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도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모든 국무위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필요하다. 국회 상임위별로 인사청문회를 거치면 문제가 해결된다.
– 2005년 3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정말로 일을 해야 할 사람들이 청문회 과정 등을 지켜보며 오히려 나서는 것을 기피하게 될까 걱정된다.
– 2013년 1월,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
ㅍㅍㅅㅅ가 궁서체로 지지해 마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 준비된 대통령 박근혜. 그의 내각은 역시 굉장했다. 다른 정부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화끈한 인선. 까도 까도 끝이 없는 양파 같은 남자 이동흡부터, 첫 총리 후보자의 자진사퇴에 이르기까지, 정부 출범부터 다이나믹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정말 박근혜 대통령이 고작 이 정도로 만족할 수 있을까. 과거 그 어느 정부에서도 해내지 못한 진정한 내각의 혁명을 이루어낼 수는 없을까.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등 민주당계 정당 역시 인선 때마다 다양한 비리 의혹을 받아왔다. 따라서 그 정도로는 새누리당의 정체성을 지킬 수 없다. 진정한 의혹의 홍수가 무엇인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에 여기 준비했다. 내각성 밀리언 비리.
박근혜 정부의 새 인선은, 과거 민주당 정부의 인선에 맞서 진정한 내각이 무엇인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아직 인사청문회가 진행 중인 관계로, 사실 여부를 일단 막론하고 불거진 여러 의혹을 정리했다.
전무후무, 최강의 카드 – 양파형 이동흡 外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지명자는 저작권법 위반, 의료보험 편법 회피, 항공권깡, 증여세 탈루, 유신 비호, 여당 의원에 대한 정치자금 후원 등 많은 의혹에 시달리다 사퇴했다. 또 첫 총리 후보자였던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투기, 미성년자 자녀의 부동산 보유, 세금 탈루, 재산신고 누락, 전관예우 등의 의혹에 시달린 끝에 사퇴했다. 한편 국방부장관 후보자로 나선 김병관도 이 두 사람에 만만치 않은데, 무기중개업체 고문 재직, 투기, 편법 증여, 세금 탈루, 천안함 사태 때 골프장 방문 의혹 등이 그를 괴롭히고 있다.
이미 사퇴한 이동흡, 김용준과 현재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김병관 후보자가 상대할 인물로는 참여정부의 교육부총리 후보를 꼽을 수 있겠다. 그는 지명되자마자 아들 병역, 부동산 투기, 재산 은닉, 판공비 유용, 세금 탈루 등의 의혹에 시달리며 교육계의 강한 반발과 야당의 사퇴 압력에 시달렸다. 이동흡, 김용준, 김병관 후보자와 상당히 닮은 모습이다. 아, 이기준 후보자는 지명 사흘 만에 사퇴했다.
강력한 백업 군단
장관 후보자들의 크고 작은 의혹도 볼거리다. 문화체육관광부 유진룡 후보자는 위장전입, 업무시간 대학원 이수, 전관예우, 부인의 탈세, 농지법 위반 등의 의혹을 받고 있고, 기획재정부 현오석 후보자는 아들의 이중국적 및 병역면제, 세금 및 증여세 탈루, 인건비 전용 및 과다 수령, 판공비 사적 사용 의혹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교육부 서남수 후보자는 위장전입 및 전관예우, 양도세 탈루 의혹을 받고 있고, 외교부 윤병세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와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가계곤란 장학금을 수령했다는 의혹, 밀린 과태료를 장관 지명 후 납부했다는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법무부 황교안 후보자는 전관예우, 소득세법 위반, 이중공제, 증여세 탈루, 배우자의 부동산 투기 및 기독교 편향 의혹을 받고 있고, 안전행정부 유정복 후보자는 골프장 증설 로비를 주선했다는 의혹과 부당 세금 환급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고용노동부 방하남 후보자는 증여세 탈루와 한국노동연구원 재직 시 강의수입을 연구원에 미신고했다는 비판에, 국토교통부 서승환 후보자는 장녀가 미국 국적으로 사시에 응시하고 건강보험 혜택을 받았다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정홍원 총리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와 위장전입, 외유성 출장과 전관예우 등의 의혹이 있다.
이들과 비교할 만한 이전 정부 인사라면 역시 장상과 장대환 총리서리를 꼽을 수 있다. 김대중 정부 후기 총리서리로 지명되었으나 2연속 낙마하여 당시 여당에 큰 정치적 상처를 준 인사들이다. 장상 총리서리는 아들의 미국 국적 및 그로 인한 병역 기피 논란, 위장전입과 학력 허위표기 등이 문제가 되어 표결 결과 낙마했다. 이에 이어 지명된 장대환 총리서리는 역시 위장전입과 세금 탈루, 업무상 배임 및 학력 위조 등의 의혹이 불거져나오며 표결에서 낙마했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으나, 박근혜 정부의 장관 후보자들이라면 너끈히 소화하고도 남을 의혹이라 할 수 있겠다.
