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내용은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의 이코노미스트로 계신 오석태 박사님의 강연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평소 뵙고 싶었던 오석태 박사님의 세미나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신 CFA협회에 감사를 드립니다.
1. 세계 경제는 생각보다 암울하다
제일 먼저 Swan Chart라는 것을 소개해주셨습니다. 예측보다 더 좋아질(White Swan) 리스크나 나빠질(Black Swan) 리스크를 정리한 것인데요. 영국이 EU를 탈퇴할(Brexit) 가능성은 40%로 높게 보셨고, 중국이 5% 이하의 경제성장을 보이는 경착륙 가능성 역시 30%로 시장보다 높게 보셨습니다. 반면 미국 중앙은행이 월스트리스트에 굴복할 가능성은 10% 정도로 보셨습니다.
결론부터 정리해보면, 제목이 시사하는 것처럼 가장 중요한 것은 “인플레이션이 있다”는 것입니다. 인플레가 있다는 것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고, 한 발 더 나아가 추가 긴축을 하고, 결과적으로, 주식/채권 모두 별로 안 좋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2. 성장: 한국 경제 성장 힘들다
한국 경제의 성장은 부정적으로 보셨습니다. 미국과 중국, 소위 G2가 빌빌거리고 있기 때문이죠. 때문에 수출 주도로 회복하는 건 어렵기에 내수를 통한 회복을 하려고 하는데, 이건 전세계 모든 국가가 다 똑같은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금리 인하는 정말 내수에 도움이 될까요? 정부는 “금리 인하 → 환율 평가절하 → 수출경기 회복”의 싸이클를 원하고 있지만 “환율 평가절하”는 “구매력 하락”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에, 내수 부양에 어긋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금리 인하는 반드시 환율 평가 절하를 유도하는 것만도 아니며, 수출만(only)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닙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일본인데, 엔화 약세의 직접적인 효과는 일본의 수출 기업들이 돈을 많이 벌게 합니다. 수출이 더 잘 되지 않더라도, 단지 엔화 약세만으로도 돈을 더 많이 법니다. 그렇게 돈 번 회사들이 채용도 많이 하고, 내수 경기도 회복됩니다.
물론 나라마다 금리 인하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다르긴 합니다만, 결론은 금리 인하를 단지 “환율 평가절하를 통해 수출경기를 좋게 하겠다”라는 의미로 해석하면 곤란하다는 것이죠. 내수 역시 중요한 목적입니다.
3. 성장의 변수: 중국에 다시 소비붐이 일어날 수 있는가?
어쨌든 “성장”이라는 주제의 포인트는 “세계경제는 G2의 부진 때문에 수출을 통한 회복보다는 내수를 통한 회복을 기대해야 한다”이고요, 더 중요한 것은 이 사실이 우리나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 모두 똑같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잠깐 과거 사례를 보죠.
2000년대 초반에는 미국의 소비붐이 있었고(회색선: 미국의 개인소비지출), 2007년이후로는 중국의 투자 붐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미국 소비는 회복되는 정도이지만, 중국 투자가 감소하는 중이죠. 그래서 과거와 같은 붐이 다시 오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중국이 투자에서 소비로 경제성장의 축을 바꾸었는데, 중국이 여기서 갑자기 짠~ 하고 나타나서 “우리도 소비 붐!”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가 변수가 될 수 있을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언제 중국이 “짠~”하고 나타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4. 인플레이션: 전세계적으로 피하기 힘들 것
세미나의 핵심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인플레이션이 ‘있다’는 시각이었습니다. 인플레가 있다고 보는 이유는 첫째로 “유휴 설비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낮아진 잠재성장률을 상회한다”고 보기 때문, 그리고 “임금이 오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래↓ 필립스 곡선을 보시라~!)
“낮아진 잠재성장률을 상회한다”는 의미는 위기 이후 여러 이유로 한 국가의 잠재성장률이 줄어들기는 했으나, 실제로 경제 회복이 느리긴 해도 이 “낮아진 잠재성장률” 이상 회복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임을 의미합니다.
“낮아진 기대를 충족시킨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건데요, 지난 4년 동안 우리나라 기업들 실적 발표 때마다 지겹도록 많이 들었습니다. 기업의 실적이 안 좋아지는 구간에서 추정치들이 더 빠르게 내려와서, 실제 발표는 “휴~ 그나마 생각보다는 괜찮네”한다는 거죠.
