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플랫폼 시대, 다른 말로 웹툰 호황의 시대다. 네이버, 다음이 1강 1중 구도로 고착되던 웹툰은 KT 올레마켓, 레진의 참여로 구도가 확대되고, 코미코, 카카오페이지(이 부분은 카카오가 다음과 통합되면서 여러 이슈가 남아있다. 하지만 2015년 여름 시즌 신인 작가 공모 대열에 참여했으므로 분리한다)까지 대형 플랫폼이 6개로 늘어났다. 북큐브도 2015년 여름을 기점으로 시장 참여를 선언하며 샘플 웹툰을 선보이고 있고, 전진석 작가를 편집장으로 내세운 코믹스퀘어도 신규진입을 준비 중이다.
여기에 2015년 상반기에 출발한 코믹GT(아트림 미디어에서 확장된 플랫폼이다. 회사 법인은 다르나, 아트림 미디어 작가가 주축이다), 피키캐스트에 연재되는 피키툰, 말풍선, 허니&파이, 코믹스토리와 같은 특색있는 웹툰 플랫폼도 다수 있다. 어뷰징 마케팅으로 시끄럽던 탑툰은 점차 틀 안으로 들어와 작품 수를 확대하고 있고, 탑툰의 성공모델을 따라가는 엠툰, 짬툰 등도 있다. 여기까지 언급된 플랫폼만 14개에 이른다.
플랫폼 숫자가 늘어나며 작가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2015년 여름 시즌에도 네이버 대학만화 최강자전, 다음공모전, 코미코공모전, 카카오페이지 공모전이 잡혀있다. 콘텐츠진흥원에서도 신인 작가를 발굴해 플랫폼에 매칭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생태계의 선순환이 이루어진 것처럼 보인다.
웹툰 작가의 최저소득 인상이 필요한 이유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만화작가의 창작환경, 더 구체적으로 창작에 투여되는 노동 대비 얻는 수익으로 생활을 할 수 있는 노동환경에 대한 문제다. 현재 플랫폼이 작가와 계약하는 구조는 크게 2가지다.
- 고료 지급 방식(회차 단위나 월단위로 지급한다.)
- 수익 배분 방식(유료수익을 플랫폼과 작가와 나눈다.)
첫 번째 고료 지급 방식은 네이버나 다음 같은 전통적인 웹툰 플랫폼의 계약 방식이다. 약정한 금액을 주고, 일정 연재가 진행되거나 신규 연재 시 기존 작품의 성과를 평가해 고료가 조정된다. 두 번째 수익 배분 방식은 레진이 유료화에 성공하며 후발 주자들이 선택했다. 레진의 경우 (1)과 (2) 두 가지 방식으로 크게 수익 지불이 나뉜다. 고료 지급 방식을 선택하면 약정한 고료가 지불되지만, 수익 배분을 받지 못한다. 수익 배분 방식의 경우 고료+수익 배분으로 계약이 주로 이루어졌는데, 최근에는 기초 고료 없는 수익 배분 방식으로 전환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 부분은 오늘의 주제가 아니므로 추후 별도로 포스팅하겠다.)
현재(2015년 상반기 기준) 웹툰 플랫폼에서 신인 작가들의 경우 대부분 주간 연재에 월 150만 원 선으로 계약한다. 이 정도 금액으로 일정한 합의가 이루어졌는데, 이 금액에 대한 냉정한 재평가가 필요하다. 과연 신인 작가가 월 150만 원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 신인 작가가 혼자 산다고 가정한다면, 2015년 1인 가구 최저생계비는 61만7천281원이다. 정말로 이 돈으로 1인이 주거비에서 문화생활까지를 모두 할 수 있다고 믿지 않고, (그래서 최저임금을 인상하자는 이슈가 제기되기도 했다.) 만화가가 최저생계비로 생활하며 좋은 작품을 그릴 수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조금 더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자. 작가가 작업실 겸 생활공간으로 경기권에 월세를 얻는다. (보증금은 상정하지 않는다) 최소 50만 원이 필요하다. 작업실 월세 50만 원에 식비와 기타 생활비로 주당 10만 원씩 한 달 40만 원을 더하고, 인터넷이나 전기세 등으로 10만 원을 더하면 100만 원이 나온다. 신인 작가는 50만 원이 남는다. 연재가 끝나고 몇 개월 쉴 때를 대비해야 하니 50만 원은 저금한다. 이렇게 1년을 연재하면 600만 원을 저금할 수 있다. 1년 연재하고, 재연재까지 1달에 100만 원씩 사용한다면 6개월의 시간이 남는다. 6개월 안에 신작 연재에 들어가지 못하면 파산이다.
사실 이렇게 이야기해도 행복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하지만 현실은 더 냉정하다. 주먹구구로 계산한 위 비용에 빠진, 가장 큰 비용이 있다. 바로 어시스턴트 비용이다. 많은 웹툰 작가들이 혼자 작업한다. 하지만 진짜 혼자 작업하는 작가는 많지 않다. 적어도 컬러 작업이나 배경을 도와주는 어시스트턴트들이 있다. 밑색 정도를 붓는, 아주 쉬운 어시스턴트 비용만 해도 20만 원은 들어간다. 이보다 조금 더 컬러 작업을 도와준다면, 40만 원 선으로 비용이 올라간다. 이것도 잘 아는 사이에 부탁하는 정도의 비용이다. 일반적인 어시스턴트 비용을 잡으면 70~80만 원이 훌쩍 넘어선다.
신인작가 A는 만화를 전공했다. 공모전에 당선되어 데뷔했는데 월 150만 원을 받는다. 마감이 힘들어 컬러 작업은 친구에게 부탁했다. 친구에게 월 60만 원을 준다. 주 1회, 풀 컬러로 마감하고 한 달에 받는 고료는 컬러 어시스턴트 비용을 제외하면 90만 원이다. 데뷔하면서 신티크(태블릿)를 할부로 샀다. 할부비용을 빼면 정말 딱 용돈만 남는다. 지금은 부모님 집에서 살고 있지만, 불편하다. 작업실을 얻어 독립하고 싶은데…
자, 우리에게 필요한 건 웹툰 작가 최저소득의 인상이다. 이에 대해서 여러 번 이야기했다. 몇몇 플랫폼에서는 신인 고료를 인상하려는 방침을 갖고 있다. 구체적 계획도 있다. 하지만 신인 고료의 인상보다 더 중요한 건, 만화 작가의 노동환경에 대한 조사다. 앞에서 이야기한 비용구조들을 조사하고, 이를 근거로 작가로 활동이 가능한 최저소득을 산출해야 한다. (사)한국만화가협회에서 표준계약서를 연구해 발표했다. 그 후속 작업은 노동환경(포괄적으로 작업에 들어가는 비용, 작업환경, 수익구조, 계약구조 등에 대한 연구)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 그 연구를 기반으로 우리는 다시 최저소득의 인상에 대해 주장해야 한다.
원문: 코믹스팍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