 있으며 한국, 홍콩, 일본에도 사무소가 있다.
PCH International은 제품 콘셉트에서 개발, 양산 및 유통까지 가치 사슬의 전 영역을 커버하며 동시에 스타트업부터 애플과 같은 대기업과도 거래하는 수준이다. 스마트 시계 시대를 연 페블 시계(Pebble Watch)도 PCH International을 통해서 제조, 양산 및 유통시켰다고 하니 말 다했다. 현재 심천 내 일정 수준이 넘는 제조사 100여 군대와 협업하여 글로벌 고객에게 영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둘째 HAX는 Haxlr8r의 이름이 어렵다고 하여 최근 명칭을 변경한 하드웨어 전용 엑셀러레이터다. 심천과 샌프란시스코에 사무실 및 창업 공간을 마련하고 있는 상태다. 최근에는 단순 하드웨어 사업 초기 지원 이상의 수준으로 커가는 스타트업들의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서 마케팅을 돕고 CES에 전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HAX Boost 프로그램도 만들었다고 한다.
셋째 SEEED(SEEED Studio)는 “양산으로 부터의 개발·디자인(Design from Manufacturing)”을 지향하며 개방 또는 표준화된 부품 기반 마련부터 관심을 갖는 하드웨어 엑셀러레이터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PCB에 가장 많이 부착되는 호환 부품 카탈로그(OPL; Open Parts Library)를 만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양산 수준으로 불량률이 낮은 부품을 누구나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모토다. 최근에는 프로파게이트(Propagate) 프로그램 등 직접 양산을 지원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여전히 PCH International이 가장 많은 영역을 커버하지만 나머지 2개 엑셀러레이터들도 프로토타입 개발을 넘어 마케팅, 양산 등을 지원하며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은 심천의 하드웨어에 대한 관심을 전 세계에서 끌어 오면서, 주변 생태계와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여 심천을 선두에서 이끌 것이다.
원문: 신동형의 ICT Insight / 1편, 2편, 3편, 4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