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핫 트렌드가 되다
자급자족의 시대를 넘어 물건의 이동이 시작되게 된 이후, 물류는 경제활동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여 왔다. 그 옛날 로마군은 진격하면서 보급에 필수적인 도로 건설을 우선 시작하였으며, 현대의 경제 세계화도 결국은 물류 기술 발달에 따른 생산 기지와 소비 거점의 이원화를 통한 생산단가 하락을 기저에 깔고 있다.
물류의 중요성은 손자병법에서 “식량이 없으면 패망하고 쌓아둔 물자가 없으면 패망한다(無糧食則亡 , 無委積則亡)”고 한 데까지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며, 젼격전등 기동거리가 증가하고 본거지에서 멀리 떨어진 전투가 많았던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그 중요함이 다시 한 번 강조된다.
한때 물류라는 건 제조업에서의 재고 관리 및 비용 절감에 집중한 부서였다. ‘얼마나 적은 비용으로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가’가 주요한 평가 부분이었고, 서비스에 대한 향상보다는 비용에 대한 절감을 더 미덕으로 여겼다.
하지만 요즘 물류라는 단어는 핫해졌다. 아마존을 필두로 구글까지 물류 산업에 뛰어들면서, 물류를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들도 증가하고 있다. 굳이 아마존이나 구글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의 경우를 살펴보자. 쿠팡을 필두로 한 배송 전쟁과, 기존 택배/물류업체들과의 논란이 연일 뉴스에 등장하고 있다.
아니, 발령 나면 좌천이라고 맨날 드라마에서 사람들 울리던 물류가 어떻게 된 걸까?
물류에겐 무슨 일이?
요즈음의 아마존은 워낙 핫한 기업이라, 물류 창고 하나만 지어도 뉴스를 도배한다. 말 그대로 숨만 쉬어도 뉴스에 나오는 지경… 이런 아마존이 경쟁자인 e-bay나 다른 오픈마켓에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자 차별점은 물류효율에 있다. 프라임으로 대표되는 최단기간 배송과 주말 배송, 일부 지역에서 서비스되는 당일 배송은 아마존을 세계 최대의 온라인 유통회사로 거듭나게 했다.
한국에서도 로켓배송으로 대변되는 최단기간 배송 서비스는 쿠팡을 온라인 유통의 강자로 다시 태어나게 했으며, 다른 업체들로 하여금 앞다투어 당일 배송 및 최단기간 배송을 도입하게 했다. 큐레이션을 특장점으로 가진, 판매자와 구매자를 이어주는 단순 플랫폼이었던 쿠팡은 소셜 커머스 업체에서 한 발자국 나아가 직접 매입/판매/배송을 통해 고전적인 의미의 유통업체에 더욱 다가가고 있다.
온라인 유통과 오프라인 유통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구매시기와 제품의 취득시기의 시간차에 있을 것이다.
물건을 고르고 결제가 끝나는 순간 상품이 손에 들리는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 업체들은 짧게는 몇 시간부터 길게는 몇 주의 격차를 가지게 된다. 도서로부터 시작된 당일 배송은 이런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오프라인 유통의 주요한 특징이던 즉시성을 어느 정도 제공한다. 반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필수적인 즉시성의 한계, 구매한 물건을 바로 들고 집에 가야 한다는 부분에서 유연성을 제공한다.
온라인은 소비자의 모든 의사결정과정을 볼 수 있으며, 그에 기반하여 최단 배송시간을 달성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성한다. 오프라인 업체들은 전국에 촘촘하게 퍼져있는 100개 이상의 매장을 무기로 전국을 당일 배송 사정권으로 두고 있다.
요즈음에는 이마트와 같은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온라인 스토어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장을 본 후 배송시간을 정해 배송을 할 수 있으며, 이는 오프라인 쇼핑에 상당한 유용성을 부여한다. 고기나, 냉동식품을 구매한 후 바로 집으로 돌아와야하는 점 때문에 생긴 쇼핑의 제약을 배송 서비스가 커버해주는 것이다.
이렇듯 물류는 온라인 유통과 오프라인 유통사이의 격차를 상당부분 극복하기 위한 주요한 도구가 되었다. 이미 온라인에서 살 수 있는 제품은 오프라인에서 모두 구할 수 있으며(샤…샤오미만 빼고…), 오프라인에서 구할 수 있는 제품은 모두 온라인에서 구할 수 있다. (주류와 담배는 제외. 법 때문에…)
예전에는 신선식품을 사기위해서라도 반드시 오프라인 매장에 가야 했지만, 이제는 G마켓에 홈플러스 전용 페이지가 생기고 크든 작든 유통업체는 대부분 자신의 온라인 쇼핑몰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나누는 건 무의미하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서로의 장점을 빼앗기 위해 격돌하고 있으며, 그 무기는 최적화된 물류이다.
제조업에서의 물류는 어떨까?
사실 제조업에서 SCM(Supply Chain Management, 공급망 관리)과 물류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구매, 생산 등을 아우르는 SCM은 그 시장과의 접점으로 물류를 가지고 있으며, 각 부서를 아울러 관통하는 연결점은 물류가 된다. 예전처럼 공장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생산을 하고 그 판매는 영업이나 마케팅의 목표치로 전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정보를 기반으로 판매량을 예측하고 그에 따라 최적의 양을 생산하고 최적의 장소에 배치하는 방식을 점차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에서 물류기반의 약함은 단순한 전달시간의 증가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긴 배송시간은 각 물류거점에서 시장에 반응하기 위한 안전 재고의 증가와, 전체 현금 흐름의 저하로 표현된다. 뿐만 아니라 유통기한이 제한된 제품의 경우, 물류가 시원찮으면 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효판매일의 확보를 위해 생산거점을 시장과 가까이 두어야하므로 거의 필연적인 생산 비용의 증대를 부르게 된다.
물류창고, 좌천에서 영전으로
이처럼 물류는, 게임 및 실물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면 이제 거의 모든 산업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분야가 되었다. 그리고 어떤 분야에서는 주요한 차별점이자 경쟁점이 되었다.
그런데 글을 다 쓰고 나니 이런 장황한 설명보다 가트너가 발표한 세계 유수의 업체의 SCM 순위를 알려줬으면 충분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이 차트에 따르면 애플은 몇 년간 계속 1위였으며, 팀쿡은 굉장히 보기 드문 SCM 출신 CEO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드라마에서 물류창고로 발령 받으면서 영전이라고 좋아하는 장면도 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