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어딜 가나 말 잘하는 사람 천지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단지 말을 ‘많이’한다고 해서 ‘잘’하는 것이 아니란 것을. 당신도 말을 잘하고 싶은가? 말을 ‘잘’하는 것은 과연 어떤 것일까? 그렇다면 그 전에 우리는 왜 말을 ‘잘’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바벨의 언어가 사라졌다
태초에 인간에게 완벽한 언어가 있었다. 인간은 살아있는 모든 것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언어를 통해 모든 감정을 전달할 수 있었다. 벼를 베어낼 때 줄기들의 생생한 비명 소리가 들렸고, 파랗게 흐르는 물과 함께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하지만 인간의 오만함으로 이 언어를 잃어버린다. 바벨이라는 말은 히브리어로 ‘신의 문’이라는 뜻이다. 인간은 바벨탑으로 인해 신에게 도달할 수 있다고 믿었고 하늘 높이 탑을 쌓기 시작한다. 바벨탑은 곧 신에 대한 도전이었다. 인간의 오만함을 본 신은 그들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는 벌을 내린다. 결국 서로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인간의 바벨탑은 무너진다. 이때부터 인간은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며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겪는다. 바벨의 언어가 사라진 것이다.
그렇다. 본질적으로 인간의 언어에는 ‘혼란’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 시대에 자꾸만 ‘소통’이 대두되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 사이에 소통이 부재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혼란과 불통의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의 ‘말’은 과연 안녕할까.
우리가 말을 잘해야 하는 이유
“인간의 삶이란 오직 한 번만 있는 것이며, 한 번만 있는 것은 전혀 없었던 것과 같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밀란 쿤데라가 한 말이다.
당신의 하루는 이 세상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것이다. 그렇기에 그 시간은 이전에 전혀 없었던 것이기에 매일이 새롭다. 만약 당신이 이 하루를 헛되이 쓰고 싶지 않다면─사회적 동물인 당신은─아마도 많은 사람들을 만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당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하루를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하루를 마감하는 늦은 저녁 즈음, 아마 이런 생각에 잠길지도 모른다. “말을 잘하고 싶다.”
우리는 말을 잘하는 사람을 매력적이라고 느낀다. 완벽하진 않지만 정확한 언어를 사용해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는 사람을 매력적으로 느끼는 것은 아마도 내가 알아내지 못하고 표현해내지 못한 나의 이야기를 다시금 깨우쳐주기 때문일 것이다.
가령 우리는 가끔 소설을 보면서 내가 느낀 감정의 실체를 깨닫곤 한다. 단순히 가을 냄새라고 생각하던 것을 ‘공기 속에 숨어있는 젖은 낙엽의 냄새’라는 언어를 통해 구체적으로 접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말을 잘하는 사람과의 대화는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관계 형성의 시작인 대화를 잘 이끌어내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더 쉽게 사회적인 네트워킹을 형성할 수 있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사회적 성공과도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회사 내에서 수평적 질서가 자리를 잡으면서 이제는 직책에 관계없이 논리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인정받는 시대이다. 스스로의 능력을 끊임없이 말하며 자신을 브랜딩해가는 자기 PR의 시대이다.
결국 말을 잘한다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적재적소에 사용할 줄 안다는 것을 의미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마지막으로 말을 한다는 것은 곧 나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식빵에 딸기잼을 발라 먹을 것인지 땅콩잼을 발라 먹을 것인지 어머니에게 이야기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이렇게 사소한 말부터 시작해 직장상사에게 혹은 가장 친한 친구에게 여러 가지 말을 하며 자신을 표현한다. 자기 표현은 삶의 질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수단 중 하나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신을 표현하는 말을 잘해야 한다.
결국 우리가 말을 잘해야 하는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바로 나를 잘 표현하기 위함이다. 현대사회에서 말을 잘한다는 것은 자신을 잘 표현한다는 의미이고, 자신의 욕망, 감정, 의지, 꿈, 의견을 타인에게 잘 전달한다는 말이다.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내가 가지는 의견이나 생각, 아주 피상적으로 관찰만 하는 부견 혹은 잘못된 견해인 오견이라 할지라도 타인과 나의 견해를 잘 공유하는 것이 결국엔 ‘소통’하는 것이고 이는 사회적 관계 형성에도 사회적 성공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
바벨의 언어가 사라져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 언어를 가진 상황에서 불통까지 찾아온 시대이다. 우리는 이 시대에 타인이 아닌 나 스스로를 위해 말을 더 ‘잘’해야 하지 않을까.
원문: 자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