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식당에서: White or Dark?
한국에서 토익 만점을 받고 미국 지사에 발령된 리승환 씨. 치킨이 그리워 KFC에 갔는데 점원이 white meat or dark meat이라고 물어본다. 하얀 고기와 캄캄한 고기라고? 캄캄한 고기면 탄 고기 아니야? 라는 생각으로 하얀 고기를 주문한 모 씨가 받은 것은 퍽퍽한 닭가슴살만 한가득. 역시 치킨도 우리의 것이 소중한 것이야~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dark meat은 탄 고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미국에서 치킨을 먹을 때 말하는 white meat은 닭가슴살 같은 부위고, dark meat은 닭다리 살 같은 부위이다. 외국에서 밥을 먹을 때 알아야 할 것은 스테이크 굽기 정도(rare/medium/well done) 만이 아니다.
2. 뭘 봐? 어떻게 생각해?: What do you see as
드디어 첫 출근한 리승환 씨. 토익에서 배운 유창한 영어로 외국인 지사장에게 자신이 해야 할 일에 관해 이야기한다. 지사장은 이야기를 마친 후 “What do you see as this office?”라고 묻는다. 사무실에서 뭘 보냐고? 사무실이 사무실이지, “I’m just seeing you”라고 깔끔하게 대답하니 지사장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진다.
사실 What do you see as는 What do you think about과 같은 표현이다. 구어체에서 사용하다보니 토익에는 잘 나오지 않지만 기억해둘 것.
3. ASAP 말고도 잘 쓰는: KISS
다음은 팀장 미팅. 팀장은 리승환에게 무심한 듯 시크하게 이메일을 통해 업무를 지시하겠다고 한다. 역시 외국은 이메일 중심이구나 하며 자리로 돌아온 리승환, 역시 사무실에서는 일만 하는 미국답게 메일도 빠르다. 그런데 마지막 문장에… “KISS” 이게 뭔가? 아무리 미국이 동성결혼 합법화 국가라지만, 본지 10분만에 추파를 던지는 건 성희롱 아닌가?
그러나 너무 긴장하지 말자. 이는 Keep It Simple & Small 의 약자다. 힘 빼지 말고, 간략하게 끝내오라는 의미로 ASAP처럼 관용어구일 따름이니.
4. Right around the corner: 괜히 구석을 뒤질 필요 없다
미국이 아무리 위아래 없는 동료 관계라지만 팀장, 즉 매니저는 존재한다. 팀장이 갑자기 경쟁사의 제품을 이야기하며 “Their new product is right around the corner.”라 이야기한다. 팀장이 경쟁사 제품을 좀 더 보라는 것인가? 그래서 구석으로 갔지만 구석에는 대걸레가 놓여 있을 뿐이었다. 경쟁사 제품이 걸레 같다고 비꼬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Right around the corner”는 ‘코앞에 두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건 통째로 외워야 제맛이다.
5. Bubbly: 허풍쟁이가 아니다
토익은 990이지만 토종 한국인이다 보니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리승환 씨. 오늘은 식사 중 멀찌감치서 동료직원 두 사람이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들린다. 그 중 자신을 놀라게 한 한마디. “He is bubbly” 내가 버블이라고? 혹시 허풍쟁이인가? 아니면 쓸모가 없단 말인가? 아무리 매의 눈이라지만 어떻게, 며칠 만에 나를 파악했지.
그러나 역시 놀랄 필요가 없다. Bubbly는 활달하다, 명랑하다, 쾌활하다… 등을 좋게 이야기하는 것이니. 토익은 좁지만 영어는 넓다.
6. Capped: 모자의 과거형은 없다
리승환씨는 가격을 정하는 회의에 참석했다. 한 간부가 “The price should be capped at 29만원”라고 말했다. cap하면 모자밖에 모르는 리승환씨는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여기서의 cap은 상한선을 의미한다. 즉 그 간부는 신제품의 가격의 최대치가 29만원이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7. Groundbreaking idea: 동료에게 칭찬할 때 최고
첫 회의에 참석한 리승환 씨. 업무 도중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 유창한 토익 990으로 아이디어를 동료 외국인 직원에게 던졌다. 그러자 외국인 직원은 한마디를 던진다. “Groundbreaking idea”
땅을 부수는 아이디어? 망한 아이디어라서 땅 파고 묻어버리라는 소리인가? 라는 생각에 다른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groundbreaking idea는 획기적인,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아이디어라는 뜻으로 great idea 이상의 칭찬을 의미한다.
8. A leg up: 다리를 올릴 필요도 없다
오늘은 토익 점수가 높은 리승환씨에게 오늘은 계약을 채결하고 오라는 임무를 내립니다. 상대는 계약서에 사인을 하더니 악수를 하자면서 “I think it will give us a leg up”이라고 말합니다. leg up? 다리를 들어올리다니. 아마도 태권도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한 리승환씨는 화랑의 발차기를 시전합니다. 그리고 계약은 취소됐습니다.
여기서 쓰인 leg up 이라는 표현은 다리를 들어올린다는 표현이 아니라, ‘이점을 가진다’는 표현으로 위 문장은 “이 계약은 우리에게 어드벤티지를 안겨 줄 것 같다”라는 의미입니다.
9. Break down: 실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느날 옆자리 동료 남자 직원 마크 저커버그가 리승환에게 갑자기 사랑을 고백했다. 리승환 씨는 퀴어 퍼레이드에 참여할 정도로 열린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정체성을 바꿀 수는 없어서 얼른 빠져나갔다. 이후 동료들이 “Mark is breaking down.”이라며 수근대기 시작했다. 나에게 차인 것이 사람의 인생을 고장 내버린 것인가… 내가 너무 잔인했던 것일까… 선량한 리승환 씨는 불안해했다.
하지만 break down은 그 뜻만이 있는 게 아니다. 구어체에서는 실패하다는 물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의미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