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스냅챗이 왜 매력적인지 한 번 살펴보았다. 최근 나의 타임라인에는 프로필 사진을 스냅챗으로 바꾼 유명인들과 미디어채널들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데 얼마전에는 Mashable, Buzzfeed, 그리고 강력한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도 스냅챗에 가세했다.
개인적으로는 얼마전 여행을 하면서 스냅챗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벨기에에서 열린 세계 최고의 EDM축제인 Tomorrowland에 갔을 때, 많은 관객들이 페스티벌의 특별한 순간에 페이스북도 인스타그램도 아닌 스냅챗을 사용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보며 유럽에서 스냅챗이 꽤 깊숙히 자리잡았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왜 스냅챗이 더 매력적일까?”
사실 이것이 가장 큰 의문이었다. 세상에 새로 나오는 소셜미디어는 차고 넘치는데 스냅챗은 무엇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궁금했다. 스스로 꾸준히 사용해보기도 하고, 스냅챗 블로그에 올라온 여러 글들을 보면서 기본적인 서비스 철학, 그리고 기능의 업데이트와 함께 완성되어가는 서비스의 특별함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은 여러 측면에서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고정관념을 틀어버렸다는 것이다.
“컨텐츠는 사라지지만 기억은 강렬하다”
삭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는 것. 일반적으로 우리는 올린 컨텐츠가 자동으로 사라진다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런데 웃기게도 스냅챗은 이 당연한 고정관념을 틀어 서비스 철학으로 만들었다. 처음 Evan Spiegel이 스탠포드 대학교 수업에서 이 아이디어를 발표했을때 많은 비판을 들었던 것은 어쩌면 가장 일반적인 고정관념과 반대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이 역발상 때문에 컨텐츠에 ‘순간’, ‘한 번’이 가지는 희소가치가 극대화 되었고 이것이 사용자가 서비스에 좀 더 몰입하게 만드는 트리거가 되었다.
실제로 사용해보면 사용자는 한 번이라는 제한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더 많은 주의집중을 하게 된다. 심리학적인 원리로 봤을때 인간의 주의는 선택적이기 때문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작업기억에서 단기, 장기기억으로 남게된다. 컨텐츠를 다시 볼 수 없다는 기능적 장치는 역설적으로 무의식적인 사용자의 주의를 더 많이 끌어들였고 다른 서비스들에 비해 기억속에 더 오래 남게 되었다.
더 많은 주의를 이끌기 위해 컨텐츠를 사라지게 만든 스냅챗, 그 역발상의 과감함이 스냅챗의 가장 큰 전략이자 차별점으로 느껴진다.
“진솔한 표현”
요즘 인기있는 앱들을 살펴보면 B612나 VSCOcam등 필터 효과를 강조한 서비스가 많다. 그 만큼 최대한 이쁘고 좋은 사진을 올리려고 하는데 반대급부로 포장이 너무 지나치게 많아지다보니 진실성이 결여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스냅챗은 다르다. 우선 이미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은 올릴 수 없다. 카메라는 오로지 지금, 현재만 허용된다. 그리고 어차피 사라질 것이다 보니 표현이 자유롭다. 결과적으로 지금을 있는 그대로 공유하는 공간이 되었고 솔직하고 활동적이며 유머넘치는 컨텐츠들이 많아지게 되었다. 이는 특정한 컨텐츠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내에서 최대한 사람들의 참여를 통해 서비스가 완성되는 소셜미디어의 특성을 고려했을때 매우 중요한 특징이다. 지금만 허용되는 업로드, 사라진다는 특징때문에 스냅챗에 들어가면 진솔하고 재미있는 컨텐츠들이 유달리 많다.
“비밀같은 UX”
스냅챗의 고정관념을 틀어버리는 태도는 디자인에서도 드러난다. 사용하기 쉽게 만드는 것이 UX디자인의 당연한 원칙이지만 웃기게도 처음 스냅챗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친절하지 않은 인터페이스 때문에 우왕자왕한다.
가장 큰 이유는 눈에 드러나는 버튼이 아닌 제스쳐를 활용한 네비게이션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인데 좌우상하로 움직이다 보면 뭔가 예기치 않게 발견하는 것들이 많아서 사용하면서 신선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 특히 모바일에 적합한 Vertical 인터페이스를 적극적을 활용하여 상당히 과감하다는 느낌도 많이 준다. 처음에는 어려울 수도 있지만 알고 나면 기존의 앱들이 주는 UX와 확연히 구분되면서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준다.
비디오 채팅도 제스쳐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보통 버튼을 통해 카메라 전환을 하는데 반해 상하 드래그를 통해 화면을 전환하는 것으로 인터랙션을 풀었다.
일각에서는 일반적인 모바일 인터페이스와 너무 다르기 때문에 일부러 어른들이 사용하기 어렵게 만든 것이 아니냐 하는 말도 있다. 그렇다 보니 10대들의 뭔가 비밀언어 같은 UX느낌도 든다. 하지만 사용하면서 더 오랫동안 차별화된 신선한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모바일의 일반적인 디자인에 적응된 사용자들은 이러한 독특한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통해 신선하고 특별한 느낌을 더욱 쉽게 받을 수 있다.
스냅챗의 서비스 접근을 보면서 철학, 기능, 디자인 등 모든 것에 대해 한 번쯤 당연한 것에 의문을 가져보는 것이 또 다른 기회를 발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바일 시대에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들에 대해 질문을 가지고 과감하게 통념을 깨본다면 아직 채워지지 않은 뭔가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깨버린 스냅챗을 흥미롭게 바라보자.
원문: 신유민의 brun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