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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가 전하지 않는 진짜 추석 풍경 리포트

2016년 9월 12일 by 임예인

아나운서: 올해도 어김없이 민족의 큰 명절 추석 연휴가 찾아왔습니다. 기차역과 버스 터미널, 도로 위까지 귀성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는데요. 임예인 기자가 올 추석 귀성 풍경을 전합니다.

Dubai,Congestion At Night
출처: 소니, 스타일을 말하다

기자: 한산했던 버스 터미널이 버스표를 끊는 인파로 북적입니다. 벌써부터 도로가 얼마나 막힐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회사 안 나간다고 퍼먹은 술이 아직도 안 깨 연신 하품입니다. 빨리 표 끊어야 하는데 앞 사람이 어버버하면 열블이 납니다. 차 타기 전에 화장실은 한 번 들러야 하는데 여자 화장실은 줄이 화장실 밖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짜증납니다.

고사리손으로 엄마 아빠 손을 꼭 잡고 있는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날 생각에 벌써부터 설렙니다. 얼굴도 잘 모르는 친척들이 학교 성적은 어떠냐 운운하며 귀찮게 구는 건 짜증나지만 일 년에 두 번뿐인 대목이기 때문에 놓칠 수 없습니다. 친척집을 순회하며 용돈벌이에 나서야 하기 때문입니다. 고작 오천 원 만 원 쥐어주는 집은 시간낭비다 싶은데 엄마 아빠가 억지로 끌고 갑니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는 직장인은 양 손 가득 회사에서 뿌린 싸구려 식용유 햄 세트를 들고 버스를 기다립니다. 취업하기 전까진 엄마친구아들은 어디 취직했다더라 하는 소리에 시달렸는데 취직한지 얼마나 됐다고 이젠 참한 아가씨가 있다 언제 결혼을 할 거냐 온갖 오지랖에 시달립니다. 왕래 한 번 없던 친척들이 부리는 오지랖에 부모님 얼굴 봐서 도망칠 수도 없고 아주 죽겠습니다. 맘 같아선 나가서 술이나 먹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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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다음웹툰 <술꾼도시처녀들>

남자는 오지랖만 괴롭지 여자는 이건 쉬는 게 쉬는 게 아닙니다. 큰 아버지란 인간이 자긴 손 하나 까딱 안 할 거면서 차례는 지켜야 한다느니 젊은이들이 전통을 모른다느니 하는데 입에 제기 물려버리고 싶습니다. 그냥 시장에서 대충 사다 하자 하니 그러면 안 된다고 일갈을 하셨다던데 제삿상에 패드립이나 얹어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남자들은 모여서 씨름 보고 앉았는데 일하다 힘들어서 아육대라도 볼까 좀 틀어놓으면 귀신같이 다시 씨름으로 바꿉니다. 죄다 안다리 걸어버리고 싶습니다.

고속도로는 그래도 십 년 전에 비하면 많이 쾌적합니다. 많이 쾌적해서 평소에 두 시간 걸리던 거리 다섯 시간이면 갑니다. 막히는 도로에 마음까지 갑갑한데 집에서 전화 와선 왜 이렇게 안오냐고 몇 번을 물어봅니다. 마음이 절로 무거워집니다. 며칠 되지도 않는 연휴에 부모 친지 순회를 돌아야 합니다. 결혼 십년 차이지만 여전히 이놈의 차례음식은 왜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전 부치느라 힘들어 죽겠는데 조카가 나타나 모양이 이상하다느니 맛이 없다느니 깐죽댑니다. 때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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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친척들과 윷놀이 제기차기 전통 놀이의 즐거움에 빠지긴 개뿔 롤이나 하고 싶습니다. 모르는 사이면 패드립이라도 치지 이건 재롱잔치도 아니고 아주 죽겠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이런 걸 하고 놀았다니 정말 끔찍한 시대였던 모양입니다.

제일 부러운 건 귀성 안 하는 사람들입니다. 심지어 출근하는 사람들도 부럽습니다. 김 대리는 미혼이라고 추석 연휴 근무를 자청했답니다. 난 왜 결혼을 해서 이 고생인지 모르겠습니다. 안 내려가면 안 되나 싶다가도, 심지어 이효리가 남편이랑 추석 샌다는 기사에 네티즌들이 시부모는 잘 모시냐며 오지랖 부리던 걸 보면 미친 짓이지 싶습니다. 친척들이 얼마나 씹어댈지 눈에 선합니다. 결혼 제도란 게 없어져버렸으면 좋겠습니다.

구라빨 쩌는 TV 뉴스 대신 기분도 우울한데 도로마저 꽉꽉 막히는 추석 연휴 첫날 진짜 귀성 풍경을 전해드렸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같지만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원문: 임예인의 새벽 내리는 길

Filed Under: 사회, 생활

필자 임예인 twitter twitter facebook

노동자의 세상을 꿈꾸는 (전 편집장 겸) ㅍㅍㅅㅅ 노조위원장. 그러나 과업에는 태만하고 두목에게 술이나 뜯어먹고 다닌다는 첩보가 입수된 바 있다. 경쟁매체 슬로우뉴스에서도 세작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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