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에 삽질하며 훈련에 열을 올리고 있는 국군 장병 여러분, 혹한기 훈련에 당신의 피부는 안녕하십니까.
군대에서 나오는 보급품이 다 그렇지만, 써본 사람은 아시다시피 위장 크림의 피부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위장에 너무 심혈을 기울인 나머지 인간의 피부는 별로 배려하지 않은 듯하죠. 조금만 피부가 민감한 사람이라면 바로 피부가 뒤집어지는 현상을 겪을 수 있습니다. 제가 그 피해자 중의 한 명이고요.
그렇다고 위장 크림 안 바를 수도 노릇이고 하는 둥 마는 둥 연하게 했다간 욕먹기 십상이죠. 그래서 국군 장병의 소중한 피부를 위해 보급품이 아닌 사제 위장 크림이 필요한데 네이버에서 ‘위장 크림’을 검색해보니 대부분 체험단 리뷰라 제가 직접 위장 크림 리뷰를 해봤습니다.
리뷰 제품은 모두 저희 부대원의 개인 소장품입니다.
비교 기준은 이러하다.
1. 얼마나 진하게 위장되는가.
2. 얼마나 잘 지워지는가.
‘색깔이 예쁜가?’는 순수하게 ‘군인의 눈’으로 보기 좋은 색깔을 선정하는 거라 일반인의 기준과 다를 수 있습니다.
얼마나 잘 지워지는가 시험하기 위해 물티슈로 5번 한 방향으로 문질렀을 때 지워짐 정도를 놓고 판단했습니다.
보급 위장 크림
군대 다녀오신 분이면 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PX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데다 대부분 부대에선 요놈을 사다가 병사에게 나눠주죠. 혹시나 이거 말고 더 후줄근한 3색 위장 크림을 가진 분이 계신다면 과감히 버려주세요. 만든 지 엄청나게 오래된데다 대물림 되어 사용되는 것인지라 썩을 대로 썩었을 겁니다. 남성 동지는 대부분 모르시겠지만 화장품도 유통기한이 있습니다. 위장 크림이든 이제는 이름도 가물가물한 전여친이 사준 화장품이든 오래되고 먼지 쌓이면 버리는 게 피부를 위한 겁니다.
쓰지 마세요. 쓰레기통에 양보하세요.
아무튼 위와 같이 5개의 색이 있고 거울도 있지만 저 거울은 거울이 아니라 플라스틱에 코팅제를 입힌 거라 이빨에 낀 고춧가루도 찾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흰색 위장 크림은 눈이 오는 날에 사용하기 위한 것인데 보통은 여름에 다른 위장크림이 녹아 저 영역을 침범하면서 색이 섞여 요상해지죠.
발색은 기가 막히게 잘 나옵니다. 딱 군인 같은 느낌으로요. 여름에 얼굴이 땀범벅 되어도 잘 지워지지 않습니다. 지속력 하나는 대박입니다. 단점이 있다면 잘 안 지워지는 만큼 모공 하나 하나를 막아 트러블을 만든다는 것이죠.
물티슈로 5번이나 문질렀는데 지워질 생각을 않습니다. 얼굴에 바르면 폼클렌징으로 두 번은 세수해야 지워지는데다 모공 사이 사이에 박힌 기름 자국을 볼 수 있을 정도죠. 굳이 쓴다면 클렌징 오일이나 크림이 있어야 하고요.
이 보급용 위장 크림의 장점은 가격이 싸다는 것이지만 이걸 쓰고 뒤집힌 피부를 복구하기 위해선 몇 달 치의 월급이 들어갈 겁니다.
색감 – 위장으로 상점 받습니다.
피부 건강 – 얼굴 따위 사치라고 생각하면 쓰세요.
지워짐 – 폼클렌징으로 세수 3번 해야 합니다.
가격 – 4 ~ 5천 원
특이사항 – 전역하고 피부과 케어 받으세요.
4색 위장섀도우
보급용 위장 크림은 피부에 안 좋습니다. 그래서 ‘군대에 보내놨더니 피부가 왜 이 모양이냐!’하고 남자친구의 변해버린 마음, 아니 피부를 규탄하는 고무신 사이에서 유행하던 제품입니다. 이건 여성용 아이섀도우에 가까운데요. 색깔이 위장 크림과 비슷합니다.
이것도 대물림해서 쓰다 보니 바닥을 드러냈네요. 이건 섀도우 타입이기 때문에 크림과는 달리 가루가 많이 날립니다. 더구나 겨울철에는 피부가 건조해서인지 더더욱 발색이 안 되죠.
자 이게 4색 위장섀도우를 바른 상태입니다. 일부러 연하게 바른 게 아니라 원래 이런 상태예요. 솔직히 위장 이렇게 하면 어디 가서 욕 듣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비추하고 싶은 제품입니다.
게다가 잘 지워지지도 않아요.
색감 –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합니다.
피부 건강 – 위장 크림보다는 낫지만 전 이것도 뾰루지 생겼습니다.