그 결과는? 주가는 오릅니다. “휴~ 다행이다~” 이러는 거죠. 이른바 안도 랠리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뚜껑이 열리지는 않습니다. 주가가 계속 상승하진 못한다는 거죠. “휴~ 다행이다”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낮아진 잠재성장률 이상의 회복”만으로 인플레가 얼마나 크게 올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연준으로 하여금 월스트리트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줄 수 있을지도 고민해봐야겠죠.
5. 통화 정책: 모든 것은 천조국이 원하시는대로…
저는 이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통화정책이 효과를 보기 위한 5가지 조건을 보죠. 괄호 안은 대한민국의 상황입니다.
- 부채를 더 늘릴 수 있는가? (4월 가계대출 증가액 : 10조원 돌파)
- 재정을 늘릴 수 있는가? (메르스 등을 틈타 더 늘릴 듯?)
- 구조개혁을 할 수 있는가? (창조경제…???)
- 자산가격이 상승할 여지가 있는가 (박스피… ???)
- 통화가치 하락을 통한 시장점유율 회복이 가능한가? (현대차… 삼성전자… 상속…ㅡㅡ;; )
제일 중요한 것은 통화정책, 즉 금리 인하를 통해 경제주체들이 더 많은 빚을 낼 수 있느냐입니다. 현재 미국 통화정책의 파급효과가 가장 높은 나라는 일본/한국/호주인데, 때마침 4월 가계대출 증가량이 10조원을 넘어섰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안 그래도 가계대출이 많은데, 금리를 인하한다고 너도 나도 빚내면, 나중에 문제 생기는 거 아니냐고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금리를 인하했는데 빚도 늘어나지 않는다면, 그건 더 큰 문제이지 않겠습니까. 유동성 함정에 빠진 것이니까요.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는 미국이 올해 말쯤 “진정한 의미의 테이퍼링(주: 양적 완화의 점진적 축소)”을 하기 시작할 거라는 겁니다. 여기는 약간 부연 설명이 필요한데 제가 그렸던 그림을 한번 참고하시고, 필요하시면 이 글도 한 번 보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결국은 미국의 통화정책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인데, 오석태 박사님은 여기에 대해 시장과 두 가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 시장은 연준이 금리 인상을 올해 한 번만, 내년에는 천천히 할 것으로 생각, 오석태 박사님은 내년에 금리 인상 여러 번 할 것으로 예상.
- 시장은 연준의 자산이 줄어들 것은 생각안하고 있는데, 오석태 박사님은 올해 말부터 이야기 나올 것으로 봄.
저는 연준의 금리 인상 여부에서 인플레이션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긴 하겠지만, 엄청난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낮아진 기대를 충족시키는 정도의 회복”만으로 걱정스러울 정도의 인플레가 올지도 의문입니다. 그리고 만기채권 “재투자를 중단한다”는 의미의 테이퍼링은 솔직히 안 할 것 같습니다. 아니,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6. 금융 안정: 그나마 정상화
ECB(유럽중앙은행) 양적완화 이후 일종의 “유동성 환상”은 깨졌습니다. “ECB가 사준다는데 금리가 마이너스면 어떠냐! 그냥 채권 사라! 무조건!” 이런 상황은 이제 끝났다는 거죠. 잠깐 독일 10년 금리 모습 한 번 보고 가실까요?
후덜덜합니다. 작년부터 조금씩 조금씩 빠지기 시작하던 금리가 한달만에 완전 급등했죠.
미국에서 QE를 한 번 더 한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그러려면 미국이 완전 망한다는 이야기가 나와 더블딥(주: 불황에서 벗어나 회복하자마자 다시 불황으로 들어간 상태)으로 간 상태겠지요. QE를 한 번 더 한다는 것에 대한 내용은 이 글을 참고하세요.
7. 정치: 세계 곳곳이 엉망
8. 문제의 한국: 헬조선
정말 한국은 문제입니다. 수출, 산업생산, 투자, 심리 다~ 안 좋습니다. 게다가 메르스까지. 핵심 포인트는 “이렇게 대출이 늘고 있는데, 소비가 안늘어나면 말이 되냐”, “앞으로 6개월 줄테니 꼭 소비를 살려내도록!”입니다.
원문: Managyst가 본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