복제, 복제, 복제
논문 표절은 고위 공직자와 국회의원의 발을 잡는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이번 인선에서도 네 사람의 후보자가 논문 표절, 중복 게재, 자기표절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허태열 비서실장 내정자는 과거의 막말과 지역 분리 선동 등과 더불어, 전례 없는 수준의 심각한 논문 표절 때문에 심한 비판에 부딪혔다. 유길재 통일부장관 후보자도 자기 표절(중복 게재) 논란에 시달리고 있으며, 윤성규 환경부장관 후보자는 논문 표절 및 증여세 납부 기피 논란에 휘말렸다. 농림수산부 이동필 후보자도 논문 자기 표절(중복 게재) 및 겸직 금지 정관 위반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이 상대할 전임자는 김병준 교육부총리다. 그를 낙마시킨 것은 다름 아닌 제자의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었다. 그가 교육부총리가 된지 수일 만에 불거진 이 의혹은 결국 그를 며칠 만에 사퇴시켰다. 박근혜 정부도 여러 후보자가 논문 표절 의혹을 지적당하는 등, 이에 결코 뒤지지 않는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King of Nowhere
미래창조과학부 김종훈 후보자는 괜찮은 인선이란 평을 들었으나, 인선 이후 미국 국적, CIA와의 관계, 미국에 대한 충성 맹세 등 여러 문제가 불거졌다. 산업통상자원부 윤상직 후보자는 증여세 탈루 의혹에 시달렸으며, 해양수산부 윤진숙 후보자는 소액의 출장비를 허위 청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러나 이런 의혹보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장관 후보자들이 가야 할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는 ‘존재하지 않는 부처’라는 점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이 아직 처리되지 않았기 때문.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그들은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너끈히 상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물며 전효숙 후보자는 당시 정부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요청을 받고 자문을 구해 지명을 진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야당인 한나라당이 절차상 하자를 주장하며 사퇴를 줄기차게 요구했던 경우. 절차상 하자라는 의견이 오히려 설득력이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효숙 후보자가 결국 자진사퇴하였던 만큼, 그들이라면 상대하기에 전혀 버거움이 없을 것이다.
강력한 콤보를 이끌어내는 코드 조합
조윤선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의 경우 남편 ‘현관예우’, 세금 탈루, 재산신고 누락, 5.16에 대한 인식 부재 등 다양한 의혹에 시달리고 있고, 진영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도 전문성 부족 등의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미 수많은 비리에 적응된 이상 이 정도는 의혹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들의 상대는 정녕 없는 것일까?
조윤선과 진영은 모두 박근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특히 진영 후보자의 경우 그로 인한 전문성 부족이 지적될 정도. 그렇다면 이들의 상대로는 역시 참여정부 시절의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자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적절하다.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자는 인수위 참여 경력이 문제가 되어 표결 결과 낙마했다. 코드 인사로는 감사원의 독자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경우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에 방문, 박근혜 대표와 직접 면담까지 가지면서 겨우 통과되었으나, 지명 당시 한나라당의 반대 기류는 대단히 강경했다. 이를 코드 인사로 규정하고 독선과 오만의 극치, 최악의 개각 등으로 묘사했으며, 인사청문회 불참 의사까지 표명했다. 확실히 조윤선과 진영 두 후보자가 여기에 맞설 만하다.
앞으로 더 기대하게 하는 혜안: Capcold 님의 ‘박근혜 정부의 인사 해결법’
좋은 내각을 구성하는 것은 카드 게임에서 좋은 패를 구성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쥔 패는 과연 과거 그 어떤 개각과 비견해도 압도적으로 맞서 싸울 수 있을 만큼 대단한 것일 뿐 아니라, 이를 뽑는 박근혜 대통령의 혜안 역시 흔들림이 없어 보인다. 박근혜 정부의 앞날이 기대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그의 명언을 인용하며 마친다.
갑자기 전날 오후에 만찬 있으니 참석해달라고 했는데, 한 번 정도는 있을 수 있겠지만, 매번 이런 식으로 한다는 것은 문제 (…) 이 정부나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고 자랑스럽게 말한 것이 권위주의 타파였다 (…) 나도 이 정부 들어 가장 잘한 것이 권위주의를 깬 것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는데, 정부와 대통령이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것을 증명해준 것 (…) 이것 때문에 가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청와대가 하는 것이야말로 권위주의의 극치라고 생각한다.
– 2005년 6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장관 거취와 관련, 노무현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 오찬을 제안하자.
국민을 위해 국회와 대통령이 존재하는 것이고 언제든 대화의 문을 열어놓아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야당에서는 대통령의 회담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 2013년 3월, 청와대 이남기 홍보수석
민주당이 대통령의 여야 지도부 회동 제안을 거절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