지워짐 – 폼클렌징으로 세수 한 번 하면 지워집니다.
가격 – 8천 원
특이사항 – 위장하면 선임에게 욕 처먹습니다.
coverBest 고급형 위장섀도우
이것은 아이섀도우를 그냥 위장하게 편하게 세 가지 색상만 추려다 만든 것입니다. 브랜드는 ‘coverBest’라는데 처음 들어봅니다.
내부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가격은 12000원에서 15000원 정도로 보급형 위장 크림의 3배 정도고요.
그래도 피부에 조금은 더 나은 것 같아서 한동안 즐겨 사용했었죠. 아랫 부분에는 브러쉬가 있어 손이 아닌 도구로 바를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분실했고요.
색감은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바람에 날리는 건지 땀에 닦이는 건지 이거 바르고 훈련해보면 알겠지만 반나절 지나면 얼굴에서 사라집니다.
근데 이상하게 지워지지 말아야 할 때는 잘 지워지면서 지우려고 하면 안 지워집니다. 대체 어쩌라는 걸까요.
색감 – 4시간에 한 번씩 수정화장이 필요합니다.
피부 건강 – 기름 바르는 것보단 낫지만 별로 좋을 건 없습니다.
지워짐 – 폼클렌징으로 세수 세 번 해야 합니다.
가격 – 12000원~15000원
특이사항 – 쓸데없이 비쌉니다.
스킨푸드 워터멜론 라인 카모플라쥬 크림
드디어 좀 제대로 된 제품이 나왔습니다. 먹지 말고 피부에 처바르라는 광고로 유명한 회사에서 훈남 두 명을 군복 입혀놓고 CF 찍은 것 때문에 인지도가 상승했죠. 휴가 나갔던 군인도 많이 사고 고무신의 선물로도 많이 팔리는 제품입니다.
이름에 수박이 들어가 있는데 그래서인지 묘하게 피부에 좋은 느낌이 듭니다. 수박 추출물과 식물성 원료가 들어갔다는군요.
발라본 느낌만 놓고 말하자면 이거 좀 최고시다.
기본적으로 발색은 잘 되는 편입니다. 녹색은 좀 약하지만요.
하지만 물티슈 딱 두 번 문질렀는데 이렇게나 깨끗하게 지워집니다. 유분기는 처음부터 별로 없고요. 근데 그렇기 때문에 훈련 중에 땀 닦는다고 얼굴 슥 문지르면 위장이 확 날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피부를 생각한다면 추천하고 싶은 제품입니다.
색감 – 올ㅋ
피부 건강 – 올ㅋ
지워짐 – 올ㅋ
가격 – 8천 원
특이사항 – 흰색이 없어요.
이니스프리 익스트림 파워 위장 크림
핵 50% 세일의 위엄, 아니 위장 크림 프리미엄화의 선두주자인 이니스프리 위장 크림입니다. 자연 어쩌고 하는 콘셉트답게 녹색에는 녹차 성분, 검은색에는 숯 성분, 갈색에 적송 성분을 넣었다네요.
이렇게 피부에 좋은 성분이 들어가 있어서 너도 나도 남자친구 보내주겠다고 많이 사간 걸로 알고 있어요. 군대에서 붐이 일길래 저도 사볼까 하고 이니스프리에 갔더니 매진이라서 못 샀던 슬픈 이야기가 있는 제품이죠.
발색은 부드럽게 잘 발립니다.
문제는 ‘자연주의 어쩌고 하는데 얼마나 피부에 순하냐?’죠. 저희 부대에 초민감성 피부를 가진 일병이 있는데 그의 말에 의하면 “처음 훈련병 때 위장 크림 바르고 4주간 죽는 줄 알았는데 누나가 이거 보내준 뒤로 살 것 같다.”고 하니 물론 케이스 바이 케이스겠지만 피부에 자극적인 편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티슈로 문지르자 잘 지워집니다. 딱 다섯 번 문질렀는데 이렇게 지워졌네요.
생각보다는 물티슈만으로 잘 지워지는데 스킨푸드 제품과는 살짝 다른 게 있다면 모공 사이에 잔여물이 남는달까. 꼭 이 제품의 단점이라고 할 수는 없고, 위장 크림 바르면 당연히 세수를 신경 써서 해야겠죠.
색감 – 좋습니다.
피부 건강 – 다들 순한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지워짐 – 꼼꼼한 세안이 필요합니다.
가격 – 8천 원
특이사항 – 씻을 걸 생각하면 잘 지워지는 스킨푸드 제품이 낫지만, 훈련 때 땀나는 걸 생각하면 이 제품이 낫습니다.
토니모리 댄디가이 퍼펙트 위장 크림
이건 제가 지금 쓰고 있는 제품입니다. 대부분의 제품군이 3색인데 반해 이건 네 가지 색이네요. 흰색은 위에 써놨듯이 겨울철에 설상위장을 생각하면 사놓는 것이 현명합니다. 부대마다 달라서 겨울철 흰색 위장을 안 하는 곳도 있다지만 저희 부대는 하거든요.
