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운(49) 롯데 감독과 김성근(73) 한화 감독. 닮은 점이 있다. 둘 다 고교 야구 감독 출신이다. 2015년 프로야구에서 고교야구식 경기 운영을 선보이는 감독들이기도 하다. 맡고 있는 팀이 ‘꼴찌’라는 단어와 친숙하다는 점도 같다. 그리고 5할 승률 아래의 팀을 이끌고 포스트시즌 마지막 티켓이 걸린 5위 싸움을 하고 있다.
프로야구 통산 승수와 ‘별명의 거창함’이라는 점에선 김성근 감독의 압승이다. 하지만 따져보면 이종운 감독에게도 김 감독을 앞서는 점이 있다.
1. 홍성민을 혹사로 보이지 않게 하는 이종운
롯데 홍성민은 시즌 내내 뚜렷한 보직 없이 마당쇠 역할을 해야 했다. 그는 2, 3, 4, 5, 6, 7, 8, 9회에 이종운 감독으로부터 구원 등판 호출을 받았다. 그 결과 지금 어깨 상태는 좋지 않다. 한화에는 1, 2, 3, 4, 5, 6, 7, 8, 9회에 구원 등판한 투수가 있다. 송창식이다.
이종운 감독은 홍성민에게 74이닝을 던지게 하면서도 혹사라는 비난을 덜 받았다. 이게 다 김성근 감독 덕분이다. 한화에는 전세계 프로야구를 통틀어 구원 이닝 1, 2위 투수가 있다.
2. 그럭저럭 경제적 야구를 하는 듯한 이종운
야박하지만 돈 계산을 해 보자. 홍성민은 내년 군입대로 어깨를 쉴 수 있다. 롯데 구단은 1200만원만 지급하면 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공을 던진 구원 투수인 권혁도 아마 내년엔 쉬는 날이 많을 것이다. 한화 구단은 권혁에게 앞으로 3년 동안 13억5000만원을 더 지급해야 한다.
3. 선수를 인격적으로 대한다고 여겨지는 이종운
한화의 30대 베테랑들은 주간 특타에 야간 수비 훈련까지 치러야 한다. 롯데의 한 30대 야수는 한화의 훈련에 대해 “저게 무슨 짓입니까. 선수도 가족이 있습니다. 왜 기자들은 가만히 있는 겁니까”라고 따진다. 이종운 감독은 비주전 선수에겐 엄격한 편이다. 그러나 베테랑 선수를 “아이”라고 부르거나 마흔 살 투수를 거론하며 “올해 야구에 눈을 떴다”고 말하지 않는다.
4. 아무튼 화사한 팀 분위기를 연출한 이종운
롯데 손아섭은 “다른 팀 선수들이 그러더라구요. 그 성적 갖고도 왜 더그아웃 분위기가 밝냐던데요”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 뒷목을 잡는 롯데 팬도 여럿이다. 한화의 한 선수는 “추가 훈련이 싫어 안타를 쳤다”고 말했다. 실수를 하면 경기 초반에도 가차없이 교체된다. 연패를 끊은 경기에서 롯데 선수들은 신을 낸다. 7연패를 끊은 8월 21일 대전 kt전 직후 한화 선수들의 얼굴엔 기쁨보다는 피로가 새겨져 있었다.
5. 아프면 내려주기는 하는 이종운
이종운 감독은 선수 몸 상태에 대해 정확한 말을 잘 하지 않는다. “상태가 나쁘지 않다”던 선수 중 한 명은 공에 맞은 종아리가 두 배로 부풀어 있었다. 우완 투수 송승준은 어깨가 뭉친 상태에서도 “병원에선 괜찮다고 하니 괜찮다”는 수석트레이너의 판단에 따라 등판하다 부상이 악화됐다.
그래도 이종운 감독은 송승준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시키는 양식은 갖고 있다. 한 구단 원정기록원은 권혁에 대해 “팔이 어깨 위로 제대로 올라오지 않는 상태에서도 등판하고 있다. 진통제를 맞고 있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6. 기자 대응은 해주는 이종운
이종운 감독은 팬에 대해 가볍게 이야기하다 큰 비난을 받았다. 그래도 해야 할 말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김성근 감독은 에스밀 로저스의 1군 등록을 말소시킨 이후 사흘 연속으로 야구장 인터뷰를 취소했다. 다른 감독들이라고 해서 좋아서 하는 인터뷰는 아니다. 로저스 등록 말소에 대한 의혹은 더 커졌다. 김 감독은 이후 재개한 인터뷰에서 로저스를 다룬 보도들을 언급하며 발끈했다.
7. 어쨌든 룰은 지키는 이종운
롯데는 지난 7월 2일 1군 재등록 기간을 채우지 못한 외야수 김주현을 콜업시키려다 망신을 당했다. 그나마 규약 위반은 아니었다. 한화는 6월 23일 외야수 송주호를 1, 2군 경기에 동시 출전시키는 규약 위반을 저질렀다. 한 타 구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해외 토픽감”이라고 했고, 나중에 “그 단어는 결례인 것 같으니 기사에선 빼달라”고 했다. 감독이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는 일이다. 몰랐다면 더 문제다.
주: 이 글은 의제와 전략그룹:더모아에 함께 발행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