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줘요 뽀빠이!”
올리브의 애처로운 목소리가 들리면 뽀빠이가 출동한다. 뽀빠이는 한 손으로 시금치 캔을 짜내 시금치를 먹고 엄청난 힘을 얻어 올리브를 구해준다. 많은 이들이 잘 알고 있는 <뽀빠이>의 기본 줄거리다. 그런데 올리브의 원래 애인이 뽀빠이였을까?
결론부터 말하자. 올리브의 애인은 뽀빠이가 아니라 헤롤드 햄 그레이비, 통칭 햄 그레이비(Ham Gravy)다. 애초에 <뽀빠이>라는 만화가 아니라 <씸블 씨어터>라는 만화였다.
올리브와 뽀빠이를 창조한 작가는 엘지 크라이슬러 시거(Elzie Crisler Segar, 1894. 12. 8-1938. 10. 13).
일리노이 체스터의 작은 마을에서 자란 시거는 무성영화 시절 극장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밴드에서 드럼을 담당하기도 했다. 드럼 연주자로 활동하다 영사기사로 일하던 그는 만화가를 꿈꾸며 시카고로 상경했다. 시카고에서 시거는 <옐로우 키드>와 <버스터 브라운>의 작가 리처드 펠튼 아웃코트를 만난다.
아웃코트는 만화가가 되고 싶었던 젊은 시거를 도와주었고, <시카고헤럴드>에 소개했다. 1916년 3월 <시카고헤럴드>에 <찰리 채플린의 코믹 케이퍼스(Charlie Chaplin’s Comic Capers)>를 연재했고, 1917년에는 <베리 부브(Barry the Boob)>를 연재했다.
시거는 1919년 12월 19일 <뉴욕저널>에 <씸블 씨어터(Thimble Theatre)>를 연재한다. 이 작품은 킹 피처스를 통해 전국에 배급되며 인기를 끈다. <씸블 씨어터>에는 우리에게도 ‘뽀빠이’의 여자친구로 잘 알려진 ‘올리브 오일(Olive Oyl)이 출연한다.
그런데 초기 <씸블 씨어터>에는 뽀빠이가 올리브의 남자 친구로 출연하지 않았다. 올리브의 첫 번째 남자 친구는 햄 그레이비(Ham Gravy), 올리브의 아빠인 콜, 엄마인 나나, 오빠인 캐스터 등이 출연했다. (그림 참조)
그러다가 1929년 1월 17일 문제적 캐릭터 선원 뽀빠이가 등장한다. 항구에 햄 그레이비와 함께 있던, 캐스터는 “이봐요! 당신이 선원이에요?”라고 누군가를 보고 묻는다. 선원 모자와 한쪽 팔에 닻 문신을 하고 파이프를 문 캐릭터(당연하게도 뽀빠이다)가 나온다.
이렇게 등장한 뽀빠이는 캐스터, 햄과 함께 모험하며 인기가 올라간다. 다이스 아일랜드(Dice Island) 에피소드가 끝나고 뽀빠이는 <씸블 씨어터>에서 나오지 않았지만, 독자들의 열화같은 요구로 다시 등장하게 된다.
1938년 백혈병과 간 질환으로 43세의 나이에 사망하지만, ‘뽀빠이’의 인기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시거가 사망한 후에도 킹 피처스는 여러 작가를 고용해 <씸블 씨어터>를 연재했고, 특히 ‘뽀빠이’를 중심에 두었다. 1920년에 나온 <씸블 씨어터>를 보면, 햄 그레이비와 올리브의 티격태격 에피소드가 나온다. 반면, 1956년도 <씸블 씨어터>를 보면 올리브의 애인이 뽀빠이로 나온다.
연재물, 코믹북, 애니메이션 등 스핀오프된 작품의 중심에는 늘 ‘뽀빠이’가 있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은 올리브를 뽀빠이의 애인으로 기억한다. 올리브의 원래 애인 햄 그레이브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캐릭터 햄 그레이비. 후발로 등장한 캐릭터의 인기에 애인도 빼앗기고, 이제는 기억하는 사람도 없는…
원문: 코믹스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