아무튼 녹색은 알로에 추출물, 흰색은 쌀겨 추출물, 검정은 숯 추출물, 갈색은 홍삼 추출물 이렇게 사용되었다고 하네요.
발색과 색감은 제법 마음에 듭니다. 그냥 따로 쓸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다른 제품들과 비교해서 써보니 개인적으로는 녹색 중에는 토니모리 위장 크림의 녹색이 제일 좋은 것 같네요. 군인답달까?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 제품을 쓰고 3일간 철야훈련을 하면서 세수 한 번 못한 적이 있는데 기분 탓인지 피부가 더 뽀얗게 된 것 같은 착각을 느꼈습니다. 물론 기분 탓입니다.
그렇지만 역시나 잘 안 지워져요. 땀나서 얼굴에 땀 좀 닦는다고 지워지진 않더라고요. 선물 받아서가 아니라 개인적으로는 쓸만합니다.
색감 – 올ㅋ
피부 건강 – 3일간 마루타 해봤는데 괜찮습니다.
지워짐 – 폼클렌징 한 번이면 돼요.
가격 – 8천 원
특이사항 – 4가지 색상이 갖춰져 있습니다.
더페이스샵 네오 클래식옴므 그루밍 위장 크림
위장 크림이면 위장 크림이지 이 허세 돋는 이름은 뭔가요. 아무튼 얼굴가게에서 파는 위장 크림입니다. 식물성 오일을 사용한 위장 크림으로 코코넛 오일, 포도씨 오일, 올리브 오일로 만들어졌다고 하네요.
참고로 과거에 위장크림은 돼지 기름으로 만들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실유무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피부에 진짜 안 좋은 느낌이긴 해요. 발라보신 분은 아실 겁니다.
이것도 색감 괜찮긴 한데 갈색이 좀 연하게 발리는 느낌이 있습니다. 사진에 갈색은 검정색이 조금 섞여들어갔네요.
그리고 다른 제품군보다 번들거리는 느낌이 좀 강한데 식물성 오일이라는게 이걸 말하는 건가?
물티슈로 닦아보니 군데군데 안 지워진 부분이 있긴 한데 그래도 잘 닦이는 편입니다.
색감 – 정직하다.
피부 건강 – 지성 피부인 사람이 쓰면 좀 애로사항이 있을 것 같네요.
지워짐 – 폼클렌징 한방이면 지워집니다.
가격 – 8천 원
특이사항 – 이름만 보면 위장 크림인지 모르게 위장했네요.
디에뜨 피부과 닥터포스트 밀리터리 프로텍션 위장 크림
‘디에뜨’라는 피부과에서 만든 위장 크림입니다. 피부과에서 화장품이 나오는 것도 신기한데 위장 크림이라니 뭐지? 흰색에는 쌀겨 추출물, 녹색에는 녹차 추출물, 카키색에는 알로에 추출물, 갈색에는 머드 추출물, 블랙에는 숯 추출물이 들어있는데 성분은 토니모리와 비슷합니다.
색상이 다섯 가지나 되네요. 디에뜨 피부과에서 만들었지만 판매는 뷰티크레딧에서 하고 있다고 합니다.
가격은 무려 18000원으로 타 제품보다 약 만 원 정도 비싸고 보급 위장 크림보다는 4배나 비쌉니다.
굉장히 부드럽게 발리는 느낌, 바르고 나면 왠지 모를 뽀송뽀송함이 느껴지는데 선명하면서도 부드러운 색감이 제법 괜찮습니다. 신기한 건 보통 손에다 묻힌 뒤에 바르면 손에 잔여물이 남아있어야 하는데 이건 잔여물이 거의 안 남아있네요. 피부과에서 개발했다고 하니 왠지 모를 믿음이 더 생기는 제품입니다.
근데 잘 안 지워져요. 그냥 물티슈로는 쉽게 안 지워집니다. 그래도 보통은 훈련 끝나면 세수하니까 세안 한 번이면 깨끗하게 지워질 수준이네요.
색감 – 이걸로 화장해도 되겠음
피부 건강 – 계속 써본 사람의 말로는 괜찮다고 합디다.
지워짐 – 물티슈로는 잘 안 지워지지만 세수 한 번이면 충분합니다.
가격 – 1만 8천 원
특이사항 – 비싸
총평
이렇게 부대 안에 있는 8가지의 위장 크림을 알아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건 토니모리 제품과 스킨푸드 제품입니다. 사실 마지막 디에뜨 피부과 제품이 좋긴 좋은데 가격이 좀 깡패네요.
결론적으로 위장 크림은 사제가 좋으며 섀도우 제품은 발색이 흐리고 지속력이 나쁘니 웬만하면 피하시라는 겁니다.
그럼 국군 장병이여, 남은 겨울은 제설 제설 힘내세요.